고리채경영 정태영 귀족생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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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채경영 정태영 귀족생활 논란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14 00:17:30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부회장은 대한민국 금융업계의 유명인사다. 재계 소식에 관심 없는 일반 대중들도 이름 정도는 들어봄직한 인물이다. 그가 이룬 성과를 나열하면 어지간한 사람은 무릎을 탁 치곤 한다. 과거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열심히 일한 사람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가 포함된 현대카드 광고가 그의 작품이다. 이름 보다 그간 일군 성과가 더 뛰어난 인물이라 평가되는 배경이다.

정 부회장이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비단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능력에 걸맞은, 아니 그 이상의 화려한 배경도 지니고 있다. 정 부회장은 우리나라 사교육계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종로학원의 창업주 고 정경진의 장남이다. 동시에 재계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 오너의 사위다. 그의 아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차녀인 현대커머셜 고문이다. 소위 말하는 로열패밀리 일원인 셈이다.

최근 정 부회장은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여 과거와 사뭇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정확히는 개인적인 행태로 물의를 빚고 있다. 정 부회장이 개인 SNS 올린 한 게시물이 논란을 다시 끄집어 내는 계기가 됐다. 정 부회장은 고리채 장사를 일삼는 와중에 본인은 주변에 위화감을 조성할 만한 귀족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귀족생활을 회사 경영에도 접목시켜 위화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 여론에도 휩싸였다.

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경영을 도맡고 있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등의 사업 구조는 ‘여신’ 업무를 통한 수익 창출에 치우쳐져 있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주고 이자나 수수료를 얻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신용카드, 할부금융, 리스 등 이름은 다르지만 수익이 발생하는 개념은 동일하다.

이들 세 기업은 ‘1금융’의 성격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 여신 문턱이 낮은 대신 금리는 1금융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다. 옛날로 따지면 ‘대부업’ 혹은 ‘사채업’ 등으로 불릴만한 사업 구조다. 자연스레 주 고객층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급전이 필요한 일이 잦은 서민들이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기업들의 성격은 하나의 사례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할부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주요 캐피탈사(동화·JB우리·현대·효성·BNK·롯데오토·메리츠 등) 가운데 고금리 적용 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금리 이상인 20~25% 가량의 금리가 적용된 상품 이용 고객 비중이 전체 고객의 21.76%에 달했다. 고금리 상품 이용 고객 비중이 2번째로 많은 JB우리캐피탈(17.21%)에 비해 4.55%p나 높은 수치다.

이들 기업을 이끄는 정 부회장은 로열패밀리의 일원답게 개인적인 습관이나 취향 등이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러나 이런 정 부회장의 습관이 귀족생활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해 눈길을 끈다. 단적인 예로 정 부회장은 일반 미용실에 비해 적게는 4배, 많게는 10배까지 비싼 럭셔리 바버숍(남성 전용 미용실)의 단골고객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 부회장 단골 바버숍은 미용 가격은 약 7만원(간단한 정돈 3~4만원)에 달한다. 일반 직장인 한 끼 식사 평균 가격이 6100원의 11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심지어 저소득층 아이들 한 끼 식사 지원 금액인 4000원에 비해서는 무려 17배 이상이나 높다. 정 부회장의 귀족생활이 주변의 눈총을 사는 배경이다.

심지어 정 부회장은 자신이 다니는 럭셔리 바버숍의 분점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인근에 마련해 논란을 부추겼다. 일반 서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할 만한 사안을 경영에까지 접목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 양극화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 요소인 ‘빈부격차’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망각한 행위’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자본주의를 채택한 한국 사회에서 정 부회장의 귀족생활 자체만 놓고 봤을 때는 사실 비판 받을 만한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정 부회장의 사회적 위치다. 그는 상장기업을 이끄는 동시에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스타CEO’다. 공인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한 위치다. 유명 SNS 페이스북 내에서 정 부회장은 이미 ‘공인’으로 분류돼 있다. 팔로워(지지자)수만 11만명이 넘는다.

정 부회장의 귀족생활은 그가 공인 신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력을 과시하더라도 사회적 파급력과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적 양극화를 초래하는 위화감 조성 행위는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 부회장의 행보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앞으로는 금융업계의 이단아, 능력자CEO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아깝지 않도록 행보 하나하나에 좀 더 신중함을 기하길 기대해 본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