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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안심부스 실효성 논란

KT그룹, 시민안전 눈속임 도로 위 흉물 무단방치

당초 50개 목표, 현재 15개 불과…공익성·실효성 잃은 ‘사상누각’

배수람기자(bae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10-27 1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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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보급과 동시에 급속도로 자취를 감춘 것이 바로 공중전화다. 이제는 시대극의 배경으로 사용될 정도로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공중전화는 현재 서울 및 수도권지역에 불과 5000여개만 남아있을 뿐이다. 사실상 무용지물로 방치된 공중전화부스의 새단장을 꾀한다며 지난 2015년부터 KT그룹(KT링커스)는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안심부스사업’을 시작했다. 공중전화부스를 범죄 대피소로 활용하겠다는 게 그 취지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해당 사업은 실효성 논란과 더불어 당초 취지와 달리 공유재산인 도로 위의 흉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안심부스에 대한 시민들 인식과 이용실태 등을 현장진단했다.

▲ 공중전화 관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KT그룹(KT링커스)는 서울시와 함께 노후한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범죄로부터 행인들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안심부스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심부스는 시민들의 외면 속에 또 다른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안국동 풍문여고 앞에 위치한 안심부스 1호점 ⓒ스카이데일리
 
KT그룹이 기존 공중전화부스를 범죄안전지대로 변화시키겠다는 추진한 ‘안심부스사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당초 취지를 잃고 도심 속의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T그룹 계열사인 KT링커스는 서울시와 손을 잡고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 앞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안심부스 1호점’을 선보였다. 당시 양측은 2015년에만 50개의 안심부스를 설치해 시민안전을 지키겠다고 공헌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설치된 안심부스는 15개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홍보마저 이뤄지지 않아 안심부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상당수 존재하는 가운데 범죄 도피처로서의 역할 또한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의미한 돈 낭비, 無존재감 안심부스…“ATM기기 아닌가요”
 
KT그룹은 사라져가는 공중전화부스를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해 개조한다는 명분아래 서울시와 안심부스 사업을 개시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특화형 안심부스로 기존 공중전화부스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복안이었다.
 
안심부스는 위급상황 시 비상벨을 누르면 출입문이 닫혀 범죄자로부터 몸을 피신할 수 있으며 경광등·사이렌 등이 작동해 주위에 위험에 처해있음을 알릴 수 있다. 또 CCTV가 설치돼 있어 범인을 녹화하고 자동적으로 긴급전화 112로 연결돼 인근 지구대의 즉각적인 대처를 이룰 수 있게 고안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심장재새동기(AED)와 간단한 소화기능을 갖춘 미니소방대가 포함된 안심부스 4개소를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6790만원이다. 1개소 당 평균 2290만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안심부스 운영을 맡은 KT그룹은 각 지자체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자체적으로 운용 중이다.
 
▲ [지도=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주목되는 사실은 이 같은 안심부스를 일반 시민들이 모른다는 점이다. 당초 국민혈세로 만들어진 공중전화부스를 공공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KT그룹이 맡아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않아 오히려 공공도로를 점유한 흉물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심부스 1호점 인근의 덕성여자중학교에 재학 중인 배영미(16·여) 양은 “안심부스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았지만 그 용도에 대해선 정확히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을 때 안심하고 전화를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배 양은 안심부스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위급상황이 발생한다면 마트·편의점 등 밝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느냐”며 “안심부스로 들어가면 오히려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현경(33·여) 씨는 “애초에 홍보가 잘 됐더라면 대수가 적더라도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을 텐데 처음 들어본다”며 “위험이 발생해도 안심부스만으로 내 안전을 보장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부스가 늘어난다고 해도 이용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연숙(50·여) 씨는 “낡은 공중전화 기기를 개조하는 건 좋은데 실효성이 없으니 오히려 안 하는 만 못한 것 같다”며 “도로며 땅이며 다 내가 낸 세금으로 공사한 건데 그곳에 필요 없는 안심부스를 짓는 건 재원낭비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행인들 중에서는 안심부스를 ATM기기(현금 자동 입출금기)로 인지해 왔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출퇴근 시 광화문역 인근 안심부스를 늘 지나친다는 서민우(가명·남) 씨는 “은행에서 사람들 이용하기 쉬우라고 별도로 만든 ATM 기기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범죄예방 취지 안심부스…정작 설치는 한적한 주택가 아닌 대로변
 
15개의 안심부스는 종로·중구 등 도심지역에 집중돼 있다. △1호점 풍문여고 등 종로구 3곳 △ 광학빌딩·영화빌딩·중앙우체국·명동성당·명동역·자유빌딩 등 중구 6곳 등에 안심부스가 설치됐다. 60%가 도심지역에 설치된 것이다. 나머지 6개소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 관악구·마포구·서초구·강남구·광진구 등에 1곳씩 분포했는데 이들 지역 모두 유동인구가 높은 지역에 설치돼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범죄예방이 목적이라면 무방비 상태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주택가 인근에 마련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안심부스는 외부에 공중전화가 설치돼 있고 내부에 긴급전화 기능이 있는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가 마련돼 있다. 키오스크에는 전화 외에도 주요 뉴스 안내와 인근 지도, 주변 상가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사진은 안심부스 외부에 마련된 공중전화(왼쪽)와 내부에 있는 키오스크 ⓒ스카이데일리
 
배화여고 최현경(17·여) 양은 “범죄예방을 위한 설치물이라면 일반적으로 후미지거나 사람들이 잘 오가지 않는 곳에 설치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로변에 안심부스를 설치한다는 것 자체가 취지랑 전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지은(17·여) 양은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 안심부스가 있다면 가로등 역할도 하고 위험할 때 요긴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사람들 많은 곳에서 괴한이 덮칠 확률은 굉장히 낮을 것 같은데 개조하고 관리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이미 흉물스러운 공중전화부스랑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김현지(23·여) 씨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세워진 시설물이라면 보다 실용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며 “제대로 된 청사진도 없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든 KT그룹이나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도로점용허가까지 내준 서울시 모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안심부스와 관련된 시민들의 지적에 대해 KT링커스 관계자는 “안심부스를 설치한다고 무조건 도로점유허가가 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인근도로 및 상권, 보행자 통행 불편여부 등을 적절히 심사해 따져가며 허가가 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등 각종 기관에서 안심부스 설치제의 또는 투자가 들어오면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범적으로 설치된 15개소 외 추가설치는 전무한 상황으로 늘리려는 계획 또한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며 “기존 설치된 부스들을 관리하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 관계자는 “안심부스는 서울시와 KT링커스와 공동으로 진행하지만 시 예산이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사업은 아니다”면서 “자연히 서울시에 설치·철거 등과 관련해 명령을 내릴 권한 또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심부스의 이용률이 떨어져 시에서도 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업이다”면서 “도로점용허가를 내주고 시행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는 안 되지만 시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KT링커스에) 주기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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