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동물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취지에서 시행된 ‘동물등록 의무화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등록법으로 반려인들의 외면은 물론, 각종 부작용까지 발생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동물등록제는 생후 3개월 이상인 개를 소유한 사람은 반드시 전국 시·군·구청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위반 시 ‘동물보호법’ 제47조에 따라 4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반려인이 동물병원을 직접 방문해 등록하거나 등록대행업체를 통해 등록할 수 있다. 등록방법은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외장형 무선식별 장치 부착 △등록인식표 부착 등이 사용된다. 수수료는 내장형은 1만원, 나머지는 모두 3천원이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란 마이크로칩(RFID,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을 반려견의 몸속에 삽입하는 방법이다. 외장형 무선식별장치는 반려동물의 정보가 기록된 칩을 반려견의 목에 걸어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등록인식표는 개와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이름표에 새겨 반려동물의 목에 걸어두는 방식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동물등록제 전국 확대 시행이후 지난해까지 동물등록제에 따라 등록된 반려견의 수는 107만707마리에 불과했다. 국내 반려견 숫자가 약 1000만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10마리 중 1마리만 등록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등록제 시행 첫해인 2014년에는 88만7966마리가 등록된 반면 2015년 9만1232마리, 2016년 9만1450마리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등록 건수가 급감했다. 미등록에 따른 단속건수는 △2014년 42건 △2015년 203건 △2016년 249건 등 총 494건에 달했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건수는 2014년 단 1건 뿐이었다.
출생신고는 해도 사망신고는 안한다…개체수 통계 ‘엉터리’
반려견과 관련한 통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제도 시행의 취지 역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등록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말소 및 재등록에 대한 통계의 부재’를 꼽았다.
2014년 동물등록제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기 전인 2000년대 후반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동물등록제 시범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꾸준한 동물 등록이 이뤄져 오고 있다. 하지만 반려견 사망 보고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정확한 사망 반려견의 수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행 동물등록제 통계는 사망에 대한 통계 없이 단순히 ‘신규 등록 수’와 ‘누적 등록 수’만이 집계되는 셈이다. 등록증을 분실하거나 내·외장형 칩의 오류·고장 등으로 인해 재등록을 하는 경우 신규 등록으로 간주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재등록이 별도의 통계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의 동물 개체 수 통계를 바탕으로 쏟아져 나오는 동물 관련 정책 역시 신뢰도를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박애경 한국애견협회 사무총장은 “동물에 대해 변경이나 사망신고도 등록 때 처럼 의무화 해 정확한 통계를 목표로 했던 동물등록의 근본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총장은 “현행 변경신고의 경우 지자체에 직접 방문해 관련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등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누구나 간편하게 변경 및 사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이용해 등록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절차의 간소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지자체 뿐 아니라 보건소에서도 동물등록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의 사례를 참고해 부처 간 조직 조율을 통해 동물등록 업무를 재편성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려인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마치 자동차처럼 취급”
동물등록방식으로 가장 많이 권장되고 있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방식도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칩이 삽입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이동하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 칩을 이식하는 행위에 대한 거부감도 내장형 부선식별장치 개체 삽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혔다.
코카스파니엘종 반려견을 7년째 기르고 있는 이주현(여·31·가명)씨는 “아직 동물등록을 하지 않고 있다”며 “동물병원에서 동물등록을 제안 받고 칩을 넣는 주사바늘을 본 적이 있는데 빨대만한 크기의 주사바늘을 보고는 바로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람도 큰 주사바늘에 대한 두려움이 큰데 강아지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건 끔찍한 일이라 생각했다”며 “칩 내장 후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등록을 안 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덧붙였다.
시추종 반려견을 수년 간 길러온 하윤정(여·27·가명)씨는 “최근 동물등록인식표를 분실했지만 재신청이나 변경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며 “동물 등록이 한창 이슈가 됐을 당시 ‘위법시 과태료 부과’라는 점이 떠올라 외출 시마다 인식표를 꼬박꼬박 챙겼지만 지금은 등록했던 사실도 잊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최인영 서울종합예술학교 SAC 애완동물학과 겸임교수는 “동물등록제를 정착시키려면 등록을 하지 않을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행의 체제보다는 미등록 개는 병원 이용을 금지시키는 등 관련 시설 이용을 허가하지 않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내장형 칩을 인식하는 방법이 권장되고 있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등록 일원화가 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고 조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 세부대책’을 발표하면서 비문인식, 홍채인식, DNA 등 개체인식 신기술 개발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이 사육마리 수 증가에 따라 유실방지 및 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 등록대상 확대를 추진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지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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