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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안중근 동상 부실 제작

정부 무관심에 제멋대로 재현된 민족영웅 안중근

실제와 다른 모습에 부실고증·역사왜곡 논란…심의규정 개선 필요성 대두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12-06 11: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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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인물을 형상화한 동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설치해 문제시 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안중근 동상 ⓒ스카이데일리
 
최근 역사적 인물을 형상화한 동상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동상이 가진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달리 표현되는 등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설치해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동상을 세울 경우 문체부가 심의를 하곤 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라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영정의 경우 표준영정심사위원에서 직접 심의 후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민족의 성웅 안중근 의사…조약한 형태의 동상 재현에 시민들 분통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근린공원에 조성된 안중근 의사 동상을 두고 각종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동으로 제작된 높이 2.5m의 동상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기 위해 달려가면서 품 안에 숨겨둔 총을 꺼내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해당 동상은 중국 민간단체인 차하얼학회가 동일한 모습의 동상을 2개 만들어 그 중 하나를 의정부시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와 운송비는 차하얼학회가 부담했다. 차하얼학회는 중국내에서도 친한파로 알려진 한판밍 주석이 주도해 만든 단체다. 안중근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한 주석은 안중근 의사 동상을 만들어 기증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동상이 공개된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해당 동상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중근 의사 동상과 주변에 마련된 추모의 벽 동판 등의 내용이 역사적 고증이 부실한 데다 조악한 모습을 띠고 있어서다.
 
▲ 의정부역 앞에 위치한 안중근 동상 주변에는 손가락이 그대로 있는 안중근 동판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쓴 것으로 알려진 편지도 역사적 고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안중근 의사 인물동판 모습(왼쪽)과 손가락이 그대로 있는 안중근 의사 손 동판 ⓒ스카이데일리
 
안중근 의사의 실제 얼굴과 동상이 닮지 않았다는 점부터 이토 히로부미 저격 당시 달리지 않았다는 점까지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추모의 벽 동판에는 안중근 의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잘린 네 번째 단지(斷指, 손가락이 잘린 부분)가 온전한 손가락으로 표현되기까지해 논란은 더해졌다.
 
동상 옆에 위치한 추모의 벽에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내용이 있다. 해당 내용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 해당 내용은 편지글이 아닌 전언이라는 게 대다수 역사학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안중근 의사가 옥중 집필한 자서전에 따르면 “울분을 참으며 용기 있게 뚜벅뚜벅 걸어 군대가 늘어서 있는 뒤편에 이르니 러시아 관리들이 호위하고 오는 사람 중 맨 앞에 누런 얼굴에 흰 수염을 한 조그마한 늙은이가 있었다. 단총을 뽑아 그를 향해 4발을 쐈다”고 적혀있다.
 
저격 당시 안중근 의사는 뛰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오래전 역사의 경우 고증에 어려움이 있어 사실 확인이 미흡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당시가 1909년으로 관련 자료가 비교적 상세하다는 점에서 역사적 고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다.
 
의정부역 앞 공원 인근 지하상가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조명환(69·남) 씨는 “안중근 의사가 존경할 만한 인물이 아니겠느냐”며 “동상을 보면 자세가 균형이 잡혀 있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과 다른 점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원을 지나는 길에 동상을 바라보던 김한식(73·남) 씨는 “안중근 의사라면 누구나 알만한 인물인데 동상은 조잡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며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역사 왜곡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동상을 세우기 전에는 실제 모습과 정확한 형상과 사실 관계에 대한 고증이 있어야 하는데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거나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시도 동상의 조약함 인정…시민단체 “동상 설치 심의규정 강화해야”
 
▲ 안중근 동상 옆에는 추모의 벽도 세워져 있다. 여기에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적혀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가 이 같은 편지를 썼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진은 안중근 동상 옆에 위치한 추모의 벽 ⓒ스카이데일리
 
‘민족의 영웅’으로 칭송되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부실한 고증을 거친 동상이 도마에 오르자 시민단체 등에서는 영정뿐 아니라 동상에 대한 심의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재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필수가 아닌 선택인 탓에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안중근 의사 동상과 관련해 시 관계자는 “검토가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동상 조성 이후 열린 의정부시 공보담당관실 행정감사에서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김현주 의원은 “안중근 의사의 네 번째 손가락이 잘린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은 상태로 동상을 만든 것은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동상 인근 추모의 벽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의정부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권재형 의원은 “그곳에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라며 설치해 놨는데 그것은 안 의사 어머니의 편지가 아니라는 주장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교찬 의정부시 공보담당관은 “(어머니가)직접 쓴 편지가 아니라 전언이 맞지만 편지라고 미화된 표현을 썼다”고 답했다.
 
윤 공보담당관은 “안중근기념관이나 안중근 추모회 등 전문기관에 자문·고증을 거쳐 미비점에 대해 보완해 추후 시민들에게 질타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내년 본예산에 7000만원을 올렸다”고 강조했다. 안중근 의사 동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결국 추가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사적 인물 동상에 대한 심의규정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에도 문체부의 동상·영정 심의규정이 마련돼 영정은 전문가들의 심의가 의무화돼 있지만 동상은 신청자에 한해서만 이뤄지고 있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고양원 문화체육관광부 전통문화과 주무관는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영정의 경우 표준영정심사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고 통과가 되면 관리를 하지만 동상에 대해서는 고증을 거치는 심의 신청이 들어올 때만 심의를 하고 있다”며 “동상의 경우 건립과정에서 심의가 필수는 아닌 셈이다”고 말했다.
 
구진영 문화재제자리찾기 연구원은 “의정부에 있는 안중근 의사 동상은 창작자의 창작성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상 모습 관련 심의를 필수로 두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만큼 동상도 심의가 필수사항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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