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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이슈]-어린이 성교육 실태

쑥쑥 크는 아이들…성추행·성희롱 잘못조차 모른다

고학년 될수록 문제 심각…유치원·저학년 시절부터 철저한 교육 필요

이성은기자(asd3cp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1-12 11: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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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어린이들의 또래 간 성추행·성희롱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어린 나이 때부터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테마파크 입구에 모인 어린이들 ⓒ스카이데일리
          
#1. 지난해 여름 초등학교 4학년인 A양은 큰 수치심을 느낀적 있다. 짧은 반바지를 입은 A양에게 같은 반 남학생이 다가와 특정 신체부위를 손가락질 하며 놀려댔다. 바지가 짧아 A양의 신체부위가 조금 보인 게 계기가 됐다. 해당 남학생은 희롱 섞인 말도 내뱉었다.
 
#2. 초등학교 2학년인 B양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 B양이 연습하고 있는 방에 난데없이 또래 남자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자 아이는 바지를 내려 B양에게 자신의 신체부위를 보여주며 “이것 봐라”라고 장난치듯 말했다. B양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유치원생·초등학교 저학년 등 어린이들에 대한 성(性)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이 빨라지면서 어린이들 간에도 이성 간 성추행·성희롱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서다.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돌이키기 힘든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찌감치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정신체부위 놀리는 성희롱 심각…“호기심 차원 넘었다” 우려 팽배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털어놓는 아이들의 성적 장난이나 놀이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한민희(32·여)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 한 명 있다. 한 씨는 어느날 딸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듣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 씨의 어린 딸은 같은 반 남자 아이가 장난을 치기 위해 몰래 바지를 내렸는데, 잘못하다 속옷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한 씨는 다음 날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와 면담했고, 결국 가해 남자아이에게는 주의 및 반성문 작성 조치가 내려졌다.
 
한 씨는 “요즘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성적 희롱이나 추행에 가까운 장난을 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저학년일 때는 모르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갈수록 도를 넘는 성적 장난이나 희롱이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장난식으로 행해지는 또래 간 성추행·성희롱 행동과 말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고 말한다.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서로 손을 잡고 걷는 남녀 어린이 모습 ⓒ스카이데일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근무하는 김지선(54·여) 씨는 “아이들에게서 거북한 성적 장난이나 놀림이 자주 벌어진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가령 ‘누구누구가 뽀뽀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가벼운 놀림거리로 치부될 정도다”고 귀띔했다.
 
김 교사는 “언젠가 대학생들이 초등학생 대상 봉사활동을 온 적이 있는데 한 남자아이가 대학생 누나에게 ‘남자친구 있느냐’고 묻고는 신체부위를 언급한 적이 있다”며 “초등학생들의 성희롱·추행성 발언이나 장난이 지나친 편이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성(性) 책임감’ 교육 중점…“시대는 바뀌는데 우리나라 성교육은 제자리”
 
대다수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이전인 유치원 단계에서부터 성교육의 범위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둔 김은영(42·여·일산동구) 씨는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이가 집에 왔을 때 기억에 남는 건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 등 성인들에게 당할 수 있는 성폭력·추행 관련 교육이 전부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예방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모르고 저지를 수 있는 성 관련행동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비디오 시청만 하고 끝나는 교육이 아니라 선진국과 같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외국의 경우 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첫 성관계 연령이 높아지고 청소년 임신율이 낮아지는 등의 실질적 효과를 보고 있다”며 “무엇보다 성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종합보건교육법을 제정해 유치원 때부터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의사·사회학자·교사로 구성된 ‘미국 성정보·교육위원회(SIECUS)’가 교재를 만든다. 특히 여학생들은 센서가 달린 인형을 1주일간 데리고 있으면서 보살펴 주는 ‘성교육용 인형 키우기’ 실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여성의 성(性)에 대해 체험하게 된다.
 
영국에선 성지식과 함께 성(性)관련 문제에 대한 대처법을 가르친다. 특히 4살 어린이에게도 인터넷의 위험성과 성교육을 함께 실시한다. 최근에는 성교육 교과 내용을 수정하고 내년부터 초·중학교 의무 성교육 수업시간에 성전환 및 성 소수자에 대한 내용도 가르칠 방침이다.
 
▲ 해외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어린이 성교육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현재는 체험형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교육이 미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노는 어린이들 모습 [사진=스카이데일리 DB]
 
유네스코는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5살 때부터 단계적으로 가르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성폭력 예방교육 대상에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2016년 유아의 성폭력과 성교육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했다.
 
하지만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친구가 불쾌한 장난을 할 때 대처할 수 있는 말’, ‘친구가 불편한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 나누기’ 등 다소 포괄적인 내용만 담겨 있어 ‘겉핥기 식 교육’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내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이른바 ‘부끄러운 놀이’가 사회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부끄러운 놀이는 아이들이 옷을 벗어 자신의 신체 부위를 보여주는 행위다. 피해 아동의 부모들이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자 유치원 측은 학부모들이 업무방해를 했다고 대응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최윤미 교육연구사는 “만 3세부터 받을 수 있는 누리과정의 5가지 영역에서 신체운동건강영역을 통해 ‘자신의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사실상 어릴 때부터 성교육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유치원에서는 생물학적 성을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역할을 경험하는 단계이므로 사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가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은)신체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져 예전에 갖고 있던 성교육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맞는 유치원의 성교육에 대해 이해하고 (유치원에)배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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