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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보름 정도 앞으로 다가 온 대선 정국에서 ‘정치검찰’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고위 검사의 비리사건과 초임검사의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터진데 이어 검찰 사령탑인 대검 지휘라인 수뇌부들의 유치하기까지 한 집안싸움과 그에 따른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퇴 후폭풍 등이 겹치면서 검찰이 다시 국민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그렇지 않아도 모두 ‘검찰개혁’을 국민공약으로 내걸고 있던 중이었다. 양 캠프의 검찰개혁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 있기도 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일정 또한 금명간 발표될 예정으로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에 이목이 쏠리는 와중이었다.
대한민국 검찰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쥔 채 특권을 누리고 있다. 장관급인 검찰총장 아래 차관급만 54명에 달하는 것 하나만 봐도 정부 전체 부처 중 가장 막강한 ‘권력라인’을 갖고 있다.
검찰을 특별히 견제할 기관은 사실상 없다. 정치권이 검찰의 견제세력이라고 보기에는 정치 자체가 너무 일탈해 있다. 탈법적인 권력지향적 속성이 강한 우리의 정치권이 검찰을 견제하면 오히려 ‘정치검찰’이 더 양산되는 왜곡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것은 직접적인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검 수뇌부에 오르기 위해 야심을 갖거나 그리고 오른 뒤에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승승장구 출세가도를 달린 수뇌부들은 대부분 정치검찰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검찰을 진정성 있게 견제할 장치가 없다. 이는 곧 검찰권력의 비대화를 만들고 특권의식을 심화시키는 동인(動因)이 됐다. 견제가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내부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검찰 관련 사건사고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대검수뇌부들의 검란(檢亂, 항명)과 한상대 총장의 사퇴는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대검 감찰본부 집계 따르면 지난 2008부터 올해까지 총 107명의 비리검사가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의 통계라는 점에서 숫자가 적지 않은 것 같지만 됐지만 ‘제식구 감찰’이라는 점과 검사라는 직위상 비리가 없이 절대 청렴해야 한다는 당위성 등을 전제해서 본다면 적지 않은 숫자다.
처벌도 솜방망이로 이뤄져 감찰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주었다. 비리검사 중 20명인 18.7%만 징계를 받았다. 파면·면직·해임 등의 중징계는 5.6%에 그쳤다.
검찰이 수사권, 정보수집권, 기소권 등을 독점하면서 전권을 휘두르다 보니 일선 검사들이나 수사요원들까지 유혹의 마수가 뻗치는 것이 근본 문제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거나 대기업 등의 형사사건의 경우는 도무지 놔두지 않을 정도로 온갖 청탁과 로비 유혹이 잇따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아무리 깨끗하려고 해도 깨끗한 검찰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검찰이 없으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안 되는 긍정적 여론 보다 검찰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섭다는 국민들이 많아지면서 ‘검찰 무용론’이 강하게 나온다.
검사 성추문 사건도 안타까운 일이다. 로스쿨 출신의 앳된 검사가 어쩌다 그런 상황에 빠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항간에는 해당검사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있기까지 하다. 법원이 계속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이 검사의 성추문 정황이 이상한 점이 있고, 그럼에도 검찰에서는 ‘조직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아 긴급체포 후 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영장청구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피의자의 혐의를 구체적인 증거로 밝히기도 전에 구속하는 것부터가 검찰의 체면을 살리는 수사인냥 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는 결국 법원의 무죄선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우고, 검찰은 스스로 불신을 키우는 상황을 자초하고 만다.
지난해만 해도 1심의 무죄선고 건수는 5772건에 달했다. 이는 6년전인 2006년의 2336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구속영장 청구 기각률은 더욱더 심각하다. 4건 중 1건이 검사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긴 셈이다. 최근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25% 안팎에 이른다.
압수수액 영장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기각률이 12.7% 달해 검찰의 권위가 크게 떨어졌다. 압수수색은 그 성격상 수사에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의 남발은 오히려 검찰이 먼저 정밀하게 해야 할 수사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상황을 만들어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요소라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검찰개혁에 대한 대선캠프의 의지는 강하다. 국민여론 역시 대선캠프의 이 같은 의지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이 모든 상황은 검찰 스스로 만들어 왔다고 봐야 한다. 지금이라고 외부의 힘 보다 내부적인 노력에 의해 검찰권력이 지나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견제기능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캠프는 대선공약으로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약속하고 나섰다. 대형 사건과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검찰의 엄정한 칼날이 제대로 세워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검찰이 지금과 같은 특혜의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정치권에 줄대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제대로 성과가 난다. 과연 하루아침에 이 같은 일이 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 캠프는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들고 나왔다. 검찰에게는 가장 예민한 부분들만 골라 공약으로 내건 셈이다. 검찰의 칼을 내려놓는 상황에까지 가더라도 현재의 잘못된 조직과 권력지향 해바라기형 검찰을 끊겠다는 심산인 듯 보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검찰은 칼이 없으면 그것이 진짜 무용지물이다. 검찰의 예리한 칼날은 유지케 하되 그것이 권력으로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면서 사후적 관리도 동시에 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 출발은 검찰이 작금의 현실이 안주하지 않고 특권의식을 과감히 던지는 것에서 시작된다. 검찰이 진정성 있게 이 일을 해낸다면 검찰 고유의 권력을 강화시키면서 국민들로부터도 신망 받는 사법정의의 최후보루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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