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건설 삼킨 김상열 빛바랜 겸손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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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05 00:25:53

최근 대한민국 경제계의 관심이 건설업계로 향하고 있다. 정확히는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사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은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라는 말로 표현되곤 한다. 대우건설은 국·내외 크고 작은 공사를 도맡아온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데 반해 호반건설은 광주·전라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이제 막 전국구로 발돋움 한 중견 건설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시공능력 순위만 봐도 두 기업의 격차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우건설은 3위에 오른데 반해 호반건설은 13위에 그쳤다. 10위권 내에서 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우선 주택사업에 치중해 온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해외 공사나 굵직한 도시정비사업 등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두 건설사 간 브랜드 인지도나 영업 전략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당장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대우건설이 가진 단기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자랑했던 호반건설 마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다양한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이번 인수합병을 주도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능력과 자질이다. 호반건설 창업주이기도 한 김 회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측면은 더욱 부각되고 부정적인 측면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김 회장은 호반건설을 직접 창업해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는 과정에서 이미 경영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질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다. 최근 호반건설을 둘러싼 각종 구설수로 인해 굴지의 대기업 오너로서의 김 회장에 대한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골프장 부지 땅장사 논란과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급과정에서의 편법분양 논란 등이 꼽힌다.

김 회장은 스카이벨리CC 골프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열사인 태성관광개발 명의로 돼 있던 골프장 부지를 개인 명의로 탈바꿈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토지의 경우 김 회장 명의 땅을 부인이나 동서가 매입했다가 최종적으로 태성관광개발이 다시 사들이기도 했다. 이럴 경우 골프장 운영사인 태성관광개발은 김 회장에게 해당 부지를 재임대해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계열사는 오너인 김 회장에게 임대료 지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급 과정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 대신 단기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단기 임대아파트로 공급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향후 분양전환 시 집값 상승분을 챙기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임대보증금을 아파트 건설에 투입된 비용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아파트 건설에 투입된 비용을 당장 충당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아파트 건설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와 동시에 집값 상승분까지 동시에 챙기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호반건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 없는, 아니 남는 장사가 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그동안 건설업계 안팎에서 겸손경영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줄곧 겸손한 인품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 외부에 나가서 사업 자랑을 되도록 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자신도 항상 근검한 자세로 경영에 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겸손경영을 앞세워 건설업계 안팎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복안이다.

하지만 최근 김 회장을 둘러싼 다양한 구설수와 이로 인한 자질 논란은 그동안 높게 평가돼 온 겸손경영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게 만들기 충분하다. 특히 법인 명의의 토지를 개인 명의로 탈바꿈 시켜 임대료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과 수익성을 위해 편법분양을 택했다는 지적 등은 결국 ‘과욕’이 불러온 참사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넓게 보면 자신을 최대한 굽히는 ‘겸손’과는 정반대된다.

이번에 호반건설이 인수하는 대우건설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소유였다. 국책은행이 정부 소유, 즉 국민들의 혈세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대우건설은 국민 소유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운영이나 재무 건전성 확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자금도 투입됐다. 이 역시 국민들의 혈세다. 국민들의 혈세로 운영돼 온 국책건설사를 인수하게 된 호반건설과 오너 김상열 회장에게 특히 많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9부 능선을 넘긴 현 시점에서 김상열 회장의 겸손경영에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금의 상황이 아쉽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