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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주년 3·1절 특집]-일제강점기 약탈보험금 미수령

일본에 넘어간 민족 치욕의 약탈보험금 ‘무려 58조’

일제 약탈보험금 피해자들 점차 고령화…정부 “日에 요구할 근거 없다”

명종원기자(cwmyu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3-01 0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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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99주기를 맞는 3.1절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 독도영유권 문제, 북핵 문제 등 우리나라와 일본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3·1절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일본은 아직도 제국주의의 몽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군사대국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조선강점,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의 주범으로서 사과는 커녕 반성조차 없다. 독일이 종전 70년이 다 되도록 끊임없이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일본제국주의가 조산강토를 36년 강점하는 동안 저지른 패악과 수탈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토지를 빼앗아 우리 조상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빼앗았다. 징용을 통해 이 땅의 남자들을 탄광노예로,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 몰았고, 꽃다운 조선처녀들을 성노예 삼아 짓밟았다. 그리고 참혹하게 학살했다. 일제시대에 당한 치욕을 여전히 우리 민족의 머리속에 생생하게 남겨져 있다. 물론 기억뿐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을 상대로 억지로 가입시킨 보험금은 여전히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규모는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무려 58조원이나 된다. 일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근거로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일본은 그렇다 쳐도 일제 보험금 문제를 대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행태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근거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의 외면과 무관심속에서 일제의 약탈보험금 피해자들은 점차 고령화 돼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제99주기 3·1절을 맞아 그 정신을 되새기자는 취지로 일제강점기의 상흔이나 다름없는 ‘일제치하 보험금 반환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은 전쟁비용 충당 등을 목적으로 조선인들에 강제적으로 보험에 가입시켰다. 당시 인구의 절반 수준인 1233명이 가입했다. 일본이 패망한 뒤 이들이 받아야 할 보험료 또한 유야무야 넘어가게 된다. 그 금액만 58조원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일제보험가입자 관련 서적 ⓒ스카이데일리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가입시킨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피해 입은 국민들을 대신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은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제는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비용 마련을 위해 당시 전 인구의 절반 수준인 1223만명을 반강제적으로 보험·채권에 가입시켰다. 당시 우리 국민들이 뺏기다시피 낸 보험금은 현재가치로 따지면 58조원(추산)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5년 보험소비자연맹(현·금융소비자연맹, 이하·금소연)을 중심으로 시민단체가 의기투합해 ‘일제강점하 민간재산청구권실태조사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보험금 반환운동을 전개했다. 하짐나 13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국회는 법 제정은 물론 실태조사 조차 실시하지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정부 역시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의 보험금 명분 전쟁자금 수탈금액 57조원 여전히 못 받아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보험료 반환금 지급 문제가 처음 다뤄지기 시작한 시기는 노무현정부 시절이다. 2005년 3월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3.1절 기념식에서 “(일제강점으로 인해) 피해자들로서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의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것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제강점기 시절 보험피해자에 대한 배상노력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후 금소연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제보험 등 피해자 보상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05년6월 일제보험피해자 해결을 위한 공청회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2월 21일 정부가 ‘보험금지급 문제에 대한 피해자 실태조사’ 실시 의사를 밝힌 것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 자료 : 조선간이생명보험통계연보(1943)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김원웅·오제세 통합민주당(현·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국회에 보상법안을 제출했으나 자동 폐기됐다. 이어 2009년 11월 같은당의 우제창 의원 외 55명이 ‘일제감정하 민간재산청구권실태조사법’안을 발의했지만 정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1982년 보상 관련 법률이 폐지됨에 따라 추가보상에 대한 근거가 없는데다 보험증서 등 관련서류를 폐기한 국민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를 두고 각 시민단체들은 “문제해결의 의지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보험 가입한 피해자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보 정권에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해 보수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보험료 반환금 지급 문제는 최근 들어 재조명 되고 있다. 현 문재인정부가 해당 사안을 직접 추진한 노무현정부를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문재인정부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보상금 지급과 관련한 특별법을 제정해 하루속히 실태조사와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태환 일제강점하 민간재산 청구위원회(이하·민재청위) 회장은 “민재청위 회원 중 올해로 102세인 회원분도 계시다”며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데 대한 정당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개인권리인 보험미지급 문제 등의 억울함을 씻고자하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일제의 강압에 의해 생명보험 등에 가입했지만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 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 300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노인들이다. 보상금을 지급받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박 회장은 “노무현정부 때 일제보험 피해자 해결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개최된 것을 계기로 지급문제가 공론화되는 듯 했으나 그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사안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아직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태조사나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다”며 “하루빨리 정부가 앞장 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태평양전쟁 등의 전쟁물자조달을 위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보험가입을 강요했다. 그 결과 당시 인구의 절반 수준인 1222만9000여 명이 조선총독부간이보험 등에 가입했다. 사진은 조선총독부간이보험증서 ⓒ스카이데일리
 
금융소비자원 보험국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보험금 지급관련 문제는 위안부 문제 등 큼직한 현안에 가려져 문제 해결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며 “제국주의 일본의 전쟁자금 조달을 위해 반강제적으로 가입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문제도 조속히 해결돼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2005년부터 (한국정부의 보험금 지급문제에 관한) 꾸준한 문제제기가 이뤄져왔지만 국회의원들이 해당 문제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아 법안이 통과되지 못 한 것 같다”며 “보상금 미지급 피해자들이 점차 연로해 지고 있어 반환요구 목소리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원한것도 아니고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가입한 보험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왜 외면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제에 돈 뺏긴 우리 국민 성토에도 정부 “보상 법적 근거가 없다”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재산을 뺏기다 시피 한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제시대 보험료 지급관련 문제로 지급이 되지 못 한 분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다”면서도 “이미 1975년부터 2년 간 보험금지급이 이뤄졌고 1982년에 관련 법안이 폐지되면서 보상의 법적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정부는 1975년부터 1977년까지 약 2년간 조선총독부 간이보험, 금융조합 예금 및 출자금 등을 제외한 일부 보험금(약 95억원 상당)을 지급한 것을 근거로 보상은 끝났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금 미지급 피해자들은 일본정부와 한국정부 모두에게서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95년 피해자들은 ‘보험금을 돌려 달라’며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6년간의 재판 끝에 일본 대법원은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교수는 “일본의 식민지 보험금 지급 관련 국제분쟁 문제는 법적으로 복잡한 쟁점이 많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미지급자들이 노쇠한 만큼 조속한 보상처리를 위한 우리사회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제강점 때부터 쌓인 보험금이 2005년 기준만으로도 58조원에 달하는 등 지급규모 문제를 놓고 김 교수는 “일본정부로부터 해당 금액을 모두 다 받아내기엔 법적분쟁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설령 전액을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우리정부가 나서 해당 문제를 공론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명종원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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