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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잔혹한 역사를 다룬 영화 ‘군함도’가 우리 문화계와 역사학계는 물론 한·중·일과 북한까지 가세돼 국내외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영화 개봉 직후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강제징용과 관련된 사안은 청산이 완료됐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반면 중국은 관영 매체 CCTV를 통해 항일대작이라고 극찬했다. 북한은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에서 영화의 응행은 일본 반동들에 대한 민족의 분노라며 자위적 핵무장을 정당화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영화를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시각이다. 일단의 평론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영화의 창작적 요소를 불편한 시각으로 보고 비판하고 나섰다. 창작 부분의 스토리와 인물들의 묘사에 흐름을 맞추다 보니 영화의 사실적 요소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고 흥행거리로 전락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 골자다. 나아가 조선인들 간의 싸움과 배반적 행태 등이 극적 흥행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들 평단의 쓴소리가 언론과 포털 그리고 SNS 등을 통해 확산되자 국내 여론도 군함도의 평가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확대됐다. 이들의 지적이 우리 역사를 진실 되게 보고자 하는 의도와 영화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적 진실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논외로 한 채 창작적 부분에 함몰돼 비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영화가 내뿜고자 하는 일본의 적나라한 만행을 가려주는 보호막이 되고 말았다.
영화나 드라마는 상식적으로 창작성이라는 픽션을 기본 모티브로 한다. 다큐멘터리 작품이 아닌 이상 일정 부분의 창작은 불가피한 부분을 넘어 필수적인 요소다. 영화는 또한 이윤논리를 따져 기획되고 제작돼 재미와 흥행을 덧대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부분들을 문제 삼아 영화 전편에 흐르고 있는 역사적 진실이 사실이 아닌 것처럼 호도되고 있기까지 하다. 일본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가릴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기에 픽션을 통해서라도 드라마틱하게 극화할 가치가 충분하다.
역사적으로 약탈 근성의 전쟁광 일본의 무자비한 폭거는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증거자료가 많다. 이를 단 2시간 러닝타임 영화에 모두 녹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극적 효과를 높여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을 각인시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을 상기하는 효과가 높다. 그런 점에서 영화 군함도의 극적효과는 일부 흠결사항이 없지 않지만 많은 부분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일본이 숨기고자 했던 사실을 반전의 배반적 독립운동가를 대척점에 세워 적나라하게 드러낸 기획은 오히려 좋았다. 일부 평단은 악질적 조선인에 대한 과잉 설정이라고 했지만 이를 통해 더 중요한 일본의 악마적 모습이 사실적으로 드러났다면 필요한 설정이었다.
이 같은 픽션들에 대해 논란들이 일자 우리 정부 당국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군함도의 창작논란과 관련해 “과거 수많은 한국인 등이 군함도에서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하게 강제 노역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외교부는 이런 사실이 국민들 모두가 아는 ‘주지의 사실’이라고까지 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아는 공지의 사실을 창작논란으로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일본의 천인공노할 만행들이 만 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 영화가 극적 요소를 가미한 점이 틀리지 않았다는 정부 차원의 단호한 해석으로 보고싶다. 과거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빠르고 명쾌하게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일본은 그들이 벌인 약탈적 전쟁과 그 과정에서 노예처럼 부리고 학대하며 잔인무도한 살인을 밥 먹듯이 한 죗값을 아직도 감추려 하고 있다. 군함도는 그 피비린내 나는 학살 현장의 상징이다. 일본은 그런 미증유의 역사적 오점이 남아 있는 군함도를 포장까지 해가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역사적 폭거를 또 저지르며 침묵하고 있다.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수없이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 정부의 논평대로 주지의 사실인데, 그런 상황의 극적 효과는 오히려 부족한 느낌마저 든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영혼들이 군함도 여기저기 얼키설키 서려 있음에도 일본은 그것을 덮고 그들만의 역사적 유물로 둔갑시킨 만행을 저질렀기에 영화는 그 이상의 더 극적인 창작으로 그려진다 해도 과잉이라고 보기 어렵다. 영화는 차마 실패한 탈출을 성공에 담아 관객들로 하여금 위로를 하게 했다. 이는 비참하게 죽어간 상황이 잘못 그려진 부분이 있지만 미화를 위한 의도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일본의 군국주의 노선을 여전히 기막힌 현실로 응시만 한 채 분노하며 바라보고 있다. 아베 정부의 몰염치한 군사대국화 노선은 과거 그들이 저지른 무차별 약탈과 강도·간간·방화 및 살인죄 등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중국은 이번에도 독일과 비교하며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를 강하게 지적하면서 개봉 전부터 군함도에서 저지른 죄악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천명했다. 우리도 이 부문에서 일본에 분명한 배상적 요구를 다시 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만들고 배급하는 영화 자체의 상업성에 도움을 줄 의도는 없지만 이 같은 상업주의를 위한 창작 노력은 거꾸로 지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상업주의와 창작이라는 부분에만 돋보기를 들이 댄 일단의 평단 지적들은 부지불식 일본의 역사왜곡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오금을 저려야 한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다 해도 더 큰 그림을 봤다면 그런 비평들은 나오기 어렵다.
창작은 예술이고 그 예술이 역사적 진실을 더욱 진실 되게 그릴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진실하고 선하며 아름다움(진선미)에 대한 미학의 추구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의 창이기에 그런 역사의 진실은 우리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가장 아름다운 미학 중 핵심가치로 꼽힌다. 동시에 일본의 추악하고 역겨운 만행을 대비시킬 수 있기에 영화적 상상력의 스토리는 배경이 진실이라면 진실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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