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히트상품은 ‘소통과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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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디지털보다 사람과의 관계 통해 더 많이 이뤄지길

손채윤 기자페이지 + 입력 2012-12-13 22:22:11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12년 10대 히트상품 중 최고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연구소는 “강남스타일은 전 세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고, 유엔에 정식 가입한 193개 국가보다 많은 220개 국가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했다”며 “선정성, 엄숙함에 대한 조롱 등 발칙함이 불황으로 억눌린 세계인의 욕망을 대리 해소시켰다”고 평가했다.

지난 7월15일 유튜브에 등록된 후 13일 현재 9억4000여건의 조회를 기록한 강남스타일은 단순한 뮤직비디오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현상으로 확산되는 등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어 누구나 손쉽게 즐기는 네크워크형 모바일 게임인 ‘애니팡’이 2위에 올랐다. 같은 종류의 동물 캐릭터 3개를 일렬로 배열해 터뜨리는 스마트폰용 퍼즐게임인 애니팡은 올해 7월 말 출시돼 3개월 만에 2000만명이 내려 받았고 하루 이용자는 1000만명에 육박했다. 게임에 관심이 없던 40~50대까지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는 등 국민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연구소는 “카카오톡을 이용, 불특정 다수가 아닌 지인들과 게임을 통해 상호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재미를 배가시켰다”고 밝혔다.

히트상품 3위는 휴대전화 갤럭시 시리즈, 4위는 차량용 블랙박스, 5위는 런던 올림픽 스타였다. 이어 에너지 음료,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관객 1억 시대의 한국영화, 캠핑상품이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올해는 말춤, 애니팡, 런던 올림픽처럼 함께 즐기는 ‘동고동락’형 상품과 갤럭시, LTE, 고급 인스턴트 커피 등 업그레이드 추구 상품 그리고 차량용 블랙박스, 에너지 음료, 캠핑상품처럼 불안과 긴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매년 이맘때쯤 발표되는 10대 히트상품의 면면을 보면 그 한해의 최대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다.

2009년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막걸리와 전 국민을 공포로 몰고 간 신종플루로 인해 그 대응상품이 히트를 쳤다. 2010년에는 최단기내 휴대폰 시장을 휩쓸어 버린 스마트폰이 인기였고 어려운 역경을 딛고 가수의 꿈을 이룬 슈퍼스타K2 무대가 회자됐었다. 지난해에는 라면은 빨간 국물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꼬꼬면 그리고 스티브잡스와 카카오톡이 최고 히트상품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히트상품을 보면 경기침체 장기화, 소득 양극화 등으로 어렵게 건너온 2012년의 최대 화두가 ‘소통과 힐링(healing:몸과 마음의 치유)’ 이었음을 보여준다.

게임이나 놀이는 혼자하는 게 아니라 함께할 때 더 즐겁고 흥과 감동이 배가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모바일 지인들과 게임을 통한 상호관계를 맺게 한 애니팡,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극적인 환희와 감동을 선사해 국민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던 런던 올림픽 스토리, 9억명이라는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말춤과 빠르고 흥겨운 비트의 강남스타일이 지인, 국민, 세계인과 공감대를 형성케 하고 소통을 하게 해줬다.

이런 소통을 위해 갤럭시와 LTE라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스트레스, 답답한 일상, 억울한 피해 등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상품도 관심이 높았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고,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런던 올림픽 스타들의 숨겨진 감동 스토리는 전 국민을 치유해줬다. 입시경쟁과 취업난에 내몰린 젊은 층 사이에서는 피로회복 기능을 표방한 에너지 음료가 빠르게 확산됐다.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또한 일상에서의 기분 전환과 휴식의 기회를 줬다. 오락, 풍자, 추억 등 감성을 자극한 한국 영화 역시 마땅히 치유받을 곳을 찾지 못한 국민들을 영화관에 모이게 했다. 등산과 골프로 양분되던 레저문화도 그 양상이 바뀌었다. 자연과의 호흡, 가족과의 교감을 위해 캠핑문화가 인기를 끌었다.

2012년은 불통의 정치권력에 맞선 ‘소통’과 경기불황에 지친 ‘힐링’ 문화가 디지털 기기를 수단으로 확산된 한 해였다. 2013년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이 아날로그적 감성 바꿔 말해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소통과 힐링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채윤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