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데일리 단독기사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현장진단]-초등학생 온종일 돌봄교실

TV 보다 집에 가는 돌봄교실 뜬금 시간연장 ‘웬 말’

학부모·학생·교사 모두 기피…“시간 보다 질적 개선 우선시돼야”

배수람기자(baeba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4-13 16:13:18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돌봄교실’은 저소득층, 맞벌이 부모들을 대신해 학교에서 방과 후 학생들을 돌봐주는 보육 프로그램이다. 돌봄교실은 지난 2004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 5998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최근 현재 돌봄교실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저출산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해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키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육아의 어려움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또 저출산은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온종일 돌봄 체제 구축’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그동안 저학년 위주로 운영되던 돌봄교실은 앞으로 적용대상이 늘어나고 운영시간도 확대된다. 이를 통해 근본적인 저출산 문제를 차츰 해결해 나가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반대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돌봄교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한 후에 시간을 확대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가 돌봄교실 확대 운영을 둘러싼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정부의 온종일 돌봄 체제를 구축을 둘러싼 잡음이 무성하다. 학부모와 교사, 대상이 되는 학생들은 현행 돌봄 교실의 문제점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간을 늘리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하교하는 자녀를 학원에 데려다 주는 워킹맘 ⓒ스카이데일리
 
정부가 추진 중인 ‘초등학생 온종일 돌봄 체제 구축’이 시행 전부터 정책 수혜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발발에 부딪혔다. 이미 현재 시행 중인 돌봄 체제에 대해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들은 내용의 개선 없이 외형만 확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아이들 덩그러니 방치하는 돌봄교실…“TV보면서 시간만 때우다 집에 가요”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저학년 위주로 시행되는 돌봄교실을 앞으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확대시키고 운영시간도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취지다. ‘돌봄교실’은 저소득층, 맞벌이 부모들을 대신해 학교에서 방과 후 학생들을 돌봐주는 보육 프로그램이다.
 
현재 정부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교돌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마을돌봄’ 등으로 구분해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부는 정부의 온종일 돌봄 체제 구축 방침에 발맞춰 올해부터 5년간 한해 1만4000명씩 총 7만명 규모로 초등돌봄교실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파트 및 주민자치센터 등 지역 내 공공시설을 활용한 마을돌봄의 규모도 현재 9만명에서 19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2022년까지 정부는 전체 초등돌봄 규모를 현재보다 20만명 늘어난 53만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평균 2200억원, 총 1조1053억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그런데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두고 학부모와 교사, 심지어 어린 학생들조차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시행 중인 돌봄교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않은 채 외형만 키우는 것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생 가운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공적 돌봄을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의 12.5%에 불과하다. 정부는 초등 돌봄교실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로 공급부족을 꼽고 있지만 실제 돌봄교실 정책의 수혜자인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의 생각은 크게 달랐다. 현행 돌봄교실 내용 자체가 부족 측면이 많아 이용하기 꺼려진다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 자료: 교육부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권민선(13) 양은 “돌봄교실을 해본 친구들이 있는데 다 재미없고 흥미를 못 느낀다고 했다”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교실에서 TV를 고보고, 친구들이랑 장난치다가 엄마가 데리러 오면 집에 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권 양은 “학교가 8시 30분까지 등굔데 부모님이 일찍 출근해야 하는 친구들은 7시에 미리 학교에 와서 돌봄교실에 머무르는 친구들도 더러 있다”며 “만약에 부모님이 돌봄교실 하라고 하면 혼자 집에 있더라도 안 한다고 할 거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4학년 박준현(11) 군은 “아는 동생이 돌봄교실을 하는데 뭘 하는지 자세히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재미없어서 가기 싫다고 했다”며 “차라리 친구들하고 학원을 다니면서 어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돌봄교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학생들 간식비 및 프로그램 운영비, 보육전담사 인건비 등을 충당한다. 학교 혹은 지자체의 재정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이 천차만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획한 돌봄교실은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 경쟁률이 치열한 반면 단순 시간 때우기에 불과한 프로그램을 갖춘 돌봄교실은 이름이 무색하게 텅텅 빈 실정이다. 정부 정책으로 추진 중인 돌봄교실에서 조차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5학년 자녀를 둔 강찬영(48·남) 씨는 “사실 학원 하나라도 더 보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긴 하지만 부모 퇴근 시간까지 종일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건 아이에게 못할 짓인 것 같아 돌봄교실을 신청한 적이 있다”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돌봄교실에서 있었던 얘기를 해주는데 아들이 만족해 하길래 올해도 신청했지만 결국 순위가 밀려 떨어졌다”고 전했다.
 
반면 정반대의 목소리도 상당했다. 워킹맘인 정현선(여·38·가명) 씨는 “아이가 1학년 때 돌봄교실을 다녔는데 프로그램이 빈약해 신청자가 적어 몇 명만 돌봄교실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어차피 학원도 보내야 해서 결국 돌봄교실을 보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강지연(여·40대) 씨도 “학원비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돌봄교실 보다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 하교 후 아이를 바로 학원으로 보낸다”며 “퇴근 시간이랑 돌봄교실 운영 시간이 맞지 않아서 신청을 포기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프로그램의 질적 문제다”고 꼬집었다.
 
강 씨는 “사교육만큼은 아니더라도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실제 이용한 학부모들의 평가가 좋다면 전적으로 맡기는 건 몰라도 고민은 해볼 것 같다”며 “현재는 방과 후 수업이랑 다르게 부모 퇴근 시간까지 마냥 아이를 교실에 붙잡아 놓는다는 인식이 강해 아이에게 미안해서라도 맡기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역·학교별 프로그램 질적 차이 천차만별, 불우가정·문제아만 남는 돌봄교실도 적지 않아
 
교사들도 돌봄교실 운영시간 확대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업무를 교사들이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엔 운영시간이 확대되면 교사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금도 교사들의 업무 과중 현상으로 돌봄교실 프로그램의 질적으로 미흡한 상황에서 시간을 늘리면 지금보다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 대부분의 교육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돌봄교실을 위해서는 양질의 프로그램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운영 중인 돌봄교실이 질적으로 미흡한 문제가 교사들의 업무 과중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전문교사 도입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사진은 일일 돌봄교사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
 
경북 소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최은진(29·가명·여) 씨는 지난해 돌봄교실을 전담했다. 최 씨는 “돌봄전담사가 따로 아이들을 봐주긴 하지만 결국 예산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고 이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건 모두 교사의 업무로 지정돼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짜 필요에 의해서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반대로 부모가 맡기 싫어서 돌봄교실로 내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그러다 보니 저소득층, 문제아 위주로 돌봄교실이 꾸려지는데, 이렇게 되면 돌봄교실 당초 목적과는 크게 벗어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교사 임효정(31·여·가명) 씨는 “작년에는 전담교사를 예산 부족으로 온전히 배치하지 못했다”며 “학부모들이 시간을 늘려달라고 민원을 넣었는데 추가 수당이 부담돼 결국 교사들이 다른 중요한 업무 제쳐두고 돌아가면서 돌봄교실을 관리했다”고 하소연했다.
 
임 씨는 “교사랑 보육교사는 엄연히 다른데 학교니까 교사가 알아서 책임져라 식의 처사는 말이 안 된다”며 “학교별로 프로그램이 중구난방이고 질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도 이처럼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정책 시행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행 돌봄교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적으로 현재 시행중인 돌봄교실의 문제점을 해소한 후에 시간을 늘려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단지 시간만 늘린 돌봄교실은 결국 교육현장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온종일 돌봄 구축 제체가 마련되면 당연히 지금보다는 질적 확대도 이뤄질 거라고 본다”며 “그러나 시간을 늘리고 적용대상을 확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저출산이나 일·가정 양립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돌봄교실이 학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력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정 교수는 “일부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복지 제도가 아니라 희망하는 학생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용률을 높이고 교사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좋아요
    0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뺀살 만큼 쌀 기부하는 퍼네이션 기업이죠”
비만과 결식 문제해결 위한 ‘운동쌀알’ 플랫폼...

미세먼지 (2018-09-21 13:30 기준)

  • 서울
  •  
(최고 : 8)
  • 부산
  •  
(최고 : 13)
  • 대구
  •  
(최고 : 7)
  • 인천
  •  
(최고 : 13)
  • 광주
  •  
(최고 : 9)
  • 대전
  •  
(최고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