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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가 온다<162>]-전문 동물구조대 신설 필요

“정부, 만만한 게 소방관”…동물구조 업무 전가

지자체들 “예산없다” 동물보호체계 붕괴…“소방청 내 전담반 설치해야”

권이향기자(ehkwo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5-26 0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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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동물구조 시스템은 중구난방으로 운영되는 탓에 애꿏은 소방관들이 법에 규정되지 않은 각종 구조활동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재나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소방업무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동물 구조활동을 전담할 새로운 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지난 3월 30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국도에서 25t 트럭이 갓길에 정차한 소방펌프 차량을 들이받아 아산소방서 소속 소방관과 실습생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소방관들은 ‘도로에 개가 줄에 묶여있다’는 신고를 받고 구조 활동을 벌이던 중 당한 참변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구조·보호 전담기관인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목소리와 함께 법률에 규정된 범위를 벗어난 동물구조 활동에 내몰리는 119구조대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소방관들, 업무 범위 벗어난 동물구조 활동 내몰려
 
특히, 이번 기회에 소방청 내 전문구조반을 설치해 동물구조 활동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동물구조·보호·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업무범위는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는 동물 포획과 퇴치’다.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하면, 단순 유기동물 구조·포획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야생동물의 경우 환경부와 지자체가 담당한다.
 
하지만 일반시민이 구조가 필요한 동물을 발견한 후 위해동물인지, 유기동물인지 즉각 판단해 담당 기관에 신고하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소관기간이 어디인지 알지 못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119 소방본부에 신고하고 있다.
 
소방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구조출동건수 80만5194건 중 생활안전 출동건수는 42만3055건으로 전체 52.5%를 차지했다. 이 중 벌집제거 37.4%(15만8588건), 동물포획 29.8%(12만5423건), 잠금장치개방 16.5%(7만194건)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동물포획 출동 12만5423건 중 고양이, 조류, 고라니 등 위해동물이 아닌 경우 출동건수가 5만961건으로 전체 동물포획 출동건수의 40.6%를 차지했다.  
 
▲자료 : 소방청 [도표=배현정] ⓒ스카이데일리
 
지자체, “예산·인력 없다”…국내 동물보호 시스템 붕괴
 
박정민 동신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소방구조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도 비(非) 긴급 동물구조 신고를 받으면 소방대원들은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소방 업무가 아니더라도 구조작업에 나선다”며 “이로 인해 소방관들이 구조 작업 중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반적인 검토를 통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방청 119생활안전과 방장석 소방경은 “동물구조 업무는 단순한 구조에 그치지 않고 동물보호와 관리업무로 이어진다”며 “소방서 내 동물보호 시설이나 관리 직원이 없어 동물보호단체나 담당기관으로 안내할 수 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이중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방 소방경은 “동물 구조 활동을 벌이게 되면, 긴급구조나 화재현장 구조인력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동물구조·보호 사업의 운영주체인 각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법률에 정해진 유기동물의 구조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단체나 지역 내 동물병원 수의사를 통해 동물보호·관리 사업을 위탁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 내에 동물 보호·관리 담당자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위탁기관의 유기동물 보호관리 상태를 점검 하고 있다”면서도 “동물 구조와 동물보호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고 인력도 모자라 상당수 지자체들은 담당 업무를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또한 “구조된 동물을 시민이 보호하겠다고 나설 경우 오히려 민간단체인 동물보호단체에서 동물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형편이다”며 “이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치와와 '바리'는 유기견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채 발견됐다. 병원 이송 후 바리는 심한 내상과 골절로 확인돼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바리는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입양됐다.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사진=카라]
 
전문구조대 신설·구조업무 민간이양 등 대안 필요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 타령만 하며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애꿎은 119소방대원들의 동물구조 업무만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동물구조체계가 부재한 현실에서, 소방청 산하에 전문 동물구조반을 신설해 ‘동물구조’라는 특수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소방대원과 수의사가 연계된 동물 구조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동물구조 활동에 투자하는 나라는 프랑스다. 이곳 소방대는 동물구조에 대비해 수의사를 상시 배치하고, 수의사에게 별도의 소방 계급을 부여하고 있다. 또 소방대원들은 수의사나 동물전문기관을 통해 전문적인 동물구조 교육을 받고 있다.
 
독일 소방센터는 별도의 동물구조 차량과 전담인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활동이 아닌 비응급 생활안전 출동의 경우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바이에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작센 등 3개 주는 유기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의 구조 활동 후 반려인에게 비용을 청구한다. 또 개·고양이 등의 단순 유기동물 포획과 보호는 각 지역의 ‘동물 택시’나 동물보호단체와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동물구조회사와 제휴를 해 회사들의 활동에 따라 수당이 지급되는 등 민간에 이양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동물구조 전문 인력 양성하는 한편,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동물구조 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이향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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