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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거취와 관련된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핵심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리보전을 할 수 있느냐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임명권이 정부에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금융계 CEO에 대한 얘기가 이처럼 흘러 나오는 이유는 한국의 금융산업이 그만큼 정치권 입김에 좌지우지 돼 왔음을 방증한다. 특히 MB 정부와 여러 연결고리로 이어진 금융계 MB측근 인사들의 거취는 더욱 그렇다. 현 정부의 막후 금융사령탑인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MB의 고려대 직속 후배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2010년 7월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을 일으킨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임기도 가장 짧게 남아 새 정부 들어 나머지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 포기에 이어 1년여 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마저 무산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앞서 터져 나온 베이징 술자리 사건 역시 어 회장의 리더십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스카이데일리는 ‘MB의 금융맨들’ 두 번째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성과와 낙하산 CEO가 갖는 한계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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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다가 금융산업 독과점 폐해 우려 등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포기했다. 또 ING생명 한국 법인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면 부실화된 제일저축은행은 떠 안아, 지난해 1월 KB저축은행을 출범시켰다. 사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또 80% 이상 국민은행에 편중된 금융지주의 계열사 지형을 바꾸기 위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해 비은행 사업 부문을 확대하고자 밀어붙였지만 결국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말았다.
반면 부실화돼 2011년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현 KB저축은행)만 고스란히 떠 안으면서 지난해 9월말 누적기준으로 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어 회장은 M&A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금융계열사 다양화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이를 놓고 낙하산 인사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어윤대 회장이 M&A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낙하산 인사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얼마 남지 않은 임기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뉴시스>
◇전형적인 낙하산 논란, 임기 채울까=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적인 MB맨인 어 회장은 올 7월 임기가 끝난다.
어 회장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으로 취임 후 KB금융의 조직 체질개선에 적극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KB금융지주의 약점이라는 비은행 사업 확장에서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리더십에 손상을 입게 된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욕심을 냈지만 사외이사 간의 갈등으로 까지 번져 결국 지난달 이사회에서 인수는 좌절됐다. 또 우리금융지주 매각 작업과 관련해서는 국내 금융산업의 독과점 폐해 우려 등 반대 여론과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인수를 포기했다. 우리금융 인수 추진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도덕적 해이도 불거져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 목표달성률은 KB국민은행이 63.2%로 꼴찌였다.
대출을 미끼로 적금이나 예금을 강요하는 ‘꺾기’는 KB국민은행이 1위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12개 은행의 꺾기 적발은 1407건(284억원)으로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이 6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금융권의 CD금리 담합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터져 나온 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조작 파문은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로 꼽힌다.
▲ 자료:KB금융그룹 ⓒ스카이데일리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탐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졌고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어 회장은 이에 대해 다른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마저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예대마진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보호에도 미온적”이라며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시스템 위기 시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고 금융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어 회장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독립산업이 아니라 공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대한 탐욕 논란이 비등해지고 사회책임 압박이 강해지자 이를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ING 인수 좌절과 베이징 술자리 소동=어 회장은 M&A를 통해 KB금융의 약점을 보완하려 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보험사 인수였다. 80% 이상 국민은행에 편중된 금융지주의 계열사 구도를 감안하면 비금융사업 확장은 당연한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9월 KB금융이 ING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일부 사외이사들이 보험업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2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보험사를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며 인수를 반대했다.
어 회장은 사외이사들의 수익성 악화 등에 따른 반대에도 불구하고 ING생명 인수를 거듭 강조해 왔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베이징 술자리 소동이 벌어진다. KB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한 어 회장이 사외이사 7명 등과 가진 저녁 술자리에서 과음을 하고 ‘왜 ING생명을 인수하지 못하게 하느냐?’며 술잔을 깨뜨리는 소동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어 회장의 ‘베이징 취중 소동’은 이사회 결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 문제의 베이징 술자리 소동이 벌어진 다음 날, KB금융그룹 중국현지법인과 북경지점의 동시 개점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된 기념식. 사진 왼쪽부터 김종범 북경지점장, 구태진 KB국민은행 사외이사, 박재환 KB국민은행 사외이사, 김동근 한국금융감독원 북경대표처 수석대표, 왕윤종 중국한국상회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 백용천 주중대한민국대사관 재경관,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 박영호 SK그룹 부회장,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조첩 북경시 조양구 금융반 부주임, 진소운 중국현지법인 동사장, 오갑수 KB국민은행 사외이사, 김대식 중국현지법인장.<사진=KB금융>
인수 무산이 결정된 후 이사회는 “경제여건이 불투명하고 저금리 장기화, 가계부채 문제, 유럽 재정위기 등 금융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등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거듭돼 온 KB금융의 지배구조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낙하산 인사 관행부터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하산으론 한국 금융의 미래를 볼수 없다=지난해 9월 ‘KB금융지주 출범 4주년 기념식’에서 어 회장은 “KB국민은행이 대한민국 최대 최고 은행으로 재도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권 최초 총수신 200조원, 스마트뱅킹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며 그 이유를 덧붙였다.
어 회장은 또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78조, 당기순이익 2조3730억이라는 괄목할만한 재무적 성과를 보였다”며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1500억을 기록하는 등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ING 인수 추진과정에서 드러났듯 MB정부의 울타리 안에서도 낙하산 인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낙하산 CEO는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이견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특징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낙하산 CEO는 주어진 임기도 제대로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만들기 어렵다. 낙하산 CEO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맡길 수 없는 이유다.
특정 지역 출신이 금융계를 장악한 것도 문제다. 국내 6개 주요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부산·경남(PK) 인맥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MB맨인 강만수 KDB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합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진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하동, 신동규 NH금융지주 회장은 경남 거제로 모두 PK 출신이다.
또 정치권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도 부산이 출신지다. 여기에 금융당국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남,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대구,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부산 출신이다.
탕평 인사를 들고 나온 박근혜 당선인의 숙제로 남았다.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누구 |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대표적인 게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였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한때 우리금융지주 인수도 추진했지만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 각계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계획을 접어야 했다.
반면 어 회장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학자 출신으로, 취임 후 KB금융의 체질개선에 적극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어 회장은 특히 고려대 총장 시절 특유의 집행력과 3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CEO형 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어 회장은 경남 진해 출신으로 경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를 시작으로 경영대학 교학부장, 교무처장, 기업경영연구소 소장, 경영대학원 원장 등 고려대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년 2월 고려대 총장으로 취임해 2006년 12월까지 역임했다. MB정부가 들어선 2008년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으며 2010년 7월에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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