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무시한 전기요금 기습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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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 무시한 전기요금 기습 인상

이창호 기자페이지 + 입력 2013-01-10 01:27:58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9일 지식경제부는 전기요금을 오는 14일부터 평균 4.0% 인상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제출하면 전기위원회에서 심의해 인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지경부에 따르면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는 전기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8일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자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인상을 승인한 것이다.

한전은 2012년 한 해동안 두 자리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전기위원회에 제출했다 거푸 반려당한 바 있다. 그때마다 한달에서 두달 정도의 시간을 갖고 전기위원회가 열렸으며, 인상 수준은 한전이 원하는 수준으로 결정된 적이 없다. 이번처럼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하고서 하루만에, 그것도 전기위원회가 열리지도 않고 전기요금 인상이 결정된 적은 한번도 없다. 정부와 한전 사이에 긴밀한 협조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대선이 끝난지 이틀만인 지난해 21일에는 수도요금 인상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오는 27일에는 민자고속도로 통행료의 인상도 예고됐다.

대선이 끝난 뒤 정권이 바뀌기 전에 공공요금이 들썩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은 공공요금을 올리기가 힘들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현 정부에서 공공요금을 올려주는 ‘선물’을 남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유종의 미’ 중 적어도 한가지 공공요금 인상은 확실하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공요금이 대선이라는 정치이벤트의 결과로 급격하게 오른다는 것은 그동안 공공요금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결정돼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공공요금 중에는 최소한의 원가보전이 안되는 선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이나 전기같은 기본적인 재화의 공급이나 대중교통 등 공공성이 강한 요금은 사회복지 측면에서 세금을 들여 비용을 마련한 것이다. 공공요금 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어느정도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공공요금이 오르는 과정에서 그동안 만들어둔 공공요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제도틀은 유명무실해졌다. 단지 정부의 이해득실에 따라 공공요금의 인상시기를 정하면서 공기업은 부채만 늘고 공공서비스 이용자들은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면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절차가 기능을 못한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반드시 바로잡고 다른 공공요금 역시 정권의 이해득실에 따라 춤추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창호 lch9856@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