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씨, 어울리지 않는 잠행 대선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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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출마 여부 안개속...“당당히 출마 선언해야” 여론

스카이 비평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10-29 12:00:1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융대원)의 신드롬이 10·26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나날이 확대일로다. 아예 대선판도의 예비 후보 중 으뜸으로 굳어진 양상이다. 안 원장이 단 한 번도 대선출마에 대해 뉘앙스조차 풍기지 않았으나 안 원장은 이미 대선가도의 1등주자로 확고하게 올라섰다.

민영통신사 뉴시스가 서울시장 선거직후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는 이 같은 판도를 잘 보여주었다. 조사결과 안 원장은 45.8%의 지지율을 보여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얻은 41.2% 보다 4.6% 포인트를 앞섰다.

지난달 6일의 여론조사에서는 안 원장이 42.4%, 박 전 대표가 40.5%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었다. 서울시민들의 민란으로 비유되고 있는 10·26 선거가 안 원장의 대선가도 행보에 확고한 징검다리가 돼 준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서는 ‘대세론 박근혜’를 도무지 넘어설 대항마가 없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조사결과다. 이 조사로만 보면 안 원장은 예비 대통령에 준하는 인기를 받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자 마자 이 같은 ‘안풍’ 바람을 거세게 몰아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안 원장은 지난 28일 융대원장과 함께 겸직 중이던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 원장 직에서 돌연 물러났다.

융기원은 정부와 경기도가 1425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했고, 경기도는 매년 35억원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지난 24일 한나라당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안 원장이 정치에 개입할 경우 예산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안 원장 측은 이에 대해 “즉각 물러날 생각도 있었지만 선거에 이슈가 될까 봐 선거 뒤로 미뤘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안풍의 인기몰이는 추가 탄력을 받으면서 급상승 중이다. 노심초사했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서울시장 선거 이후에도 불어대는 안풍 바람에 숨을 죽이고 있는 형국이다.

안 원장이 사표를 낸 시점을 보면 그가 대선가도를 밟고 있다는 생각을 읽게 한다. 또한 박원순 시장에게 선거 막판 24일 ‘사적 편지’를 전한 시점도 기가 막힌 정치적 감각이다. 융기원의 사퇴도 어차피 고려해야 할 수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융대원의 사퇴시점까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 원장은 본인이 원하든 싫든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선가도를 가고 있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확고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어중간한 행보를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정치권에 뛰어든 것을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의 대선출마는 큰 변수가 없는 한 100%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리틀 대통령’(서울시장)이 되기보다 나라의 권부를 향해 줄달음쳐 가고 있음이 묻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선후보가 되려면 안 원장이 진짜 버려야 할 것이 있다. 정치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매력이다. 안 원장은 욕심과 사심을 반드시 버려야만 매력이 커지는 묘한 흡인력을 가졌다. ‘정치인 안철수’, ‘제3신당 안철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것이다.

안 원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전한 편지에서 “이번 시장 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 이번 선거만은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욕심이 전혀 없는 이미지의 그만이 할 수 있는 듯 한 화두다.

그럼에도 안 원장은 그가 말한 것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정치적 타이밍을 감안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선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모든 것이 끝날 일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에게 안 원장의 사심과 사욕이 읽히면 그것은 그의 이미지에 비추어 곧 추락이다. 또한 정치적 야망 없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더 큰 거짓말임을 안 원장은 새김질해야 한다. 안 원장은 지금 국민적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면서 스스로는 정치적 기만을 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안 원장이 국민들에게 미래 희망을 주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잠행을 통한 타이밍 기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담보한 진검승부로 정치에 입문해도 1년여 남짓한 대선게임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안 원장은 대선행보에 대해 분명한 소신과 입장을 그의 평소 행동과 같이 거침없이 피력해야 한다. 기성정치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스카이 비평 기자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