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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의혹을 놓고 법원과 검찰의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사법부 바로 세우기’란 명분을 등에 업은 검찰은 관련 혐의자들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법원은 ‘검찰이 영장청구를 남발하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영장청구를 줄줄이 기각하는 등 양측의 힘겨루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분위기다.
법원과 검찰의 지속된 대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 역시 엇갈리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사법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사법부의 존엄성을 흔드는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질서를 수호하는 주요 기관의 대치 상황이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는 쪽으로 점차 국민 여론이 모아지는 점이 주목된다.
‘사법부 바로 세우기’ 명분 앞세운 검찰 맹공에 법원 맞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발생한 ‘사법농단’ 의혹의 주요 내용으로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판결 지연과 ‘KTX승무원 해고 무효소송’ 패소판결 등을 대가로 상고법원 도입 등을 청와대에 요구한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일선 법원의 예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특정 법관의 사찰, 또는 인사 상 불이익을 준 블랙리스트 의혹 △기밀문서 유출 의혹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5월말 전 사법부 고위층을 대상으로 수사에 들어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출국금지 시키고 관련 증거 확보를 시도했다. 동시에 전·현직 법관 소환조사에 속도를 냈내는 한편 수사인력을 추가 투입하며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아울러 ‘법원이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국민여론을 십분 활용하며 법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법원도 맞불을 놨다. 검찰수사 초기 사법농단 의혹 문건이 담긴 PC 하드디스크 제출을 거부했다. 또 재판관련 문건을 유출한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기각을 시작으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고영한 전 대법관, 신광렬·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핵심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정치권 등에 업은 검찰, 사법부 독립 앞세운 법원 상대 주도권 잡을 것”
현재 검찰과 법원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곤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게중심은 점차 검찰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현 집권 세력까지 합세해 검찰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직권남용을 굉장히 포괄적으로 적용을 해왔었는데 최근 들어 법원이 직권남용 부분을 굉장히 소극적으로 그리고 아주 세밀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지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향후 재판에서 직무권한에 대한 부분, 직권남용에 관한 부분이 분명히 적용될 텐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고 말했다.
판사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 역시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 판결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 소송에 관여할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음으로 직권남용 여지도 없다는 이유 구성이 개운치가 않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다른 재판에 관여할 직무권한이 없으니 무언가 남용이 있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예고인가. 이것이 일반 법 상식에 맞나”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말하면 꼬리 자르기다”며 “모든 사법농단 사태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조직적 범죄인데도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려고 하는 거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처음에 터졌을 때 임종헌 차장을 사직시키고 마무리하려고 했다”며 “그 프레임은 이미 작년 3월에 짜여진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출신이 아닌, 한마디로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분이 아니다”며 “결국 한 사람이 총대를 매고 책임져야 되는데 제일 만만한 임종헌 차장을 작년 3월에 이미 택해서 잘라낸 거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법원의 잇따른 영장청구 기각과 고위공무원의 직권남용 무죄 판결 움직임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보호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기각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은 만큼 무리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해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현 집권세력 측에서 법원의 영장기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결국 주도권은 검찰이 쥐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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