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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경영 금융업<62>]-5대 금융그룹·은행

사상 최대 실적잔치 시중은행에 드리운 불황 그림자

사상 최대 실적 신기록 이후 신뢰도 하락, 영업환경 악화 등 악재

정민구기자(marcel@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10-31 00: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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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금융권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만한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은 악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사진은 ‘리딩금융’으로 불리는 KB국민은행 ⓒ스카이데일리
 
 
최근 사상 최대 실적 신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우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은행권에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과 더불어 앞으로의 영업환경 또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3분기 국내 시중은행들, 누적 순이익 10조원 돌파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은행·KEB하나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그룹·은행들이 최근 발표한 3분기 누적 순이익 총액은 10조3848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10조6385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석 달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국제적인 금리 상승기와 맞아 떨어져 가계대출에서 비롯된 이자이익이 20조원을 넘어선 결과로 분석된다.
 
리딩금융인 KB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688억원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2위인 신한금융(2조6434억원)을 2200억원 넘게 따돌렸다. 두 금융그룹 모두 올해 순이익 ‘3조 클럽’에 무난히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사상 최대 순이익인 1조9034억원을 기록했다. KEB하나금융은 지난 2005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1조8921억원을 달성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금융은 나란히 올해 순이익 ‘2조 클럽’에 입성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NH농협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7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9%나 늘어났다.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벌써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금융지주·은행들의 높은 실적은 은행의 선전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됐다. 특히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발생하는 ‘예대마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20조5990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이 4조51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4조1972억원), 신한(4조1289억원), KEB하나(3조9252억원), NH농협(3조8355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높은 예대마진 의존도, 높은 부실채권비중 등 정치적·사회적 부정적 인식 확산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자료=각 은행. ⓒ스카이데일리
 
최근 국내 은행권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시선은 곱지 못하다. 각종 악재 때문이다. 우선 전반적인 은행의 수익성과 관련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발 빠르게 올린 반면 예금금리 높여주는 데는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해 예대마진을 최대로 챙겨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예대금리차는 지난 2016년 말 2.19%p에서 지난해 말 2.30%p, 올해 8월 2.33%p 등으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것은 ‘금리장사’다”면서 “금융감독원은 대출금리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부과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과도한 예대금리차에 대해 집중 감독해 금리 인상 근거에 문제가 있을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성평등 문제가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의 ‘유리천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권 직급별 여성 비율 현황’(3분기말 기준)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부행장(전무) 72명 중 여성은 2명(2.8%)에 불과했다.
 
각 은행별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부행장급 임원이 각각 18명과 11명 등이었으나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나은행(부행장급 24명)과 국민은행(19명) 등도 여성 임원은 각각 1명씩에 그쳤다. 은행 내 여직원 비율은 관리자급 이상 고위직에선 낮았으며 하위직군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연봉도 낮고 근속기간도 짧았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자료=김병욱 의원실. ⓒ스카이데일리
 
김병욱 의원은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올해로 30년이 됐지만 은행권의 2등 정규직 문제는 ‘고용에 있어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한다’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정신이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에 만연한 고용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특정 은행에 대한 비난도 가차 없이 이어졌다. 농협은행의 경우 국제회계 기준을 이용해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아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주현 민주평화당 의원은 ‘은행별 적립금 및 적립비율’을 조사한 결과,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타 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고객에게 빌려준 자산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설정한 계정으로 적립비율이 높을수록 손실 흡수 능력이 크기 때문에 금감원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100% 이상으로 충족을 권고한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보면 지난 2015년에는 타 은행 평균은 80%에 달했으나 농협은행 50%에 그쳤다. 올해 8월에도 타 은행 평균은 124%, 농협은행 81% 등이었다. 자산건전성 분류상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은 올해 8월 기준 타 은행 평균은 1조3175억원이었으나 농협은행은 2조2946억원이나 됐다.
 
정부대출규제, 경기악화 등 수익성 악화 악재 산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금융권의 영업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의 대출을 원천 봉쇄한데다 31일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이른바 ‘주담대’를 비롯 부동산 관련 대출 자산이 늘면서 은행 수익도 덩달아 커지는 손쉬운 수익구조가 깨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희라 기자] 자료=한국은행. ⓒ스카이데일리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 대출액(원화기준)은 지난해 말 현재 660조4000억원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말(384조9000억원) 대비 71.6% 급증했다. 은행이 가계에 빌려준 자금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지난해 말 전체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이 463조7000억원으로 70.2%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최근 일단 낮아지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율과 관련, “안정화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가 크고 현 수준에는 높은 게 사실이다”며 “더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응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가계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 칼을 빼 들었다. 일례로 31일 DSR 기준은 현재의 100%에서 80% 수준으로 강화되는 총량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현재 시중 은행들이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 관행에서 기업대출로 방향을 틀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마음 놓고 돈을 빌려줄만한 기업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최근 내놓은 ‘2018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중소기업 대출(원화)은 한 달 전보다 5조4000억원 늘어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6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5조9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한국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의 법인대출 취급노력 등 영향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처럼 은산분리의 적용을 받지 않게 만드는 정부의 규제 철폐가 선행돼야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카카오뱅크 본사 내부. ⓒ스카이데일리
 
그러나 앞으로는 이 조차도 여의치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국내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벌써부터 우량 중소기업으로 꼽히던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신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된 결과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GM 문제로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1차 충격이 가해진 상태에서 현대·기아차의 고전으로 우리나라 부품업체들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며 “과거 외환위기 이후 쌍용차나 대우차에 주채권은행으로 물렸던 조흥은행 꼴 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전했다.
 
주목되는 사실은 앞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먹거리로 삼을만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십여 년 전부터 은행권이 입을 모아 외쳤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나 투자은행(IB) 강화 등 생존 전략이 ‘립 서비스’에 그쳤기 때문이다. 개인대출은 막혔고 대기업은 돈을 쌓아 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칫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제조업뿐만 아니라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이뤄진 금융권 구조조정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면서 “당분간 은행들이 마케팅 경쟁에 나설 것은 자명하지만 이보다 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사업 다각화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길만이 살 길이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과거형 은산분리나 개인정보 등 빅데이터 활용 규제 등을 손 봐서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민구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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