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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뜨거운 목포·꾸지뽕 신안…무한한 관광자원

[목포-신안-제주①] 봄 초입서 만끽한 남도 맛과 서해 풍경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2-08 09:49:52

▲ 맛 칼럼니스트 유성호
필자는 음식 칼럼을 쓰지만 문화관광축제 평가위원으로 전국 축제를 다닌다. 지난 1일부터 2일까지는 전남 목포와 신안을 둘러봤고 마침 제주에서 축제가 열려 평가위원으로 바닷길을 헤치고 달려가 2박3일을 머물렀다. 총 3박4일 여정에서 만난 사람과 음식 이야기를 2회에 걸쳐 풀어 본다.      
 
<1일차>◇목포 오거리식당과 만호동 일대=서울서 아침 일찍 KTX를 타고 목포로 내달렸다. 2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식사 한 끼 먹으러 오갈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내리자마자 역 인근 오거리식당을 찾았다. 영산로와 해안로가 만나는 오거리에 있다고 해서 식당 이름을 지었다. 지난해 한번 찾은 집인데 워낙 손맛 좋기로 유명해 이번에도 별다른 반항(?) 없이 일행의 예약에 따랐다. 
 
이날도 역시나 뻑적지근한 남도 상차림을 선보였다. 홍어는 봄, 겨울 없이 사계절 메인으로 나오고 생선구이는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양새다. 밑반찬도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여름과는 판이하다. 제철 식재료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자연의 순리에 맞는 신토불이 재료와 가장 쌀 때란 의미다. 그래서 식당 주인과 손님, 누이와 매부에게 모두 좋은 셈이다. 
 
메뉴 중에 총리밥상(2만5000원)이 있다. 이낙연 총리가 전남지사 때는 물론 총리가 된 후에도 이 집을 찾았다. 그래서 개발한 메뉴인데 풍성한 남도 밥상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식당은 그 사이 리모델링을 했는데 이 총리가 앉았던 의자만큼은 바꾸지 않았다. 의자 뒤에는 ‘VIP'라는 매직 글씨가 써 있다.   
 
목포 9미란 게 있다. 세발낙지, 홍어삼합, 민어회, 꽃게무침, 갈치조림, 병어회, 준치무침, 아귀탕과 우럭간국을 칭한다. 오거리식당서 총리밥상을 시키면 이 중 두세 가지는 맛볼 수 있다. 철이 맞으면 그 이상도 가능하리라.   
 
▲ ①목포 오거리식당 이모저모 ②목포 북항 자연산현대회센터 이모저모. [사진=필자제공]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으로 알고 지내던 최성환 목포대 사학과 교수가 식당을 찾아온 것이다. 최 교수는 마침 목포 원도심 도시재생 관련 행사 준비 차 식당 근처에 있다가 일부러 들른 것이다. 목포를 내려오기 전 최 교수께 서울 도시재생 실패사례를 경계하고 연착륙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이날 만남에서 꼭 반면교사를 삼아 풀어보겠다고 말했다.   
 
식후 ‘뜨거운 감자’ 목포 구도심 만호동 일대를 두서없이 걸었다. 초행인데다가 해설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목포근대역사관1관을 지나 걷다보니 지역 해설사 모임에서 진을 치고 손님맞이를 했고 환영 플래카드가 관광객을 반겼다. 운 좋게 전남문화관광해설사협회 전영자 회장을 만나 약간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인인 목포 출신 김판삼 작가의 ‘못난이’ 작품이 전시된 곳을 비롯해 목포를 ‘뜨거운 감자로 삶아버린’ 손혜원 의원과 연관된 건물을 콕콕 집어서 알려줬다.    
 
과장 좀 보태서 개미 한 마리 안 지나 다녔다는 만호동 거리에 대형 관광버스가 줄지어 들이 닥치고 있었다. 오거리식당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30년 동안 목포 홍보한 것 보다 손혜원 의원이 3일 한 게 더 효과적”이고 말한 의미를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손혜원 민주당 의원으로 인해 연초 대한민국 최고의 핫 플레이스가 된 목포 원도심 만호동 일대 전경. [사진=필자제공]
  
◇천사 섬 신안, 천사대교 개통=목포 만호동에서 신안군 경계로 들어섰다. 목포와 인접한 가장 가까운 섬은 신안군청 소재지인 압해도다.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서 가야한다. 압해대교의 해상교량 길이가 1420m인 닐센아치교 형태 다리다. 다리 개통으로 목포에 있는 신안군청과 유관기관이 압해도로 이전해 명실상부한 신안 군정 전초기지가 됐다. 지난해 들렀던 신안군청과 군수실 앞에 결재를 받기 위해 줄지어선 군청 공무원들의 모습이 선하다.   
 
압해도를 거쳐 암태도를 가려면 전에는 뱃길 밖에 없었다. 1시간 물길을 가야 했는데 천사대교 개통을 단 7분으로 줄었다. 총 길이 7.2km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긴 다리다. 천사섬을 상징하는 의도적 길이인 1004m 사장교와 1750m의 현수교가 공존하고 오르막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재미난 다리다. 설 연휴 때문에 이날 7일까지만 임시개통하고 3월초에 정식 개통한다.    
 
신안군 주요 섬에는 국내 최대 규모 꾸지뽕나무 재배단지가 형성돼 있다. 팔금면, 안좌면, 암태면, 자은면 4개 섬 130여 농가가 42만㎡에서 재배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신안군꾸지뽕가공특화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다. 꾸지뽕나무는 신안군 특화작목으로 군은 생산, 가공, 체험관광과 연계해 6차 산업 표준모델 사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산업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본 칼럼에 소개했던 박우량 신안군수 역시 꾸지뽕나무, 건정민어, 양파, 낙지 등 관내서 나오는 식재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상태. 군이 보유하고 있는 땅에 꾸지뽕나무가 촘촘하게 심겨져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바위로 이뤄진 암태도를 거쳐 자은도로 가기 위해선 은암대교를 건너야 한다. 천사대교, 압해대교보다는 비교적 짧은 655m 짜리 다리다. 자은도는 신안의 보석 같은 곳이다. 특히 섬 가장 서쪽에 위치한 분계해변은 낙조가 아름답고 고운 모래사장으로 유명하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은 연인송 숲이라 불린다.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준다는 전설을 담은 연리지 소나무도 있다.  
 
자은도 북쪽에서 서쪽으로 무려 9개의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북쪽 둔장해변을 시작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신돌, 외기, 내치, 양산, 그리고 분계해변으로 이어진다. 둔장해변이 가장 크지만 관광객은 분계해변에 많이 몰린다.  
 
▲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 임시개통 첫날 전경과 해변이 아름다운 자은도 여러 해변 중 가장 서쪽에 있는 분계해변 전경. [사진=필자제공]
  
◇다시 목포, 북항 낙조보며 먹는 자연산 회=입도한 길을 되짚어 신안의 섬들을 빠져나와 다시 목포에 닿았다. 해가 뉘엿 눕자 서쪽 하늘이 주홍빛을 머금는다. 홍시보다 더 붉은 선홍의 서해 낙조가 보이는 북항 ‘자연산현대회센터’ 2층에 자리를 잡았다. 비록 건물 때문에 바다가 활짝 열리진 않았지만 낙조가 바다로 사라지는 진풍경만은 용케도 보였다.  
 
예약을 해 놓다보니 이미 한 상 뻐근하게 차려져 있었고 진홍빛 한우육사시미 한 접시를 따로 내왔다. 회집에서 육사시미를 맛볼 줄이야! 하기야 물고기나 육고기나 둘 다 날 것이니 회는 맞다. 요란한 스끼다시로 얼추 배를 불리자 농어, 광어, 도미 등이 살포시 누워있는 메인회가 식객을 위해 제공됐다. 스끼다시를 좀 줄이고 회 두께를 더 두툼하게 늘리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한 집이다. 식사가 무르익을 무렵 신안꾸지뽕농업법인 장웅조 대표가 도착했다. 서울서 처음 뵙고 열흘만의 재회다.  
 
해가 완전히 수평선 뒤로 가라앉았다. 선홍빛 하늘이 서서히 검푸르게 변하더니만 이내 캄캄해졌다. 내일 아침이면 목포여객터미널서 배를 타고 제주로 향해야 했다. 21회째 맞는 탐라국입춘굿 축제가 처음으로 문화관광 육성축제로 선정됐기 때문에 이를 보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소인 신아비치호텔 앞 포장마차서 아쉬운 목포의 마지막 밤을 달랬다. 
 
점심과 저녁에 먹은 회의 비릿한 맛을 잡기 위해 매콤한 김치찌개를 시켰다. 결과는 대실패. 매운 맛을 완전히 덮고 있는 설탕의 단 맛 때문에 속이 더 니글거렸다. 목포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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