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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십시일밥

“한 끼 식사라도 청년들의 고단함 달래줄 수 있죠”

경제난 시달리는 청년위한 한 끼 식사 지원…작은 도움이라도 큰 힘 돼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3-02 0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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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시일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무료식권 봉사활동으로 2014년 한양대학교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들은 수업과 수업 사이에 빈 시간을 활용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식권을 주기위한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이윤지(여·24) 대표(왼쪽), 이지은(여·24) 부대표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수업이 없는 시간을 활용해 학교 내 식당에서 1시간 동안 주방업무를 도와주고 있어요. 노동의 대가로 받는 임금으로 학교 식권을 구입해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죠. 작은 도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누군가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은 열사람이 한 숟가락씩 보태면 한 사람에게 밥 한 그릇을 나눌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형편이 어려운 한 사람을 돕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자신들의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하고 밥을 굶는 학생들을 위해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의 이윤지(24·여·대표), 이지은(24·여·부대표) 씨를 만났다.
 
수업없는 1시간 쪼개 함께 나누는 청년문제…작은 선행이 세상 바꾸는 커다란 힘
 
십시일밥의 설립 배경에는 경제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자리잡고 있다. 교내식당에서 친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뒤 빈 식판으로 리필받아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을 본 학생들이 모여 설립됐다. 십시일밥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공강시간을 활용해 교내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배식과 설거지, 테이블 정리, 식권 판매 등을 돕는다. 벌어들이는 시급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식권 판매와 배식은 평균 5500원, 식기 세척은 7000원이다. 10명이 1시간씩 식기 세척을 하면 7만원이 되고 이를 돈이 아닌 3000원짜리 식권 23장으로 받는다. 이렇게 적립한 식권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기부된다.
 
한양대에서 시작된 십시일밥 프로젝트는 건국대, 연세대, 경희대 등으로 확산되면서 현재 전국 29개 대학, 3200여명의 봉사자들이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이윤지(여·24)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십시일밥은 지난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최우수상을 비롯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스카이데일리가 인터뷰한 ‘십시일반’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서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학생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십시일밥’은 따뜻한 밥 한끼가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은 이윤지(여·24) 대표, 이지은(여·24) 부대표 ⓒ스카이데일리
 
“십시일밥은 당시 한양대학교에 재학중이던 이호영 씨가 설립했어요. 다른 대학교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교내식당에서 학생 2명이 밥을 먹는 걸 봤다고 해요. 그런데 한 명의 학생 앞에만 식판이 있고 다른 학생은 식판이 없었죠. 알고 보니 한 학생이 식사를 다하면 그 식판을 갖고 옆에 있던 학생이 다시 식사했던거죠.”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호영 씨는 대학교에는 빈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청년빈곤, 대학생 빈곤이 주변에 있다는 걸 느꼈고 도움을 주기위해 단체를 만들었어요. 저도 처음에 학생 식당에서 수업이 없는 시간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리고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식권을 사 식사를 거르는 학생들에게 나눠줬죠.”
 
현재 사무국에서 십시일밥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이윤지 대표는 이전부터 남을 돕는 일에 항상 앞장섰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봉사뿐 아니라 폴란드에서 환경봉사, 태국과 미얀마에선 여성아동인권을 위한 교육봉사를 해왔다.
 
“학교에서도 십시일밥은 이미 좋은 사회혁신 사례로 알려져 있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십시일밥을 접하게 됐어요. 하루에 한번은 꼭 가는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자신의 하루 일부분을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너무 보기 좋아서 십시일밥에 참여하게 됐죠.”
 
십시일밥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이지은 부대표는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처지에 놓인 대학생들은 학비뿐 아니라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 등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이 여러모로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벌죠. 학생들은 이렇게 번 돈에서 식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고 해요. 하루에 한 끼만 먹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하루를 버티는 경우도 있죠. 사실 조금만 보태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당사자들에겐 그 차이가 크죠.”
 
“그래서 저희는 하루에 한 끼 식사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마음놓고 밥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평범한 학생들에겐 그저 하루 한 끼에 불과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동정의 대상아닌 동반자 인식…청년문제 개인탓 돌리는 사회분위기 개선돼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약 3379만원)를 넘었지만 일부 국민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특히 10년 넘도록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세인 청년(20∼39세)이 3만2000여명에 달한다. 돈을 벌면서도 기초수급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역시 10만 명이 넘는다.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청년 가운데 21.7%(3만2537명)는 10년 이상 수급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
  
▲ 이윤지 대표와 이지은 부대표는 대학생을 위한 무료식권 활동에서 더 나아가 빈곤한 청년들에게도 따뜻한 밥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잘 모르고 지내지만 우리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끼니를 거르는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은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사진=십시일밥]
 
무능력자로 분류되지 않은 청년(10만1150명)이라고 쉽게 가난을 탈출하는 것도 아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 증감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9분기 가운데 6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지난해 2분기에 한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가끔 몇몇 사람들은 식사를 거를 정도로 어려운 대학생이 얼마나 많겠냐고 묻곤 해요. 심지어 그렇게 어려우면 대학교를 가지 말고 등록금낼 돈으로 생활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죠. 사실 저는 이게 악순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인생을 시작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밥 한 끼라도 지원받는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어요.”
 
이윤지 대표는 형편이 어려운 청년에게 밥 한 끼가 가진 의미는 누군가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하고 있다는 동반의 의미도 내포됐다고 말한다. 십시일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끔 후방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 대표와 이 부대표는 청년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사회분위기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시대에 청년들은 꿈과 열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의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현실이 너무 버거워요. 지금 보다 나은 삶을 살기위해선 취업을 잘해야하고 이를 위해선 학업과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하죠.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에겐 꿈같은 일이에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학생들도 있고, 하루하루 아르바이트하며 잠잘 시간도 부족한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죠.”
 
“과도한 경쟁사회를 한순간에 해결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가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있잖아요. 작은 도움이라도 형편이 어렵거나,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겐 분명 큰 도움이 돼요.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함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해요. 식사라는 끈을 통해 우리가 당신들의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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