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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토픽<3>]-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정의 가면 쓴 악마들의 횡포에 멍드는 민주주의 발상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후 극적 타협·합의…일부 폭력시위에 모멘텀 상실

박선옥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14 12: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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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을 흔들고 있는 이른바 ‘노란조끼’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작년 11월 유류세 인상에 대한 항의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는 점차 마크롱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돼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번져갔다. 자동차에 비치해야 하는 노란색 비상용 안전 조끼를 입어 ‘노란조끼’ 시위대라 불리는 이들은 지난 주말(11일, 현지시간)에도 어김없이 스물여섯 번째 시위를 이어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 차례 대국민담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안을 내놓았으나 시위대는 국면 전환하기 역부족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째 주말마다 파리를 중심으로 폭력적 시위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노란조끼를 지지하던 시민들이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노란조끼의 규모도 지난해 11월 약 30만 명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10분의 1 정도로 참여인원이 줄어들었다. 외신들은 노란조끼가 초기에 내세웠던 명분에서 변질되면서 정의의 가면을 쓴 추악한 악마들의 횡포나 다름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노란조끼 시위의 출발과 진행과정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취재했다.

▲ 프랑스정부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오일 소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유류세 인상을 발표하자 자동차를 생계수단으로 이용하는 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자동차에 비치된 노란 형광색 안전조끼를 입고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주말마다 파리 중심가에서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다. 시위의 발단이 된 사태가 원활하게 마무리됐음에도 시위는 초기 성격을 잃고 변질된 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중심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한 트럭이 도로에 쓰러져 불타고 있는 모습 [사진=The Guardian]
 
지난해 11월 17일 이후 26주 간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소식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들렸다.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이들의 시위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뭉쳐서 나섰다는 특징 덕분에 초기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시민 스스로가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과거 프랑스 시민혁명과 유사한 성격으로까지 평가됐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방식은 극우·극좌·온건파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친 양상을 보였다. 시위대의 요구가 다양하다는 점은 어떤 조건도 그들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공통적인 한 가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었다는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고 노란조끼의 위세도 점차 수그러드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두 차례 대국민담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안을 내놓았으나 시위대는 국면 전환하기 역부족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6개월째 주말마다 파리를 중심으로 폭력적 시위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노란조끼를 지지하던 시민들이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시민들을 대놓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정의의 가면을 쓴 악마들의 추악한 횡포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류세 인상에서 촉발된 생계형 시위…부자대통령 향한 서민들의 분노
 
‘노란 조끼’ 시위에 처음 불을 붙인 것은 마크롱정부의 유류세 인상 정책이었다. 2018년 마크롱정부는 환경오염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유류세를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 오염의 주범인 오일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장려한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유류세 인상은 시위대가 거리로 나서게 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트럭을 운전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이들이 기름값이 오르면 생계 유지에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마크롱 대통령 취임 이후 부자들 편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돼 있었다.
 
특히 유류세 인상으로 전기차 수요를 유도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정부가 르노와 푸조 등 전기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위해 국민들의 혈세를 강요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친기업 정책을 폈다. 프랑스는 현재 법인세가 33.3%인데 이를 2022년까지 25%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프랑스 자동차 산업 육성을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란조끼의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프랑스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의 SNS 영상이었다. 지난해 10월 ‘자클린 무로’라는 여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궁 주방의 그릇을 바꾸고 수영장을 새로 짓는 것 이외에 세금을 어디에 쓰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던 마크롱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영상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으면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수면 위로 분출됐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부 정책에 프랑스 국민들은 분노했고 유럽에서 가장 세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프랑스 세제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집회에 나섰다. 11월 17일 첫 번째 시위가 벌어졌다.
 
  
▲ 지난 4월 15일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축을 위한 기업인들의 거금 기부가 잇따르자 노란조끼 시위대는 서민들의 어려움은 외면하던 부자들의 위선이라며 분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4월 25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중산층 노동자의 소득세를 내리겠다고 약속하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euronews 캡처]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던 이들은 점차 정부의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노란조끼는 정부가 서민을 압박하고 부유층에는 유리한 정책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더 악화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매 주말마다 거리로 나서 ‘마크롱 퇴진’을 외쳤다. 친환경 정책에 반발한 생계형 시위로 시작한 노란조끼 시위는 점차 누적된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의 출구가 됐다.
 
언론은 노란조끼 시위를 현대판 ‘프랑스 혁명’이라고 불렀다. 파리의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 한복판에서 주말마다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고 경찰은 최루탄을 터뜨렸다. 성난 시위대의 행동은 점차 과격해졌고 일부 시위대는 고급 레스토랑이나 명품 상점의 유리창을 파손하고 자동차 등 시내 곳곳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 대응 또한 수위가 높아져 곤봉은 물론 장갑차까지 등장해 파리 시내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타협과 양보로 한 발 물러선 마크롱, 폭력시위로 변질된 생계형 시위
 
취임 초 59%를 기록했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불통과 오만의 이미지로 인해 하락하던 차에 노란조끼 시위를 계기로 지난해 12월에는 27%까지 내려갔다. 마크롱 대통령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이었다. 더욱이 시위가 거듭될수록 강도가 격렬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하며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무력 충돌 역시 잦아져 프랑스 사회의 불안과 혼돈이 극에 달했다. 언론들은 ‘노란 조끼’ 시위가 1968년에 있었던 68혁명 이후 50년 만에 프랑스 최악의 폭력 시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국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월 유류세 인상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고 프랑스 전역에서 진행되는 국민과의 ‘사회적 대토론’에 나섰다. 국민을 직접 만나 진지하게 정책을 설득하는 대토론회를 계기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하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조차 “마크롱의 퍼포먼스는 성공적이었다”며 “아름다운 순간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4월 15일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노란조끼 시위가 다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마크롱 대통령은 4월 25일(현지시간) 엘리제궁에서 대국민 TV 담화를 통해 중산층 노동자의 소득세를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에 어느 정도 응하되 국가적으로 필요한 개혁은 추진해 나가겠다며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담화를 통해 50억 유로 규모의 소득세 감세를 약속하면서 프랑스 국민들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초 내렸던 부유세 폐지 결정은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부유세 폐지에 관해서는 2020년에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부유세 폐지는 생산을 촉진시키기 위한 개혁이지 부자들을 위한 선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정치·재계 인사들을 키워낸 ENA(국립행정학교)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ENA는 프랑스 정부가 고급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소수정예 고등교육기관이다.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 프랑스 역대 대통령 등 고급관료가 대부분 이곳 출신이며 정·재계에 이 학교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 엘리트 양성학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노란 조끼 운동이 많은 프랑스 국민들에게 변화를 향한 분노와 조바심을 느끼게 했다면서도 그들의 요구가 ‘정당한 요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시위대의 (폭력적) 행동으로 운동 초기에 널리 지지를 얻었던 정당한 요구들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폭력 시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 6개월여 주말마다 계속된 노란조끼 시위대의 진압에 나섰던 프랑스 경찰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률이 예년에 비해 2.5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올해 들어 나흘에 한 명 꼴로 경찰 자살자가 늘어났으며 그 주요 원인으로 노란조끼 시위대의 폭력적 시위양상과 경찰에 대한 분노와 증오로 인한 스트레스가 꼽혔다. 사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에게 애도를 표하기 위해 모인 프랑스 경찰관들 [사진=TheLocal.Fr 캡처]
  
마크롱 대통령의 양보와 타협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계속됐다. 하지만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개혁운동 성격의 시위는 점차 일부 집단의 폭력시위로 변질돼 갔다. 명분 역시 희미해져갔다. 프랑스 노동절인 지난 1일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대는 노동조합, 무정부주의 단체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이번 노동절 집회에는 최소 15만명이 참석했다. 일부 시위대가 상점의 유리를 부수는 등 집회는 폭력적으로 변모했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BBC에 따르면 노동절 집회에서 380명이 체포됐고 경찰 14명을 포함해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부 ‘노란 조끼’ 시위대의 폭력적 양상은 지난 6개월간 프랑스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폭력 시위에 점차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해져갔다. 파리 시민들은 이제 ‘노란조끼 시위는 그만하면 충분하다’면서 폭력과 파괴가 반복되는 일상에 피로감을 표했다. 프랑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는 노란조끼 시위에 70%이상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올 2월에는 56%가 시위를 멈추기를 바란다고 응답했다.
 
시위에 참여하는 노란조끼 인원도 대폭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거의 30만명에 가까웠던 시위대 규모가 최근에는 몇 천 명으로 떨어졌다. 노란조끼 운동이 탄력을 잃어가고 일반 국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로는 시위대 초기의 명분을 잃고 점차 폭력과 증오를 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이 꼽혔다.
 
폭력시위는 경찰, 그리고 프랑스 국민들에게까지 위협으로도 작용했다. 주말마다 샹젤리제 거리를 비롯한 파리 중심가에서 시위대의 방화와 파괴적 행동으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거리의 상점들이 일부 과격한 시위대에 의해 약탈당하는가 하면 소중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적 유물이 파손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의 폭력적 행위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시위대 진압에 앞장서야 했던 프랑스 경찰들의 자살 사례도 늘어났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올 초부터 4월 29일까지 전국에서 자살한 경찰관 수는 28명이다. 한 프랑스 경찰은 나흘에 한 명 꼴로 경찰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을 ‘대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이 35명인 것과 비교하면 약 2.5배 증가한 수치다. 프랑스 언론은 ‘노란 조끼’ 시위 등으로 인한 근무환경의 악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위대의 분노는 그들을 진압하는 경찰에 대한 증오로 이어지고 그 증오심이 경찰들에게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안겨주면서 경찰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셈이다 .
 
프랑스의 작가 올리비에 푸리올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위한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레미제라블’을 잊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노란 조끼’ 시위대를 ‘레미제라블’의 혁명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현재 국제사회 눈과 귀는 명분과 동력이 약해져 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대가 ‘레미제라블’의 영웅들로 남을 수 있을지, 그리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들과 평화적 합의점을 찾아 상황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박선옥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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