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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팀장, 이승구·문용균·나광국 기자]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기업의 상속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현행 상속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정치권 및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부과하고 있는 현행 상속세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행 상속세제는 ‘부의 대물림 차단’이라는 과세형평성에 무게를 두다보니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기업의 토대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상속세율 인하 등 합리적인 제도 개편을 통해 기업의 세부담을 줄여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사전·사후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속세율 인하·폐지 등 상속세제 개편 필요성에 여·야 공감
최근 정치권에서는 ‘기업들이 상속세가 무서워 매각을 검토하는 등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라는 의견에 공감하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상속세율을 낮추는 등 현행 상속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움직임도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의 국회의원들은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우리나라 상속세 명목최고세율은 50%로 OECD의 평균인 26%의 2배에 달한다”며 “주식할증과세를 감안하면 65%까지 치솟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는 기업을 계속하려면 정부에게 절반 이상을 빼앗겨야 한다는 뜻이다”며 “이러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세계 어떤 국가도 이런식으로 상속세 제도를 운용하지는 않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징벌적 상속세 제도를 고집하면서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원활한 기업 승계를 위해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과도한 사후요건으로 가업상속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행 상속세제는 경제 활력을 북돋우고 가업승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며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42%) 수준이나 그 이하로 낮추는 내용으로 관련 법 개정안을 곧 발의하겠다”고 피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가업상속세를 공제하거나 인하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내 제조업에서 가족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85%정도 된다”며 “대부분이 국가산업을 지탱하는 기업들로 이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명문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당위론적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가업상속세율을 두부 자르듯이 ‘몇 %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냐’는 쉽게 예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다양한 진단과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어느 수준의 완화가 적절하고 사회적 이견이 적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업상속세 공제로 경제수지나 기업환경이 바로 살아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경제는 심리다”며 “경제가 심리라는 측면에서 중견·중소기업에서 가업상속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해왔고 충분히 들어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 내 가업승계TF에서 적극 논의하고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학계 “국내 기업·경제 살리기 위해선 현행 상속제도 개선해야” 한 목소리
학계에서도 최근 국제적인 추세가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기업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상속세율을 인하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아울러 최대주주 주식 상속 시 할증과세와 관련해 경영권 프리미엄에 근거한 주식 할증평가는 경영실적, 성장잠재력, 대외 위험도, 경영진의 능력과 성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할증률의 적정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과세근거가 취약한 현행 할증과세 방식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이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며 “미국도 부부합산 2240만 달러(255억원 이상)이 돼야 상속세를 부담하도록 하는 등 세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최근 상속세와 관련된 국제적 추세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 돈이 아닌 미래가치를 상속하는 것이므로 주식 상속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며 “실현되지도 않은 이익에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고 꼬집엇다. 이어 “결국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을 사라지게 만들고 국가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고 경고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도 초창기인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적용대상과 공제규모가 확대됐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기업인은 많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피상속인이 10~3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 최대 500억원까지 세금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공제한도가 지난 2008년 이전에 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는 적용대상과 공제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공제를 받은 상속인은 상속개시일부터 10년 동안 업종·지분·자산·고용 등을 유지해야 하는 등 사후 관리 요건이 외국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업상속공제보다는 증여를 통한 가업승계를 선호하는 등 제도 활용률이 저조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18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계획이 있는 기업의 대부분이 ‘자녀에게 승계하겠다’라고 응답했다. 가업승계 과정에서의 주된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 69.8%로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소유권 승계 방법에 대해서는 ▲증여(24.5%) ▲상속(2.1%) ▲미결정(61.7%) 등으로 각각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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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성일] ⓒ스카이데일리 |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부가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규정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해당 제도가 본격 도입된 2008년 이후 고용유지와 경제활력 제고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는 객관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제도 개편논의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는 실질적으로 기업을 소유한 특정계층에 대한 상속세 인하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정부와 국회는 가업상속제도 운영의 성과와 문제점 등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제도개편에 대한 방향설정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상속세 감면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창출하고 사업소득 증대를 통해 경제활성화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기업의 영속성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은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대상 확대 및 사전·사후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제도 도입 목적의 정합성이 떨어지게 된 지금 시대 상황에 맞게 변경돼야 한다”며 “단지 상속이라는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경영권의 불안정을 겪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위해 대기업이라고 예외를 둘 필요는 없고 피상속인 및 상속인의 요건을 대표이사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며 “사후관리요건이 너무 엄격해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실무상 활용도가 낮으므로 그 요건을 완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승구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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