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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철강업계 위기

뿌리산업의 꽃 포스코·현대제철 드리운 ‘탁상행정리스크’

지자체·환경부 과도한 처벌에 대규모 피해 가능성…노조 임단협도 걸림돌

조성우기자(jsw5655@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6-25 0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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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우(왼쪽) 포스코 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스카이데일리
 
국내 철강업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글로벌 철강사들은 타 국가는 적용하지 않는 환경규제로 인해 고로(용광로)를 정지할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관계부처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의 위기를 틈탄 노조의 실력 행사 가능성도 철강업계 위기를 가중시키는 악재로 꼽힌다.
 
산업현장 모르는 탁상행정에 한국경제 초유의 사태 직면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철강산업은 ‘산업의 쌀’이라 불려왔다. 철강을 사용하지 않는 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주식인 ‘쌀’에 비유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철강업계 빅2로 불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내외적 어려움에 봉착해 국가경제의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전라남도·경상북도, 충청남도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각 지자체가 고로 정비 시 안전밸브(이하·블리더)를 개방한 것에 대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조업정지 10일이라는 행정처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대기환경보전법상 방지시설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임의로 블리더를 개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역시 블리더 개방은 실정법상 위법이라며 지자체의 조치에 힘을 싣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는 해당 지자체로부터 각각 지난 4월, 5월 조업정지 10일 정지 사전 통지를 받았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경우 충청남도로부터 지난 5월 조업정지 확정을 통보받은 상황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 철강업계는 일제히 각 지자체 처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블리더 개방은 안전상 필수적인 요소이며 블리더 개방시 배출되는 잔류가스에 의한 환경영향은 미비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고로 조업정지 10일 처분은 사실상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고로의 안전밸브 개방은 고로의 폭발방지 및 근로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이다”며 “배출되는 가스 대부분은 수증기이고 배출되는 고로 내 잔류가스는 2000cc 승용차가 10여일 간 하루 8시간씩 운행할 경우 발생하는 양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현정] ⓒ스카이데일리
   
철강업계는 지자체의 판단 기준인 대기환경보전법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 31조 1항 2호에는 ‘방지시설을 거치지 아니하고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장치나 가지 배출관 등을 설치하는 행위.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철강업계는 이를 두고 고로 정비 시 고로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지면 외부 공기가 고로 안에서 내부 가스와 만나 폭발할 위험이 있어 안전밸브를 열어 잔류가스를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철강업계는 해당 법을 철강산업에는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브리더 개방을 불법이라 보는 것은 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는 고로 안전밸브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다. 세계철강협회도 온도, 압력, 가스구성비가 일반적인 작동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블리더를 수동으로 열어 고로의 잔여가스를 대기로 방출하며 이는 잠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폭발성 대기가 형성되는 것을 방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부처 간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마땅한 대비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조명균 환경부 장관은 “조업정지에 따른 손해를 경제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안 될 일이다”며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고 선을 그었다.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지자 관계당국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산업부)는 환경당국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부랴부랴 민관협의체 구성에 나섰다.그러나 아직까지 가시화 된 성과는 없어 철강업계의 고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너무 심한 처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로 브리더 개방의 대안책이 존재하면 이해를 하겠지만 현재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보호도 산업과 공존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산업이 멈추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회사 위기 외면한 노조의 실력행사 예고에 포스코·현대제철 전망 암울
 
환경당국과의 갈등과 국제 정세 불안 등을 불학실성이 커진 철강업계는 ‘노조’라는 거대한 장애물과도 마주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상 첫 임단협에 돌입했으며 현대제철 역시 창립 이래 처음으로 5개 사업장 단일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 모두 첫 임단협인만큼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왼쪽)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스카이데일리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존재한다. 대표 교섭 지위를 한국노총 소속 포스코노조가 임단협 교섭 테이블에 앉아있다. 포스코 노조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의 의견을 포함한 총 25개 요구안을 수립했다. 이번 요구안에는 △기본급 7%(14만원) 인상 △상여금·성과금 800%+800% △임금피크·호봉정지 폐지 △정년연장·정년퇴직 연말 1회 실시 △통상임금확대 △명절상여금 100% 지급 △의료비지원 확대 △임단협 타결 격려금 신설 △노동이사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포스코는 첫 임단협 교섭인데다 사측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무리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임단협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노동이사제 도입 등 이견을 보이는 사안도 존재한다. 포스코노조는 대대적인 출정식을 단행하는 등 사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 향후 노사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등 5개 사업장 단일 교섭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5개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금속노조 필수 요구안 등을 공통 요구로 정했다. 또 성과급 영업이익의 15%, 정년연장 등 각 지회별 별도 요구안도 제시안 상황이다.
 
이들은 공동교섭-공동투쟁 노선 방침을 확정했다.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매년 임단협 기간에 크고 작은 파업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 현대제철 노조가 실력행사를 전개할 경우 현대제철 모든 사업장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노조와의 갈등이 철강업계의 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각종 도전요소에 직면 철강업계에 노조와의 갈등이 붉어지면 자칫 해당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해외 주요 철강사의 사례를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대표 철강사인 US스틸의 경우 제조업 경쟁력 약화 및 노사 갈등으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설비합리화 등을 통해 반등에 나섰다. 특히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됨에 따라 부활의 날개를 펴개 됐다. 실제로 US스틸 노조의 경우 적자 지속으로 인한 실질적 임금 인하에 동의했으며 현재는 개별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산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실적, 환경문제만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노사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노사 모두 현재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대화를 통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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