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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인보사 사태

“부실검증·규정무시, 인보사 사태 아닌 식약처 사태”

허가 과정서 안전성·유효성 우려 제기…“정부 제약바이오 성과내기 동원”

임현범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30 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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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보사 사태를 둘러싸고 식약처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허가심사 과정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허가를 내줘 부실검증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코오롱신사옥 ⓒ스카이데일리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의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인보사)가 출시 2년 만에 퇴출당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식약처)를 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허가심사 과정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허가를 내줘 부실검증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일각에선 이번 인보사 사태를 두고 식약처가 자초한 ‘식약처 사태’라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내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정책에 발맞춰 성과내기에 급급하다보니 제대로 된 검증보단 정무적 판단에 의해 허가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새어나오고 있다.
 
두 차례 걸친 중앙약심 회의, 2달 새 ‘불가’에서 ‘허가’로…“규정 있으나마나”
 
식약처가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실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중앙약심)에선 인보사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수차례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와 관련된 규정마저 식약처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에 열린 1차 중앙약심 회의에선 인보사가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인보사가 동물실험이 아닌 인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설명할 수 없고, 기존 치료보다 유효성이 개선됐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단순히 골관절염 증상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이 오히려 더 크다는 게 1차 중앙약심의 판단이었다. 당시 중앙약심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증상의 완화를 위해 유전자치료제의 위험성을 가져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두 달 뒤 6월에 열린 2차 중앙약심에선 돌연 결과가 달라졌다. 골관절염 치료제로서 연골구조 개선이 없더라도 관절기능 및 통증 개선을 보인다면 유전자치료제의 유효성으로 적절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1차 중앙약심에서 지적된 단순 증상완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결과는 유전자치료제 품목허가 관련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생명윤리법 생물학적제제(유전자치료제) 등의 품목허가·심사규정 등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는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제가 없거나 현재 이용 가능한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성 및 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된 경우에 한해 허가가 이뤄진다.
 
특히 식약처는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인보사 허가를 거들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약심위원이 해당 품목허가 규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자 식약처는 “관련 규정은 2000년에 도입됐으며 당시 연구개발 초기 경험이 부족한 유전자치료제의 무분별한 연구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생각된다”며 “기존 치료대비 안전성·유효성 개선은 직접 비교임상이 아닌 간접비교를 통해서라도 증명되면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또 다른 중앙약심위원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높은 기대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제품을 허가해 국민들이 높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허가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증개선만으로 비싼 약을 허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보사 심사과정에서 수 차례에 걸쳐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2차 중앙약심 회의에서 인보사 허가가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 결과 한달 뒤인 2017년 7월 인보사는 식약처로부터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식약처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이나 식품의 유해성을 검증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가 오히려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가를 내줬다는 건 안전처가 아닌 산업처로 전락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정부가 제약바이오를 신성장산업으로 지정하고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처는 정부 눈치보느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불과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공표하면서 식약처의 성과를 격려했다는 자체가 정부가 식약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고 밝혔다.
 
이어 “인보사 사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선 식약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2차 중앙약심에서 위원이 상당수 교체됐는데 인력풀을 다변화해 수평적 구조가 확대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단순 인력충원·규제강화는 무용지물…제대로 된 검증체계부터 갖춰져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식약처의 인보사 사태와 같은 부실검증을 방지하기 위해선 철저한 사고조사와 검증 자체에 대한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순히 인력을 충원하고 규제를 강화하기보단 제대로 된 검증체계부터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서창희 아주대 교수(류마티스내과)는 “생물학적 치료제는 다른 약품과 달리 취급하기 까다롭고 위험성이 크다”며 “비단 인보사뿐 아니라 다른 치료제에 대해서도 식약처의 검증이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단순히 식약처가 회사로부터 받은 데이터만으로 허가해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허위 데이터를 주더라도 정부기관에서 검증할 수 있는 SOP 체계를 갖춰놓지 않으면 인보사 사태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보사가 우리나라에선 이미 환자를 대상으로 쓰여졌는데, 미국에선 임상연구 도중 중단됐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며 “이러한 사건이 반복되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물론 국가 신뢰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약심 자문회의에서도 외압이 없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김해인] ⓒ스카이데일리
식약처는 이번 인보사 사태를 계기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단게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먼저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해 세포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게별로 안전 및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허가 신청 시 연구개발이 오래 소요된 시험자료는 최신의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해 제출하도록 하고,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직접 시험해 확인한다.
 
또 허가·심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심사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교차검토 및 외부 기술자문을 실시하는 등 심층적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이 개발될 수 있도록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식약처의 재발방지책이 제약바이오업계의 과도한 규제로 흘러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인보사 사태로 인해 난치 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와 새로운 의약품 개발 노력이 폄훼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폭넓게 관련 연구 및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원 성균관대 교수(제약산업 특성화대학원)는 “투자가 활성화돼야지만 제대로 된 의약품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10년에서 15년 가까이 걸리는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투입되는 만큼 검증체계를 고도화해 지원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한주 가천의대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정책이사)는 “향후 임상시험에 세포주를 확인하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개발, 임상시험, 시판 허가 등 전체 과정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안전한 바이오의약품 도입을 위해선 조급하기보단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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