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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판결’ 국제 사법 절차에 맡겨야 한다[II]

포퓰리즘에 따른 무리한 판결…정도에 맞는 국제 사법 제도에 맡겨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9-08-13 17:32:09

▲ 최재기 전 민주노총 조직국장
징용공 판결의 근거
 
문제가 된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은 법과 양심에 따랐다기보다, 특정한 관념적 편향(bias)과 ‘망상’에 근거한 문제가 많은 판결이었다. 최근 일제하 징용공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낙성대연구소 이우연의 대담이 어느 잡지에 실렸다.
 
그들의 미불임금은 어느 정도입니까.
“소송을 제기한 4인(사망자 3명, 생존자 1명)을 비롯해 46명이 신일철주금 가마이시(釜石)공장에서 일한 문서가 남아 있어요. 이들이 받아가지 않은 돈은 대략 반 달~한 달 치 월급 정도였습니다. 조선인 여자정신대를 가장 많이 고용했던 후지코시의 경우 그들이 남기고 간 돈은 180~200엔 정도인데, 이 역시 한 달 치 월급이 채 안 돼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손해배상금까지 포함해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그런 판결을 내린 것일까요.
“대법원 판결은 박경식이나 선행(先行) ‘연구자’들이 그랬듯이,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1939~1945년 임금을 거의 주지 않고 노동을 시켰다는 망상을 가지고 한 판결입니다. 그 문제에 대해 한국의 대법원은 어떤 조사도 하지 않고, 판결을 내렸어요.”」(월간조선, 2019년 7월호)
 
이우연이 위 대담에서 언급한 박경식은 조총련계 대학 교원이었다. 박경식은 실제로는 도일 노무자였던 징용공의 상태를 ‘강제 동원, 무임금 착취 노동자’의 모습으로 날조한 이데올로기였다. 당시 일본 민간 기업에 모집돼 일하면 조선에서 일하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벌었는데, 광부는 일본 순사 월급의 3.7배의 노임을 받았다. 그래서 모집 정원의 3배가 넘는 인력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도일 노동자들의 상태를 강제동원과 착취로 묘사한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조선에는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일본에 너무 많은 노동자가 몰려가자 당시 일본의 노동조합들이 조선 노동자 단속을 요구한 언론보도도 있다.
 
“일본에서 징용령이 발동된 것은 1939년 9월입니다. 이때부터 조선에서는 모집·관알선(官斡旋)이라는 형태로 조선인 노무자를 데려가다가 1944년 8월에 이르러서야 조선에서도 징용령이 내려집니다. 징용노무자들이 일본으로 건너가기 시작한 것은 1944년 9월부터인데, 이듬해 3월이 되면 미군이 현해탄(玄海灘)을 장악하면서 부산~시모노세키 간 관부(關釜)연락선 운항이 중단됩니다. 1939년 9월부터 1945년 3월까지 66개월 동안 모집·관알선·징용 등의 형태로 도일(渡日)한 노무자의 수는 총 72만3000명입니다. 그렇다면 1944년 9월 이후 6개월 동안 건너간 징용 노무자의 수는 7만~10만 명 정도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즉 실제로는 1944년 9월부터 실질적인 ‘강제 징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경식이 강제 동원의 근거로 지목한 관알선(官斡旋), 그것은 우리나라가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할 때 우리 정부에서도 파견 노동자들의 인력상태와 계약조건에 대한 점검을 한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미지급 임금이라고 지목한 것도, 지금의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 보통 보름 내지 한 달 치 노임을 ‘깔아놓고’ 지급하는 관행과 비슷한 것이었다. 워낙 근무기강이 부족한 일용공 노동자들을 안정되게 현장에 묶어 두는 방법으로, 짜투리 임금을 일부 남겨두고 지급하는 관행 말이다. 그래서 대개 반 달 내지 한 달 치 미지급 임금이 있었다고 원고들이 주장한 것이었다.
 
법원이 사실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과연 강제성을 인정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징용공 판결, 국제 사법절차에 맡기자
 
우리 헌법에는 국제법의 법적 지위를 긍정하고 있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헌법, 제6조 제1항)
 
징용공 판결은 여러 가지 면에서 포퓰리즘에 따른 무리한 판결이었다. 대법원 판결도 문제가 있으면 전원합의체에서 바꾸면 된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 판결을,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는데, 대법원 스스로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혼란의 근원을 그대로 놔두고 갈 수도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혼란할수록 정도(正道)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그래서 국제 사법 제도에 맡기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에 가입하였고,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사법재판소에도 가입하였으므로, 국제사법재판소의 중재해결 절차나 재판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마침 일본 정부도 국제사법 절차의 일환인 제3국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자고 제안하고 있으니, 즉각 국제 분쟁 해결 절차를 수용하기 바란다. 국제 사법 기관이 중재나 재판에 의거하여 권고한 것을 근거로, 우리 대법원이 사정변경이 있었다고 보고, 전원합의체에서 문제의 판결을 바꾸면 된다.
 
더운데 더 이상 국민들 염장 지르지 말고,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신속히 국제 사법기관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를 것을 천명하고, 중재나 재판 절차를 요청하기 바란다. 그것이 헌법 정신을 존중하는 길이다.
 
수정 사회주의의 등장과 우리의 전략
 
미국이나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민간 거래 상품이라 하더라도 가상 적국이나 잠재적 적국에게 군사적으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에 대해서는 ‘수출관리’를 한다. 문재인 정권은 징용공 판결에 대해 일본이 경제적 보복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WTO에 제소하겠다는 등 호들갑을 떨지만, 당면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이런 주장은 국민들의 판단을 호도하기 위한 감성팔이 주장으로 들린다.
 
문제는 좀 더 근원적인 것이다. 일본은 지금 우리나라가 공화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파트너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현 집권세력의 가치관과 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것이고, 현 집권 세력의 민족주의를 앞세운 감성팔이와 선동을 우리 국민들이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현실 사회주의가 체제 실패로 붕괴된 1990년대 이후 지난 30여 년간, 전체주의 체제였던 구 사회주의 진영의 국가들도 경제발전을 하면, 자연히 그 국가들 내부로부터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정치 사회 체제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요 선진 제국들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 경제협력에 나섰고, 과거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 등 구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시장경제 안착을 지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 경제가 성장 발전한다고 하여 자연적으로 그 나라 정치체제나 사회적 가치관이 자유나 인권을 존중하는 정치 사회 체제로 바뀌지 않더라는 것을, 요즈음 주요 선진 제국들이 깊이 깨닫게 되었다.(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2018.10.04. 허드슨연구소 연설 참조)
 
구 사회주의권 국가의 지배세력인 공산당 스스로가 국가 기구 위에 군림하던 기득권을 내려놓고 인민들에게 주권을 되돌려 주는 정치개혁을 단행해야, 비로소 공화정과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개방 이후 어느 정도 경제가 살아나면서, 밑으로부터의 인민들의 저항 압력이 줄어들자, 구 사회주의권 기득권 계층인 공산당은 권력을 인민들에게 되돌려 주기 싫은 것이다.
 
권력은 공산당이 독점한 채, 시장경제를 적당히 활용해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기만 하면, 정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이런 몰염치한 태도 때문에 수정주의, 즉 수정 사회주의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18.09.25. 유엔 총회 연설 참조)
 
요즘 홍콩의 사례가 보여주듯, 전체주의 체제와 공화주의 체제는 양립할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수정 사회주의 국가 진영과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 국가 진영 간 대립전선이 차츰 분명해지고 있다. 홍콩 반환 이후 출생한 홍콩 젊은이들은 일련의 투쟁을 통해 중국식 수정 사회주의 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중국인민들과 세계인에게 천명하고 있다.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의 자세로 투쟁하고 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는 공산주의자들의 프로파간다로 실현불가능한 정치적 레토릭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김대중 정권이 남북 통일방안이라 내세운 ‘낮은 단계’ 연방제 등의 논리도 일종의 프로파간다일 뿐, 올바른 통일 방안이 아니다.
 
바로 이 순간, 일본 정권은 문재인 정권더러 어느 진영에 설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과연 이 질문이 일본만 던지는 질문일까? 또 이 질문에 대답할 상대자가 문재인 정권만일까?
 
필자는 미국과 유럽도 우리나라의 국가 정체성과 우리 국민들이 상식으로 여기는 체제적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본다. 또 이런 질문을 정권 담당 세력에게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도 제기한 것이라고 본다.
 
정권이란 그 국민의 정치적 결단의 표시이므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공화정과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런 국민적 가치관의 결단에 지금의 정권이 부합하는지 묻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진영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7일 미·중 무역 갈등과 관련해 “(한국이)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 2019.6.27.). 대체 뭔 말인가? 만약 현 집권 세력들은 우리나라가 중국 진영에 설 수도 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 그런 견해를 명확히 밝히고 국민들의 심판을 다시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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