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쪼그라들고 기업만 살찌우는 경제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저축할 수 있도록 가계소득 늘리는 게 급선무

손채윤 기자페이지 + 입력 2013-03-22 00:05:06

70~80년대 초 학창시절, 여윳돈이 생기면 은행에 저축을 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통장까지 만들어 주며 부정기적으로 통장 검사를 했던 시대였다. 당시만 해도 은행이자가 20% 안팎이었으니 넣어두기만 해도 돈이 불어나는 재미도 있었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아니면 적당한 투자처가 없어서 인지 그때만 해도 모두들 저축을 열심히 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라도 저축을 장려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요즘과 같이 세금 제하고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저축한 원금과 엇비슷한 저금리시대에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고, 낮은 저축률은 국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가계저축률 급락과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저축률은 1990년대까지 경제성장에 따른 가계소득의 증가 등으로 20%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90년 초반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2000년 8.6%, 2011년에는 2.7%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저축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저축률은 급속히 떨어진 것이다.

우리금융연구소의 ‘가계저축률 하락 원인과 과제’ 보고서도 2000년대 이후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가계저축률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가계소득의 연평균 증가율은 1990년대 12.7%에서 2000년대에는 6.1%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기업소득은 같은 기간 4.4%에서 25.2%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함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열매의 대가는 경제주체의 한 축인 가계로 돌아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연평균 기업저축률은 1990년대 11.9%에서 2000년대 15.9%로 상승한 반면 가계저축률은 같은 기간 16.1%에서 5.8%로 급락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가계저축률이 줄어든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등 사회부담금이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이처럼 가계소득이 줄고 가계저축률이 떨어지게 되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투자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또 돈이 없으니 내수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어 내수경기는 점점 어려워 지는 악순환만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다. 그 첫 번째가 가계와 기업의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고 가계의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만 배부르다고 우리 경제가 선순환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업하는 사람이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또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매달 가져 가는 국민연금을 내수경기와 국내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몇 해 전부터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인다며 해외투자에 기웃거리고 있지만 돈이 국내에서 돌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 내수경기 진작과 가계 소득증대는 요원해진다.

새 정부 경제팀은 무엇보다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 경제성장, 소득, 저축 확대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앞서 가계의 소득기반을 넓히는 한편 기업의 이익이 가계로 공정하게 흘러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은행에 저축했던 일이 추억으로 남아서는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기 어렵다.

손채윤 scy73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