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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올바른 대의자 선별은 시민들의 의무

당파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합리적인 의견 가져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2-11 12:04:56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이번에는 누굴 찍어줘야 되겄노?”
 
설을 앞두고 고향에서 지인과 대포 한잔 할 기회가 있었다. 서로 아는 사람들의 근황과 아이들 교육과 취업 이야기, 먹고사는 이야기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갔다. 장사가 안 된다며 걱정을 하던 술집 주모가 우리들의 대화에 관심이 있었던지, 안주를 챙겨주면서 말을 거들었다. 주제는 단연 얼마 후 있을 총선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누굴 찍어줘야 되겄노?” 주모가 말을 걸어온다.
“아직도 누굴 찍어야 할지 눈에 안 보이면, 나라가 쪼금 더 망해보면 사장님 눈에도 보일 겁니다.” 내가 답했다.
 
“이번에는 누구 찍으라고 나서는 사람들도 별로 없던데... 지난번엔 여러 사람들이 떠들어대서 그 말 듣고 찍어줬더니, 그 사람들이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이번에는 누굴 찍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주모가 말한다.
 
“나라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누굴 찍어야할지 눈에 안 보이면, 나라가 또 조금 더 망해보면 보일 겁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기꾼들 말이 달콤하게 들리면 그들은 더 노골적으로 국민의 재산과 국고를 털어먹을 것이고, 우리 살림살이는 아주 폭망할 겁니다. 나라가 망하면 북한처럼 우리도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부러워하겠지요. 그 때 쯤에는 우리 국민 모두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눈에서 빛이 날 겁니다. 그러면 누구를 자신들의 대의자(代議者)로 뽑아야 하는지 사장님 눈에도 자연적으로 드러날 겁니다” 라고 답했다.
 
내 말을 듣고 주모는 맞는 말이라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만족스런 답은 아니었던 것 같아 표정이 어두웠다. 결국 선택 요령 한 마디를 덧붙였다.
 
“정직한 사람을 가려 뽑으세요. 내 뜻을 대신해서 결정하는 사람인데 잘난 놈이나 돈 많은 놈보다 정직한 사람이 낫지요.”
 
“사실상 정권의 선전기관인 방송들과 인터넷 포털에는 여론조작을 위해 거짓 뉴스만 넘쳐나고, 요즘 젊은 사람들 많이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는 대개 386운동권들이 운영자라 믿을 게 못됩니다. 허우대 좋고 말빨 앞세우는 자들은 대개 사기 치는 자들입니다. 허우대와 말빨, 그리고 여자에게 감성팔이 잘하는 것이 사기꾼의 3대 조건이니, 겉모습 너무 믿지 마십시오. 세상에 믿을 놈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님은 오래 전에 ‘말을 교묘하게 하고 얼굴빛을 곱게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은 드물다’ 고 말했지요(‘巧言令色, 鮮矣仁(교언영색, 선의인)’, 논어 학이 편).”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물어서 찍을 사람을 정하려 하지 말고, 사장님이 살아온 세월 동안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눈귀를 크게 열어서 그 사람의 행적을 꼼꼼히 살펴,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을 골라 찍으면 됩니다. 사장님도 장사하면서 사기 안 당하려고 열심히 따져보고 거래하시지요. 그것처럼 사장님을 대신하여 일할 사람을 뽑을 때도 그런 노력을 다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가 뽑은 사람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고, 최소한 거짓말에 속았다고 속상할 일은 없겠지요.”
 
그제사 주모는 그리 해야겠다고 답한다. 얼굴이 좀 핀 느낌이다.
 
‘일반의지’는 익명으로 형성될 수 없다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시민들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체제는 공화정이 유일하다고 주장하였다. 계몽주의자들은 재산도 그 사람의 자유의 일부로 본 것이니, 결국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공화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계몽주의 사상가들의 이런 주장은 전제정에 고통 받던 인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나갔고, 인민들의 집단적 의지가 되어, 시민혁명을 통해 전제왕정과 봉건 신분제를 타도하고 마침내 근대 민주공화정이 탄생한 것이다.
 
근대 민주공화정의 설계자들이 가정한 자유로운 인간은 이성적이고 자율적이며 시민적 덕성을 지닌 개인이었다. 전제정체를 뒷받침한 왕권신수설과 같은 비이성적 이데올로기에 휘둘리는 인간이 아니라 합리적 판단을 하는 이성적 인간이고, 왕이나 근거 없는 권위에 무조건복종하는 의존적 인간이 아니라 개성을 가진 자율적 인간이었다.
 
시민이란 자신의 자유를 바탕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삶을 살되, 그 자유권 행사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공공선을 해치지 않도록 책임지는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을 가진 인간이다. 공화주의자들은 시민들이 각기 독자적인 의견을 가지고 각자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일반의지’를 올바르게 형성할 수 있고, 공동체 내의 공공선(public good)을 정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일반의지가 충분히 표명되려면 국가 내 부분적인 당파가 존재하지 말아야 하며, 각 시민은 독자적인 의견을 가져야 한다. ... 만일 부분적인 단체가 존재할 경우에는 그 단체의 수를 늘여서 불평등을 막을 필요가 있다. 솔론과 누마와 세르비우스도 이와 같은 방법을 썼다. 이러한 조심성은 일반의지를 언제나 올바르게 하며 인민이 절대로 속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요컨대 모든 시민은 부분적인 당파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합리적인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득이 부분적인 당파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면 복수의 당파가 존재하도록 해야 불평등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일당독재 체제는 처음부터 공화정 체제가 아니었다.
 
루소는 일반의지를 그 공동체의 다수자의 의지라 할 수 있는 전체의지와 구별하였다. 공공선을 전제하지 않으면, 그 구성원들의 수가 아무리 많은 당파의 단결된 결의라 하더라도, 일반의지라고 주장할 수 없다.
 
“전체의지와 일반의지 사이에는 간혹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일반의지는 공동의 이익밖에 염두에 두지 않지만, 전체의지는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개인의지의 총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지에서 지나친 것과 부족한 것을 가감 상쇄하여 그 차이의 합계로서 일반의지가 남는다.”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제2권)
 
민주공화정이 성공하려면 주권자인 시민들의 ‘일반의지’의 올바른 형성이 중요하다. 특정 세력이 주도하여 당파를 구성하여 익명 뒤에 숨어서 사실을 조작하고, 시민들의 여론을 왜곡하여 만든 집단의지를 일반의지라 부를 수 없다. 이런 여론 조작자들은 민주공화국의 반역자들이다. 바로 드루킹 일당의 여론 조작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여론 조작과 선거의 정당성
 
2018년 1월 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네이버와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그 결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한 누리꾼 3명이 구속됐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났다. 그 3명이 야당이 아닌 여당인 ‘민주당’ 당원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원 김동원(필명 ‘드루킹’) 일당들이 조직을 구성하여 인터넷 포털 싸이트에서 댓글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해오다 들통이 난 것이다.
 
깜짝 놀란 청와대와 집권 세력들은 경찰을 비틀어 수사를 못하게 방해하였다. 결국 특검이 구성되었다. 조직범죄에 대한 수사의 기초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경찰의 이상한 초동수사 때문에 사라진 증거를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드루킹 일당은 8년 전부터 조직을 구성하여, 느릅나무 출판사를 근거지로 삼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조직적 여론조작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심각한 것은 드루킹 일당의 행위가 단순히 특정 정치세력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상한 업무를 저해하여 ‘업무방해’ 범죄를 구성하느냐 마느냐 때문이 아니라, 민주공화정 정치체제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시민들의 “공통의 지식” 내지 “여론”을 조작하였다는 점이다. 민주공화정 작동의 본질적 과정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문재인 정권의 성립을 포함하여, 이들이 여론조작을 행한 지난 8년 동안에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공직에 선출된 자들은 국민들의 진정한 의사에 의해 뽑힌 것인지, 그 정통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 이들과 연루된 대통령 측근의 2심 재판 선고가 납득 못할 이유로 계속 연기되고 있는 것도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드루킹 일당은 댓글 조작 등에 1년에 약 11억 원의 돈을 썼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들이 단순히 자기 회원들의 관념적 만족을 위하여 그 많은 돈을 투자하여 댓글 조작을 했을 리가 없으므로, 그들에게 자금을 대주고 여론조작의 용역을 준 정치세력들이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 정치세력들은 댓글조작을 통한 여론 왜곡에 왜 그리 열중하였을까? 그 이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서 한 차례라도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기만 하면, 자의적 권력 행사로 국가를 통째로 들어먹을 수 있다는 사특한 권력욕 때문이라고 본다. 이들은 공공선을 실행하기 위한 일반의지의 올바른 형성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개인의지의 총화’인 전체의지만 추구하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본질적으로 공화정을 파괴하려는 정치세력이다. 민주공화국의 반역자들이다.
 
선거는 공정해야 올바른 일반의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선거법은 정치세력들 간 공정한 경쟁을 방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꼼꼼히 설계되어야 한다. 후보자나 유권자를 매수하여 시민들의 진정한 의사를 왜곡해서는 안 되고, 각급 공직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된다. 또 언론매체는 정치적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고, 여론 조작이 가능한 통로를 최대한 차단해야 하며, 언론을 통해 각 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의지를 올바로 표시할 수 있다.
 
올바른 대의자 선별은 시민들의 의무
 
자유민주주의란 국가의 폭정이나 권력의 자의적인 지배로부터 개인과 소수집단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가치를 내포한 개념이다. 총선은 ‘행정권력에 대한 입법적 통제’를 행할 기관을 구성하는 절차이다. 특정 세력이 국가의 탈을 쓰고 국민들에게 자의적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나를 대신하여 행정권력을 통제하는 대의자를 뽑는 과정이다.
 
우리나라의 여론 형성 지형이 위태롭다. 사실상 권력의 손아귀에 있는 인터넷과 방송신문들, 집권세력의 외곽단체 조직원들을 동원한 교묘한 여론 조작이 극성이다. 대대적인 관권선거의 조짐도 보인다. 아무것도 믿을 데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직한 대의자를 선별할 책임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있다.
내 살림살이를 챙기는 만큼 정치적 대의자를 선별하는 데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 각자가 눈과 귀를 크게 열어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진다는 자세로 정직한 자를 대의자로 선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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