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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왜 우리 사회의 인재(人災)는 줄어들지 않는가

인명 경시, 큰 정부의 비효율성, 정치·공학적 프레임 등서 비롯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8-23 16:13:13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살다 보면 운명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을 시도 때도 없이 만난다. 때로는 피해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엔 단순 관찰자나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애석하게 생각하고, 때에 따라서는 국민 성금을 모아 피해자를 위로하는 사례까지도 가끔 있다.
 
그러나 최근 주변에 생겨나고 있는 대부분 사건·사고들이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결과를 접하고 나면 괜스레 불쾌해지고 짜증이 나기도 한다. 아무리 완벽한 국가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재해(災害)를 비껴갈 수는 없다. 다만 이를 타산지석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수단의 강구를 통해 인재를 줄여나가는 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기본적 이유이다.
 
흔히 말하는 후진국 병(病)이라는 것도 국가의 대처 능력을 두고 생겨난 말인 것으로 이해된다. 같은 인재가 중복적으로 계속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과 이를 줄여나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이번 홍수 피해에 관련해서도 연일 소란스럽다. 무려 50일 넘게 지속된 기록적인 장마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대한 책임론과 보상 문제를 놓고 공방이 격렬하다. 피해를 본 측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혹은 관재(官災)라고 주장하면서 정부 측에 손해 배상을 강하게 주장한다. 국토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지방 정부 등 난마처럼 얽힌 재난 예방과 대책 시스템이 책임 회피와 전가로 단기간에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또다시 4대강 사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찬반으로 국론이 양분되어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3개월 간격으로 이천과 용인에서 연이어 발생한 물류창고 대형 화재 사고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을 분노케 했다. 제도나 기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인명 중시에 대한 인식 수준이나 이를 방어해 내는 국가 조직이나 조직원들의 역량이 현저하게 미흡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왜 이런 악순환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아직도 우리 주변에 만연해 있는 인명 경시 사고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이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잣대다. 선진국일수록 심지어 인간이 아닌 동물에 대한 멸시나 학대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갓 태어난 아기부터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자연발생적으로 천부인권(天賦人權)을 가진다. 이에 기초해 인간은 행복추구권을 가지게 되며, 사회 구성원들이 이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을 모든 가치의 최우선 순위에 둔다.
 
우리 헌법 10조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한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나타났던 안전 불감증 혹은 인명 경시 풍조를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인재를 줄여나가기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베어져 있는 의식이나 관행의 고리를 단절하지 않고선 획기적 전환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한 국민적 운동과 더불어 특히 교육 현장이 이 운동의 발원지가 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 행복추구권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둘째 이유는 큰 정부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결과이다. 작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은 재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이나 처방에서도 정부의 기능과 책임이 분산되어 있으면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수월하지 않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 조직의 리더가 바뀌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전임자가 해놓은 것을 깡그리 무시하거나 부정한다. 이에 더하여 조직을 개편한다는 명목으로 조직을 확대한다. 그래야 유능한 리더이고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 조직은 필연적으로 일을 한다는 명분으로 규제를 양산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남발한다. 이는 비단 정부 부문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민간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모습이다. 그것이 개혁이라는 착시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불필요한 산하 조직을 만들어 뒷자리까지 챙긴다. 정부 조직의 이러한 해묵은 관행은 국민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기고, 세금 부담으로 연결되어 궁극적으로 미래 세대에게 큰 짐을 떠안긴다.
 
셋째 이유는 정치공학적 프레임이다. 아직도 뇌리 선한 세월호 참사가 벌써 6주기를 넘기고 있다.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은 아직 피어보지 못하고 비명에 간 청소년들의 넋을 위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금도 추모 열기가 계속되고 있을 정도다. 그리고 남은 유족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상당수의 국민과 기업들이 흔쾌히 성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성금의 배경에는 이 땅에서 다시는 유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도 있었을 것이라고 보인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현재까지도 오리무중이다. 진상 규명을 위해 재수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은 종종 들리지만, 결과는 깜깜이다. 이에는 정치적 유·불 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설사 결론이 나오더라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인 여당 모(某) 의원은 각종 배지를 마치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다녀 이를 보는 세간의 평가도 가지각색이다. 정치가 끼어들면 오히려 원인 규명에 방해가 되고, 유가족의 울분이나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직면하는 인재의 원인과 빈도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대체로 위에서 열거한 세 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의 의식 수준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과 방법이 여전히 유치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준다. 최소한 인명과 안전, 그리고 재난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만큼은 정치적 색깔과 이념을 초월하며, 이에 대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들도 객관적 혹은 과학적 입장에서 문제를 다루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단순히 논쟁과 이해득실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 백년대계라는 명제 앞에 진솔하고 겸허해야 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기후 온난화에 대비하여 그들이 사는 터전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유지할 것인가에 사활을 건다. 2080년 유럽에 겨울이 없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이에 사력을 다한다. 배출가스 억제를 비롯하여 홍수와 수자원 관리에 총력을 경주한다. 이러한 공감대의 배경은 절대적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의 행복 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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