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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칼럼

‘펜트하우스’가 주는 허무와 피로감

박선옥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4-09 00: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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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옥 부장 (국제부)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 2’가 지난주 이슈와 논란 속에서 종영했다. 펜트하우스라는 상징적인 장소를 중심으로 성공을 향한 뒤틀린 욕망과 갈등을 다룬 이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서사와 자극적인 사건들로 화제와 동시에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다.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던 펜트하우스 시즌 2는 다가올 시즌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부유층의 각종 부정과 범죄, 폭력과 살인,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복수극... 펜트하우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을 감안하더라도 과할 만큼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샀다. 그런데 자극적인 요소들 못지않게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 것은 개연성이 전혀 없이 이어지는 극의 전개였다. 등장인물들이 갑작스레 사망하고 부활하는 전개가 반복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부검 장면 나오기 전까진 죽은 게 아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런 부류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휘몰아치는 극의 전개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상식적인 서사가 없이 자극적인 사건들만 나열되는 드라마를 본 직후에 남는 것은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하는 허무함과 피로감뿐이다. 개연성 없는 드라마는 현실이나 삶에 대해 일말의 진실을 전하지 않고 오로지 흥미와 자극만을 제공한다. 화려한 배경과 극적 전개로 당장 TV 앞에 사람을 붙잡아 두는 것만이 그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자극이란 더 큰 자극을 필요로 하게 마련이므로 자극적인 것을 좇아가다 보면 자극에 무뎌지고 현실에는 둔감해진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중엔 강렬한 몰입 상태로 이끌려가고 끝나고 난 뒤엔 허무함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남는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국민을 피로하게 하는 것은 이같은 ‘막장 드라마’ 뿐이 아니다. 상식과 개연성 없이 포퓰리즘만 남발한 정책 역시 당장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배경과 자극적인 사건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내 곳곳에는 각 후보들의 공약을 담은 현수막들이 펄럭였다. 그 중 눈에 띄는 것들은 역시 ‘전국민(서울시민) 기본소득 지급’과 관련된 공약들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재난위로금 1인당 10만원 지급’을 외쳤고,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는 ‘연 기본소득 300만원 지급’,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는 ‘미혼자에게 매달 20만원의 연애수당 지급’이라는 다소 황당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하나같이 탄탄한 정책적 바탕 없이 ‘내가 얼마를 더 줄 수 있다’며 앞다퉈 공약을 내세웠다. 그것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언제부터 서울시장이 시민들에게 현금 뿌리는 자리였던가.
 
당장 주머니에 돈을 채워준다니 시민 입장에선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공약이 아닐 수 없다. 허나 정책이 시행된다 한들 이후 우리 국민에게 남는 것은 결국 허무일 것임은 너무나도 예상가능하다. 기본소득의 선두주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 바 있다. 또한 올해 1월 25일 경기도는 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1·2차 재난기본소득의 주요 재원으로 쓰인 지역개발기금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상환 계획을 보고하며 2035년까지 약 2조원을 상환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는 결국 앞으로 14년간 경기도민들이 함께 그 곳간을 채워 넣어야 함을 의미한다. 재난지원금 10만원씩 받은 대가치고 우리의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 너무나 과하니 황당하고 허탈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자극적이고 때로는 달콤하며 매력적으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우리는 쉽게 현혹된다. 개연성 없이 나열되는 자극적인 사건들은 일시적으로나마 마음을 빼앗기 일쑤다. 때로 우리는 그 자극에 마음을 맡기며 허구를 통해 현실을 잠시 잊어보려 하기도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소설이나 영화·드라마가 허용되는 경우는 그 허무맹랑함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독자나 시청자의 암묵적 동의에 의해서다. 허무맹랑함의 정도가 기대치에 크게 어긋날 때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같은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다.
 
허나 우리의 현실은 절대 드라마 같아서는 안 된다. 보궐선거가 끝났다. 이제 내년의 대선을 기다리며, 잠깐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개연성 있는 정책들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그나저나, 펜트하우스 시즌 2의 마지막 화에서 폭발물과 함께 사라진 등장인물은 어찌 됐으려나. 다음 시즌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그 역시 어김없이 살아 돌아오는 이제는 맥빠진 자극이 반복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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