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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윤 그림자경영에 공염불 된 금융당국 ESG
현대해상, 금융당국 ESG 생태계 노력 엇박자
‘손보업계 빅4’ 중 보험금 안주는 보험사 1위
텅 빈 의사회 의장석…“경영과실 책임은 누가”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3 00:02:35
▲ 김신 발행·편집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전 세계의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 중이다. 분야, 규모 등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기업들이ESG 도입에 나선 상태다. 규제당국까지 ESG 도입을 시대적 과제로 지목하는 등 부채질을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ESG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융권의 움직임은 특히 두드러지는 편이다. 보험, 은행, 카드 등 대부분의 분야가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 있어 기업 이미지가 유독 중요하게 여겨지는 탓이다. 금융당국의 의지 역시 남다른 편이다. 금융소비자인 국민에게 금융당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ESG를 선택한 모습이다. 규제당국으로서 민간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의 명분을 ESG에서 찾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금융당국까지 ESG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대세에 역행하는 모습까지 보여 금융당국의 노력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손보업계 2위 기업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이하 현대해상)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해상은 ‘S(사회)’ 부문과 밀접한 고객만족 분야와 ‘G(지배구조)’ 부문와 밀접한 의사결정 분야에서 다소 미흡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주요 손보사 중 보험금 지급에 가장 까다로운 보험사라는 오명에 휩싸인 상태다. 보험금 지급 거부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손보업계 빅4’의 장기보험 보험금 부지급률은 △현대해상 1.89% △삼성화재 1.65% △DB손보 1.48% △KB손보 1.28% 등이었다. 보험금 부지급률이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거부 건수가 많다는 의미다.
 
현대해상은 책임경영과 직결된 기업의 투명한 의사결정과도 거리가 먼 모습이다. 오너인 정몽윤 회장은 현대해상 지분 21.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대표이사직은 맡고 있지 않다. 대신 이사회 의장이라는 의사결정 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다. 약간의 도의적 책임 외에 중대한 경영적 과실 책임은 피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도의적 책임에서도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핑계거리’가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이사회 의장 신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열린 9차례의 이사회 중 단 한 차례만 참석했다. 만약 이사회의 중대한 결정 오류로 경영적 과실이 발생해도 정 회장은 ‘그 자리에 없었다’ ‘몰랐다’ 등의 해명으로 상황을 넘길 수 있게 됐다. 이런 정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22억7500만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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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경영 풍토가 짙은 우리나라 기업 환경 상 직급과 직책을 가진 오너 경영인이 경영에서 동 떨어져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에 대표이사의 직급도, 이사회 참석 기록도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 회장의 의지는 ‘다른 루트’로 전달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그림자 경영’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한 때 재계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그림자 경영은 막강한 권한을 누리면서 정작 책임과 의무는 등한시 한다는 이유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리더의 자질에 부합하지 않는 행태로 인식됐다. ESG 도입이 시대적 과제로 급부상한 현재도 마찬가지다. 권한과 책임을 확실하게 부여해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제고를 강조하는 ‘G(지배구조)’ 부문과 크게 동 떨어진 행위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해상의 지배구조 투명화 작업이 시급하다. 자체적으로 어렵다면 금융당국이라도 발 벗고 나설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현대해상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ESG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금융당국 노력의 진정성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의 사례라도 방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동안의 노력 전체가 물거품 될 수도 있다. 정은보 금감원장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큰 둑이라도 작은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진다’는 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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