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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사설

‘의원 윤희숙’ 시간 끝…‘인간 윤희숙’ 시간 시작

정부·여당 失政 꼬집는 의원 본분에 충실

父 위법 드러나자 사퇴 ‘책임 정치인’ 등극

“그가 보여준 책임윤리 무서운 기준 될 것”

기사입력 2021-09-15 00:02:02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강렬한 연설로 여의도에 깜짝 데뷔했던 ‘국회의원 윤희숙’은 이제 없다. 그제 그는 국회 본회의 사직안 가결로 국회의원 신분을 잃었다. 아니, 스스로 내려놓았다. 하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 경제전문가 ‘인간 윤희숙’은 여전히 건재하다.
 
사람은 난 자리와 든 자리가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있던 윤 전 의원의 난 자리는 유난히 크다. 1년4개월 남짓한 그의 의정활동은 다선 의원 못지않았다. 그의 뼈 있는 의정 발언 한 마디 한 마디는 대부분 기사화 되며 힘이 실렸고, 정부와 여당을 움찔하게 했다. 여당에 그의 존재는 눈엣가시였다.
 
특히 등원 직후 여당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하자 이를 반대하며 한 그의 짧은 연설은 그를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지적한 “표결된 법안을 보면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이다”로 시작하는 그의 연설 내용은 결과적으로 딱 들어맞았다.
 
그는 ‘귀족 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 ‘교육 현실의 가장 큰 책임은 전교조에 있다’, ‘노동시간 52시간 적용 유예가 전태일 정신이다’ 같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다른 의원들은 이것저것 따져 침묵하는 이슈들이다. 자연히 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길을 향해 그는 뚜벅뚜벅 소신 행보를 했다. 그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첫 발자국 내듯 그렇게 자기 길을 갔다.
 
여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는 특히 윤 전 의원이 천적이었다. 기본소득 등 이 지시가 어설픈 정책안을 내놓을 때마다 윤 전 의원은 벌이 침을 쏘듯 팩트로 공격해 무력화시켰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이 알려지자마자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을 때도 이재명 캠프에선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눈물로 말렸다. 하지만 그는 “이게 나의 정치”라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분명 윤 전 의원은 달랐다. 적잖은 의원들이 비슷한 입장에 처했을 때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여론이 식으면 슬그머니 활동을 재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최근만 해도 지지율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으나 당 지도부의 만류라는 빤한 형식으로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5선의 설훈 의원도 지난주 의원직 사퇴를 비쳤다가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말마따나 사퇴 쇼였다.
 
윤 전 의원은 표결 직전 신상발언을 통해 “지금 직면한 문제는 부동산정책에 대해 공인으로서 쏘아 날린 화살이 제 가족에게 향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라며 “그 화살의 의미를 깎아내리거나 못 본 척 하는 것은 제 자신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책임은 공인으로서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소위 언책(言責)”이라며 의원직 사퇴안 가결을 요청했다. 비로소 그는 자기 말에 책임지는 첫 번째 정치인이 됐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의미심장한 송별사를 남겼다. “오늘 우리는 윤희숙 의원을 의사당에서 떠나보내지만 그는 우리 국회를 다시 탄생시킬 것이다. 의사당 한켠에서는 철없는 웃음과 잡담도 들렸지만 윤 의원이 보여준 가혹한 책임윤리, 그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무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윤 박사는 광야에서 시민과 함께 우리 경제의 절절한 문제를 고치기 위해 함께 땀 흘리고 눈물 흘릴 것이라고 했다. 기대가 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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