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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솔하임컵 골프대회가 소환한 한·일 스포츠 교류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16 10:13:48

 
▲박병헌 언론인·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핑의 창업주, 골프발전 위해 대회 창설
/치열한 경쟁 뒤엔 뜨거운 하나가 되어
/올해 남녀 모두 미국‧유럽 간 대회 열려
/한일 간 대항전은 오래전에 맥이 끊겨
 
여자 골프 양대 산맥인 미국과 유럽 대륙 간의 국제 대항전이 얼마 전 열렸다. 2년마다 열리는 솔하임컵 대회다. 한번은 미국에서, 다음 대회는 유럽 대륙에서 교대로 열린다. 올해는 미국 오하이오주 털리도에서 거행되었다.
 
대륙 대표로 출전 자체가 큰 영광
 
노르웨이계 미국인으로 세계적인 골프용품 제조업체인 핑의 창업주인 카르스텐 솔하임 회장이 양 대륙의 여자 골프 발전을 위해 써달라고 거금을 내놓으면서 그의 성을 따 대회 명칭을 만들었다. 1990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제1회 대회가 열린 뒤 2년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개최돼 오고 있다. 물론 이 대회의 롤 모델은 라이더컵이다. 이 대회가 큰 인기를 끌고 흥행을 거두면서 미국과 유럽대륙의 12~18세 여자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니어 솔하임 컵 대회도 2002년부터 열리고 있다. 대회 운영 방식 등 모든 게 솔하임 컵의 복사판이지만 미국에서만 개최되는 점이 다를 뿐이다.
 
경기는 양 팀이 12명씩 출전해 유럽과 미국의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과 마찬가지로 사흘 동안 매치플레이(타수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각 홀마다 승패를 판가름하는 경기)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이 때문에 ‘여성판 라이더컵’이라 부르기도 한다. 개인 경기가 아닌 팀 경기지만 선수로서 대륙을 대표해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비용을 뺀 상금은 복지시설에 기부
 
양 대륙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인 만큼 대회장은 응원 열기로 뜨겁기 마련이다. 양 대륙의 선수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는 갤러리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와중에 열린 올해 대회에도 뜨거운 응원 열기는 예외가 아니었다. 외부로 드러난 공식적인 우승상금은 없지만 우승팀에게는 백만달러 이상의 상금이 주어진다. 물론 준우승팀에게도 상금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상금은 선수들의 항공료, 숙박비 등 출전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회복지시설에 기부되고 있다. 파킨슨씨 병을 앓다가 2000년 2월 89세의 나이에 작고한 솔하임 회장은 골프 대회를 개최해오면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했다는 점에서 추앙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스칸디나비아 출신 미국인 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올해 대회에는 출전선수 12명 중 8명이 세계 30위 이내에 들어 있는 미국팀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예상을 깨고 2019년에 이어 이번에도 유럽팀이 솔하임컵을 가져갔다. 최종 스코어는 15-13이었고, 역대 전적에서는 미국이 10승7패로 여전히 앞서 있다. 필드에서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뜨거운 하나가 되는 게 이 대회가 추구하는 정신이다.
 
1927년부터 시작된 유럽과 미국의 남자 골프 대륙 간 대항전인 라이더컵은 대회 역사나 규모, 흥행 등 모든 면에서 솔하임컵 대회를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전쟁‘이라 불리는 제43회 라이더컵 대회는 25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헤이븐에서 사흘간 열전을 치른다. 1927년부터 시작해 2001년 9‧11테러 때문에 그해에 열리지 못하면서 2002년부터 2년마다 짝수 해에 개최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지난해 열리려던 대회가 1년 순연되면서 올 한 해에는 남녀 대륙 간 골프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진풍경을 맞게 된 셈이다.
 
한·일 간 골프 국가대항전도 있었다
 
골프를 통한 경쟁이 아니라 화합과 단결이 주 목적인 대륙간 골프 대항전을 지켜보면서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골프 이벤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프로골프 국가 대항전을 개최했다. 남녀 모두 큰 호응 속에 한일 대항전을 치렀다. 스포츠에서 한일전이라고 하면 늘 긴장되고 흥미 만점의 빅 매치였다.
 
한일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은 2004년 9월 강원 평창군의 용평 버치힐GC에서 개장 기념으로 처음 시작된 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6년간 중단되었다가 2010~12년까지 밀리언 야드컵 대회로 열렸다. 밀리언 야드라는 명칭은 공모를 한 결과 한국과 일본 열도 간의 평균 거리인 950km를 야드(Yard)로 환산하면 약 100만 야드가 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아시아의 라이더컵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멋지게 출발했으나 이마저도 맥이 끊기고 말았다.
 
남자 골프에 비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여자 골프의 경우 한일 대항전은 10여 차례 이상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열렸다. 한일여자프로골프 대항전은 박세리와 김미현, 일본의 후쿠시마 아야코 등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맹활약한 인기몰이에 편승해 1999년 창설돼 2016년까지 정기적으로 열렸다. 물론 양국의 정규 투어가 종료된 12월에 거행돼 ‘골프휴식기’ 동안 나름 인기를 끌었다.
 
이 대회에는 공식적인 상금이 걸려 있었지만 이 보다는 양국의 정상급 선수들은 자국의 자존심을 걸고 샷 대결을 벌였다. 양국의 선수들은 다른 대륙 대항전과 마찬가지로 경기를 마친 뒤에는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하나가 되며 서로를 존중하며 우정과 친선을 쌓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5년째 중단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활발한 스포츠 교류로 해빙무드 이루길
 
현재 한일 양국 관계는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경색된 지 오래다. 좀처럼 해빙 분위기가 보이지를 않는 형국이다. 스포츠가 정치와 완전히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겠지만 정치‧외교적 갈등 속에서 스포츠가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 8월 폐막한 2020도쿄올림픽에도 불구하고 한일 두 나라의 스포츠 교류가 예상과 달리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안타깝게도 스포츠 교류 분야에서도 한일 관계는 긴장의 연속이다.
 
과거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 등 스포츠를 통한 국교 수립, 양국 외교의 정상화 등 역사적 사례를 우리는 숱하게 보았다. 정치권의 교류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비교적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나 골프 등 민간 차원에서 스포츠 교류가 왕성해지다 보면 과거의 좋은 감정과 화려했던 관계를 다시 되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흘간의 솔하임컵 대회를 지켜보면서 과거의 활발했던 한일 스포츠 교류가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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