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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축구판 ‘의리남’ 정해성은 학구파였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23 10:10:03

 
▲박병헌 언론인·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자비로 유럽 축구연수만 무려 5번
/허정무 감독 경질되자 코치 동반 사퇴
/월드컵 3개 대회 모두 16강이상 성적
/지도자들에게 경험과 재능기부 열중
 
축구 선수를 거쳐 지도자 생활을 30년간 해온 정해성 감독은 학구파로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창조한 지도자로 유명한 정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축구의 본고장인 잉글랜드와 독일, 스페인 등 해외 축구 유학을 무려 5번 이상 다녀왔다.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세계 축구의 전술과 흐름을 체득하기 위함이었다. 축구 유학은 구단의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수 천만 원 이상의 자비를 들였다. 지도자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현실에 안주하면 자연도태 된다는 게 정 감독의 지론이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늘 깨어있어야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 생활 중 나태함을 느낄 때면 고행의 해외 연수를 떠나곤 했다.
 
초등시절에는 핸드볼 선수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소질이 있었던 소년 정해성은 원래 핸드볼 선수였다. 초등학교 시절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로 전학하면서부터 핸드볼 선수로 활약했다. 서울시 대회에서 MVP를 받았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으나 핸드볼부가 없는 한영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부터 축구로 진로를 바꾸었다.
 
당시 그는 키가 작고 몸이 약했던 탓에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 몰래 축구를 해야만 했다. 대신 정해성의 아버지는 야구를 권유해 야구부에 들어가 1년 정도 했으나 야구에 별로 흥미가 없어 결국 중학교 2학년 말에 아버지 몰래 축구부에 가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말 경에 수학여행 경비로 축구화를 산 것이 들통났다. 하지만 결국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축구와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학명문인 서울 중앙고에 입학하면서부터 축구에 두각을 드러낸 정해성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해 3학년 때는 주장을 맡아 맹활약했다. 1977년 전국 고교선수권에서 중앙고 유일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고교 최고선수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았고 대학 팀들의 치열한 스카우트 공세에 시달릴 정도가 됐다. 지금과 달리 당시만 해도 국내에 프로축구가 없어 고교 선수들의 대학 진학은 필수코스였다. 정해성은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 끝에 고려대 유니폼을 입었다. 고려대 재학시절 라이벌 연세대 축구선수와 고려대 인근 주점에서 술 한 잔 하다가 시비가 붙은 불량배로부터 그를 구해주는 의리를 발휘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숙소로 돌아가던 중 뒤따라온 그 불량배 3명으로부터 유리병으로 기습공격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가는 중상을 입었다. 8개월가량 병원신세를 진 이 사건은 축구판의 비화로 남아 있다.
 
모시던 감독 경질되면 본인도 퇴진
  
대학 졸업 후에는 프로가 없었기에 실업팀 제일은행을 거쳐 1983년 출범한 슈퍼리그 럭키금성에 입단할 수 있었다. 당시 창단 멤버 중에는 끈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박항서 베트남대표팀 감독도 있었다. 선수시절 풀백으로서 제법 활약한 그는 현역에서 물러난 뒤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럭키금성 2군 코치로 있던 중 그는 동독지역으로 가 동양인이 단 한 명도 없는 한자로스톡과 샬케04에서 10개월가량 선진 축구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 시절에 감히 축구연수를 떠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럭키금성 코치로 복귀한 정해성은 박항서와 자리를 맞바꿔 1군 코치로 부임했으나 보필했던 고재욱 감독이 경질되자 감독 대행을 맡아달라는 구단의 요청을 뿌리치고 동반 퇴진한 의리파였다. 실리보다는 의리를 택한 셈이다.
 
의리를 중시해 모셨던 사령탑과 함께 동반 퇴진한 것은 그의 축구인생에서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를 축구판의 '의리남'으로 부르는 이유다. 1995년 포항스틸러스 감독을 맡았던 허정무 감독(현재 대전 시티즌 사장)이 좋은 성적을 내고도 경질되자 3년 계약으로 부임한 코치자리를 1년 만에 동반 사퇴했다. 이로 인해 계약금 5000만원 가운데 3분 2인 3330만원을 반환해야 했다. 정해성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원정 첫 16강을 이뤄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까지 허정무 감독과 코치로서 오랜 인연을 맺었고, 나이 예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허정무 감독 앞에서는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비벼 끌 정도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다. 이러한 예의는 허정무 감독뿐 아니라 모든 선배에게도 똑같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대표팀 허정무 감독 체제에서 코치를 맡았던 정해성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가 부임하면서 선진축구를 공부하기 위해 대표팀에 남아 많은 걸 배우게 됐다. 앞으로 팀을 이끌어갈 감독으로서의 소양 교육을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은 셈이었다. 부족한 것을 더 배우기 위해 자비를 들여 히딩크를 따라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으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K리그 4위하고도 감독상 첫 수상
 
그가 감독직에 오른 것은 2004년이었다. 2005년 K리그 1,2위를 다투다가 4위로 시즌을 마감했지만 ‘올해의 감독상’은 정해성 감독의 차지였다. 우승팀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차지하는 게 관례지만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부천 사령탑에서 내려온 그는 2007년 또 영국 런던으로 축구연수를 떠났다. 이때는 이동국, 이영표,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한국 선수들이 대거 진출해 있었던 때였고, 선수들의 기량을 집중 점검하기도 했다. 런던에 머물던 중 급거 귀국하게 된 것은 허정무대표팀 감독으로부터 2010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아달라는 요청 때문이었다.
 
허정무 감독을 도와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이라는 성과를 내고 개선한 정 감독은 허정무 감독이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경질된 것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제의받았으나 고사하고 또 다시 스페인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FC 바르셀로나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푸욜 등 주요 선수들에 대한 연구를 했다.
 
지도자들 재능기부에 책임감 느껴
  
코치로 활약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 그리고 단장을 맡았던 2015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등 한국 축구의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에 모두 관여했던 정해성 감독은 축구협회의 부름을 받고 4년간 경기위원장과 주요 직책인 심판위원장을 대과 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축구 지도자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심판위원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또 독일과 스페인 단기 연수길에 올랐다. 그가 마지막으로 클럽 팀을 맡은 것은 축구열기가 매우 드높은 베트남 V리그 홍안지알라이와 명문클럽 호찌민 FC였다. 베트남 대표팀에는 박항서, 클럽팀에는 정해성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의 명성을 휘날렸던 때였다.
 
3년여의 해외감독 생활을 마치고 올해 초 귀국한 정해성 감독은 현재 축구협회 강사로서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다. 경남 양산, 전북 남원, 강원 평창 등지를 돌아다니며 전국의 초중등 학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훈련 프로그램과 자도자의 자세 등 50년간 축구판에서 몸담아오며 체득한 경험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밀알이 되고 싶다는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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