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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소라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2024)’
[박동성의 무비 아이] 我와 非我의 영화적 투쟁, 그 권력의 존재론
박동성 필진페이지 + 입력 2025-12-19 00:02:30
네오 소라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2024)’
▲ 박동성 영화평론가
 
존재냐, 비존재냐―그것이 문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
 
‘해피엔드’는 제목처럼 정말 행복한 결말을 맞는 영화일까? 영화의 엔딩을 미리 보자.
 
교장의 차에 장난친 대가로 퇴학당한 유타와 교장의 대학 장학금 추천으로 대학에 붙은 코우. 상반된 처지의 두 인물이 정반대 방향으로 떠나는 엔딩은 프리즈 프레임으로 강조된다. 이 연출은 ‘해피엔드’가 결국 두 남고생의 이야기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오프닝도 성인 클럽에 간 그 둘의 일탈을 보여주지 않는가. 청소년의 통제 불가하고 예민한 에너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다소 평범하고 그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될 만하다.
 
그 지적을 일정 정도 수용하면서도 이 영화가 그 평범한 듯한 마무리를 왜 해피엔드라 표명했는지는 더 섬세히 헤아려질 필요가 있다. 영화의 과정을 되짚어보자. 거기서 유타와 코우가 상호 간의 근본적 차이를 느껴 갈등한 사건이 주목된다. 이 사건은 어떤 힌트를 준다. 차이를 여집합의 논리로도 이해할 수 있다면, 존재 A와 그 외의 비존재 ~A(=Not A)가 계속 상충하는 역동성이 이 영화에서 감지된다. ‘해피엔드’는 자신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존재가 타자를 그 기준으로 통제하려는 이분법적 현상을 하이스쿨 라이프 안에서 보여주는 영화다.
 
유타와 코우는 인생 최초의 바다 여행과 성적 경험을 공유할 만큼 친하다. 하지만 음악에 빠진 유타는 정치 시위에 나가는 코우를 이해하지 못한다. 둘은 서로의 성격과 생각이 달라서 크게 말싸움을 벌인다. 양자의 정치 관심도는 정반대다.
 
물론, 유타도 코우가 재일 한국인으로서 경찰로부터 수차례 수모를 겪었음을 목격한 바 있다. 코우에게 영주권 증명서의 휴대 의무가 없음에도 경찰은 그에게 신분증명서의 공개를 강요한다. 치안 기관의 이 권력 행사는 영화 속의 정치 요소가 일본 사회의 특수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음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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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처한 특수한 맥락으로는 지진 빈발 같은 지질학적 요소도 있다. 돌연한 지진이 학교 전체를 뒤흔드는 장면에서 일순간 모든 소리가 제거되는데, 이 사운드 소거는 비범하다. 지진의 요란한 소음이 완전히 없어지는 반면에 그 ‘없음’으로 생성된 절대 무음 상태는 관객의 시선을 시각 요소의 존재로 집중시킨다. 이 청각적 공백은 끓는 물처럼 요동치는 사물들을 통해 지진의 파괴력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코우가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개인의 습관이나 감정으로만 보이지 않는 까닭도 일본의 이 사회적·지리적 특수성에 위치하는 듯하다. 그의 몸이 떨리는 것을 유타가 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왜 나왔을까? 부정한 사회적 강압을 겪은 개인의 분노를 신체의 진동으로 변환하려 한 의도는 아니었을까.
 
재일 한국인들은 영화 속 키토 총리의 강압적 통치로 고통을 겪는다. 총리는 지진 등의 유사시에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려 한다는 명목으로 내각 권한을 강화한다. 자신에게 반발하는 저항 세력을 비존재의 영역으로 추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와 사유만 정당화하는 독재적 획일화의 위험이 뭇 권력자에게 있지 않은가. 키토 정권의 파시즘 성향이 규탄되고 외국인의 불법 입국과 반일 세력의 흉악 범죄가 보도되는 중, 코우의 식당에는 非国民이라는 혐오성 주홍 글자가 새겨진다. ‘현시대의 정치권력이 기후 변화와 맞물려 행사되는 양상(Brian Massumi, Ontopower, Durham and London: Duke University Press, 2015, p.29)’ 도 참고하면, 날씨에 민감히 반응해 변형되는 구름이 긴급사태조항 발령이라는 속보와 겹쳐 나타난 쇼트도 정치와 자연환경의 결합을 이미지화한 연출로 해석할 수 있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안전을 명목 삼아 AI 감시 시스템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교사나 교장도 과도한 권력의 시행자로 치우칠 수 있다. 교장이 장난 테러범의 자수를 감시 체제 철폐의 조건으로 제시한 후에 유타와 코우의 행동이 서로 완벽히 대조되는 점은 인상적이다. 정치 시위에 나가 일본 사회를 바꾸려던 코우는 대학 추천 장학금이 걸린 자수 문제를 두고 침묵하는 반면에 사회나 정치에는 무관심하고 음악만 좋아하던 유타는 혼자 장난 테러를 일으켰다고 거짓말함으로써 학교의 혼란을 잠재운다. 이 교차는 묵중하다. 자신의 안위에 직결된 결정적 문제에서도 타인을 위한 희생적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자가 사회를 변혁시킨다는 메시지로 들리기 때문이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희생자와 타인의 이익이 상충한다는 지점에 있으리라. 이 지점에서도 문제는 다시 我와 非我, ‘나’와 ‘너(희)’ 사이의 ‘다름’으로 향한다. 서로의 다름을 포용하여 각자의 길을 향하게 허용하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 때, 두 소년이 각자의 인생을 향해 떠나는 결말이 ‘해피엔드’임도 수긍할 만하다.
 
영화 ‘해피엔드(2024)’ 줄거리
 
가까운 미래의 도쿄, 유타·코우·톰·아타로·밍은 같은 학교 동아리의 고교생이다. 특히, 음악에 빠진 개구쟁이 유타와 대학 장학금 추천을 앞둔 재일 한국인 출신 코우는 유치원 때부터 사귀며 첫 바다 구경과 첫 자위 경험도 함께한 절친한 친구다. 이 다섯은 밤중에 몰래 학교에 잠입해 교장의 차를 수직으로 세우는 장난을 친다. 이 장난 테러에 화난 교장은 학교에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교장실에 급습해 교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며, 유타와 코우는 서로 다름을 느끼고 갈등한다. 교장은 차에 장난친 학생들이 자수하면 AI 감시 체제를 철거하겠다고 공표한다. 교장의 장학금 추천이 간절한 코우가 침묵하는 동안 유타는 장난 테러의 범인이 자기 혼자라 말한다. 유타는 장난의 죗값으로 퇴학당하고 코우는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붙는다. 그래도 친근한 친구로 남은 둘이 각자의 길로 향하며 영화는 끝난다.
 
네오 소라 감독 소개
 
단편 영화를 주로 감독한 네오 소라의 필모그래피에서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2023)’는 이목을 끈다. 죽음 앞에서 자신의 곡 20편을 담담히 피아노로 연주하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담긴 이 장편 흑백영화는 맑고 명징한 음악을 부드럽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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