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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오락가락 재난지원금, 국고 좀먹는다

말바꾼 홍남기…지자체도 지원금 풀기 혈안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9-25 14:55:07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야고보서 1 : 22>
 
▲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5일간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이제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해 모이지 말라는 ‘비대면 추석’은 이제껏 우리 상상의 범주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그런 비대면 추석이 올해로 두 번째가 됐다. ‘불효자는 옵니다’ ‘올해 말고 오래 보자’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등 지난해 나왔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그 말이 당황스러웠고 또 서글픈 기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한편으로는 아무리 정부에서 모이지 말란다고 해서 그 핑계로 가족들과 모이지 않았던 것이 마음은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명절풍속도 바꿔놨다.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자고로 경험이 반복되다보면 습관이 되듯 비대면 추석 명절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금융권에서 추석 전후로 돈의 흐름을 코로나 이전과 비교 분석한 결과 출금은 크게 줄고 반면 이체는 확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사람이 아니라 돈이 움직였다는 거다. 이런 분위기에 많은 사람들은 이러다간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애(愛)마저 옅어질 수도 있겠다는 한탄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다수는 정부가 왜 낮에는 4명, 저녁 6시 이후에는 2명(비접종자 기준)만 모여야 한다고 하는지, 그 차이를 두는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마치 어떤 강인한 힘에 의해 희롱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모두 웃음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가 사법·입법·행정 삼권을 장악하고 독주를 하더니 급기야는 국민을 억지로 웃기려한다. 마치 개그맨 같다. 그런데 그것도 속이 보이는 억지 코미디고 관객(국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일종의 민폐로 역겹다.
 
이는 불과 하루 사이에 ‘나라 곳간이 텅 비어 간다’고 했다가 그 뉴스가 국민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돌연 ‘선진국에 비해 재정이 아주 양호하다’는 황당한, 국민들을 헛갈리게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국회 답변을 들으면서다.
 
그는 부동산 정책이든, 재정이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가 논란의 중심에 설 때면 매번 단호한 어조와 결기어린 굳은 표정으로 설명하는 것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단적인 예에 불과하지만 재정운용과 관련한 홍 부총리의 오락가락 행보는 재정 안정성은 물론 구체적 성과와 효율에서 심각한 차질과 마찰을 빚어내고 있다. 핵심은 재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상실이다. 돈 보다도 뼈아픈 대목이다.
 
당장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현장에서 부작용이 분출되고 있다. 재정지출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치적 이해득실과 맞물려 재난지원금이 결정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6월 건강보험료 기준 전 국민 88% 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되자 제외된 12%의 불만과 이의제기가 폭발적이다.
 
당장 코로나 이후 현실반영에 대한 문제제기부터 ‘왜 88%냐?’는 질문에 정부와 여당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면서 좌표가 찍히고 불공정에 대한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그러자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고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장은 곧바로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며 “경계선에 있는 분들이 억울하지 않게 지원금을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신속 지원의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한 걸음 더 나가 “88%보다는 조금 더 상향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아 90% 정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여기에다 “(이번 재난지원금)추계할 때도 딱 88%에 맞춰놓은 게 아니라 약간 여지가 있기 때문에 1~2%p 정도는 차질 없이 지급할 수 있게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까지 설명했다.
 
이번 예산편성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했는지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해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대한민국 12%에 들었다는 사실에 씁쓸하지만 “그동안 잘 살아왔구나”란 생각이 스쳤다며 자위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건강보험료 기준을 초과해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이들을 ‘6두품’이라 부른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층도 일상에 불안함을 느낀다.
 
결국 여론에 굴복한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가이드라인을 90% 확대로 급선회 했다. 세금 3000억원 가량이 더 들어가는 일에 대해 홍 부총리는 “판단이 모호하면 가능한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 불만제기 국민에게 강한 암시와 방향을 확정해 줬다. 이렇게 원칙이 바뀌고 갈리다 보니 국민 불만과 항의가 이어지고 무엇보다 항의한다고 이미 정한 기준을 쉽게 뒤집는다면 이미 정상적인 집행 자체가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가져올 정부의 결론은 한 가지, 세금 풀어 더 주고 불만을 잠재우면서 세금을 더 많이 거두는 것이다. 물론 재난지원금의 속성과 현실을 감안할 때 긴급하고 신속한 집행이 불가피한 특성은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확정된 정책을 집행하면서 이렇게 여론에 흔들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다면 신뢰는 고사하고 부작용이 엄청 노정된다는 사실이다.
 
당초 80%에서 88%로 다시 90%로 바뀐 데다 여권 대선예비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일찌기 ‘전 도민 지급’을 결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88%에 불만이 많으니 90%까지 지급하면 되나. 그러면 나머지 10%는 가만히 있겠냐?” “우기면 주는 건가요? 이의신청하면 주고, 안 하면 안 주는 식? 국정 운영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이어서 됩니까?” “이 불필요한 행정비용과 갈등은 어쩔 건지?” “이건 공정이 아니다. 받고 못 받고가 아니라, 똑같아야 한다” 등 이번 재난지원금 파장에 의견을 올린 사람들의 불만의 글이다.
 
이제 국민도 나랏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한동안 국가에서 지급하는 복지 지원에 대해 이제 우리도 살만해졌다는 안도감과 함께 “이거 나까지 받아도 되나?”라고 생각했던 국민들조차 ‘국고지원금은 악착같이 받아야 한다’는 인식으로 급선회 했다.
 
‘내가 조금 희생하고 양보해서라도 소중한 국가공동체를 알토란 같이 탄탄하게 해야 한다’ 는 신념을 가졌던 살림살이가 웬만한 국민조차 악착같이 나랏돈 수령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추세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흐름은 현실로 자리잡혀 가고 있다.
 
재난지원금 반납은 동화 속 미담으로 사라졌다. 이유를 넘어 여당 국회의원조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진 것을 섭섭해 하는 세상이다. 재정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다. 나라 곳간이 어제는 텅 비고 오늘은 아주 양호한 것일 수는 결코 없다. 악착같이 밀고 나가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단 한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세금은 결코 화수분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다. 만약 국가재정의 ‘신뢰’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지금 우리는 그런 일에 이미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초부터 올해 6월까지 위기 극복을 명목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들에게 지급한 보편적 재난지원금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지급이 개시된 정부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소요 예산 11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특히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한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보편 지원에 뛰어들면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 50%가 붕괴되는 등 지방 재정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2020~2021년 광역·기초 지자체 재난지원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자체들이 지급한 자체 보편지원금은 총 5조4486억원에 달한다.
 
행안부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줄곧 50%대를 유지하던 전국 재정자립도는 올해 48.66%로 주저앉았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지자체들도 보편재난 지원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시민 1인당 80만원을 지급해 가장 큰 규모의 보편지원금을 지출한 경기 포천시의 경우 올해 재정자립도는 24.19%에 불과했다.
 
7월 국가채무는 914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900조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국민이 피땀 흘려 열심히 세금을 내고는 있지만 나라살림은 빚만 늘고 있다는 뜻이다.
 
재난 상황만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살피고 따질 일이며 두 눈 부릅뜨고 국민이 지켜보아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이 일을 맡은 사람들은 휩쓸려 오락가락 하고 있다. 이런 식의 고무줄 국정이라면 앞으로 과연 세금징수가 가능할까. 속도위반 범칙금을 국민에게 물릴 수 있을까. 재난지원금을 받는다는 즐거움보다 암울한 미래가 더 걱정된다.
 
“그는 깊고 은밀한 일을 나타내시고 어두운 데에 있는 것을 아시며 또 빛이 그와 함께 있도다.”<다니엘 2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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