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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직속기관이다. 중국어 교육과 문화 전파를 내세우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공산당 체제·이념의 선전 및 첩보의 거점이자 통일전선기구’라는 공식 결론이 났다. 모양새는 ‘괴테인스티튜트(독일문화원)’ ‘세종학당(한국문화원)’ 비슷하지만 내실은 ‘중국공산당홍보원’이다. 공자학원 교재에 공자를 악의적으로 폄하하는 대목도 나온다. 애당초 ‘공자’는 기만적 허울이었다.
2018년 미국 의회의 ‘미·중 경제안보위원회 보고서’는 중국이 각국 여론조작에 활용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가 공자학원임을 적시한 바 있다. 10년 전 캐나다 맥매스터대 공자학원 강사가 중국의 감시를 고발하며 제기한 소송을 계기로 서방의 대응이 시작됐다. 올해 4월 기준 전 세계 93개 대학, 2개 정부, 3개 학교위원회가 공자학원 및 공자교실과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며 130개 공자학원 중 83개소가 폐쇄됐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공자학원만 지속 성장 중이다. 2004년 이래 전국에 23개가 설치돼 아시아 최대 규모다. 지방 국립대 공자학원 6곳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작년 지원액은 9억9000만원이다. 전년보다 1억3000만원 늘었다. 해당 예산의 중국 정부 의존율은 지난해 74.3%를 기록했다. ‘지원경비를 (중국)본부관리규정에 따라 집행할 것’ ‘본부의 교육평가를 받을 것’ 등이 계약규정에 명시돼 있다. 중국 정부가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2개 대학은 운영예산 전액을 중국에서 받는다.
친중 인맥·여론 조성의 핵심에 공자학원이 있다. 모든 나라가 비슷한 노력을 하지만, 중국 같은 규모·치밀함·집요함과 자금·인원 동원력을 보인 예는 없다. 각국의 중국대사관이 공자학원을 하위조직처럼 운영해 온 혐의도 짙다. 우리나라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정치적인 집단행동 배후는 물론 국내 여론 동향의 왜곡에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작년 8월 미 국무부는 공자학원의 인력·자금 정보에 대한 정기적 신고를 의무화했다. 미 의회는 비자발급 제한과 특정 분야의 입학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감시 대상엔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해외 고급인재 유치를 목표로 운영 중인 ‘천인(千人)계획’도 있다. 첨단기술 탈취를 위한 스파이 프로그램이다. 관련 혐의로 한국 카이스트 교수와 미 하버드대 교수가 체포돼 큰 파문이 일었다.
공자학원 문제에 문재인정부는 시종일관 방임하고 있다. 작년 2월 ‘신동아’의 특집보도가 있었을 뿐 주류언론 대부분도 침묵하거나 소극적이다. 일부 유튜버와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가 움직이는 정도다. 5월 이 단체가 공자학원의 폐해와 추방운동을 담은 도리스 리우 감독의 다큐 영화 ‘공자라는 미명 하에(In the Name of Confucius)’ 국내 상영을 실현했지만 파급력이 제한적이었다.
우리나라 40·50대엔 ‘중국 공산혁명의 환상’에 갇힌 이들이 적지 않다. 중공의 정통성 근거인 항일투쟁의 허구적 서사, 미·중 밀월에 가려졌던 역사의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 미·중 대결 아래 생존을 위한 ‘중국과의 거리두기’ 첫걸음은 공자학원 정리여야 한다. 이 문제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자해·자멸 행위다.
우선 법률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외국 정부가 좌우하는 교육기관에 정부보조금을 금하는 내용의 법안 같은 것을 기대해본다. 조만간 공자학원 실태를 알리는 유튜브 채널에 대해 반격이 개시될지 모른다. 누가 나서든 고소·고발을 벌이는 주체의 배후는 중국 정부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가 할 일은 일단 국민적 관심과 여론의 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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