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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전통춤 홀로서기, ‘이주희의 춤’

종합예술인 춤 제대로 보여준 무대

‘어제’를 ‘오늘’에 입힌 전승의 시간

전통의 길에서 전통을 동시대에 告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11 09:14:10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문학박사
 춤과 음악을 넘나든다. 아니 하나로 만든다. 중앙대 이주희 교수가 한바탕 풀어낸 ‘이주희의 춤’(2021.9.7., 국립국악원 우면당) 공연은 음의 잔향(殘響)을 춤의 무향(舞香)으로 치환해 공감 100% 순도로 끌어 올렸다.
 
‘무용가 이주희’ 하면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가 ‘모녀전승(母女傳承)’이다. 2002년부터 매해 관객들과 함께한 무대다. 긴 시간 속 여울진 춤의 풍광은 단순히 어머니와 딸의 동행 무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승이 포용한 과거, 현재, 미래가 삼원색을 그려내 춤 생명력을 켜켜이 세월의 나이테에 촘촘히 새기고 채색했기 때문이다. 이름 석 자가 그 자체인 명무 한순서의 가르침과 자신의 예술적 감각이 온몸으로 체화된 이주희는 가무악에 능한 만능 예술가다. ‘춤은 종합예술’이라는 평소의 지론이 이번 공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 승무 [사진=필자 제공]
  
공연장 공기가 숨을 멈춘 상태에서 시작된 ‘오북’에서의 첫 두드림. 소리의 울림의 아니라 영혼의 울림이다. 내공의 발산이 크다. 이 작품을 오프닝으로 한 이유가 감지된다. 소리로 춤을 만들고, 춤으로 소리를 발산하다. 스피드, 정확도가 일품이다. 관중을 오북 사이로 순식간에 끌어들인다. 진공을 창공으로 내보낸다. 마지막 엔딩 퍼포먼스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다. 장단의 창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진 작품은 ‘풍향(향발무)’. 바람이 분다. 향발이 그 바람을 전한다. 여자 무용수 세 명(반수현, 송현주, 장즈팅)이 등장해 바람을 일으키고, 때론 잠재운다. 마치 춤의 궁전에 온 듯한 느낌이다. 궁중무용 무구인 향발을 이용해 바람의 향기를 전달한 이 작품은 단아함이 매력이다. 그 매력이 바람처럼 일렁였다.
 
▲오북
  
평안남도무형문화재 제4호인 ‘평양수건춤’. 작품이 시작되면 앉았다 일어선다. 수건을 천천히 들어올린다. 서사성을 높이는 표정이 가득하다. 수건을 던진다. 애통한 마음으로 수건을 부여잡는다. 이내 몸을 덜썩인다. 떨어진 수건을 허공에 날린 후 공간에 펼친다. 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마무리된다. 이 춤은 예능보유자인 한순서로부터 이주희로 전승되고 있다. 춤의 상향성, 서사성, 애절함이 중첩돼 묘미를 더한다. 평남의 지역성, 문화성까지 느낄 수 있는 무형문화유산이다. 한순서의 입춤을 바디로 해 화선을 든 여인의 마음까지 담은 ‘화선무’가 춤 바통을 이어받는다. 여자 무용수 1명이 먼저 나와 4명의 무용수를 무대로 끌어낸다. 5명(양정원, 반수현, 윤희경, 송현주, 장즈팅)이 그려내는 춤의 선. ‘화선’이라 부르기에 제격이다. 태평소 가락마다 춤가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태평소 역할이 크다. 움직임뿐 아니라 공간을 인상적으로 채운 작품이다.
 
▲평남수건춤
 
‘오북’, ‘평남수건춤’에 이어 이주희의 세 번째 솔로춤은 ‘승무’. 여러 류의 승무가 있지만 이번 무대에서 선보인 작품은 ‘강태홍류 승무’. 가야금산조 명인 강태홍으로부터 한순서 명무로 내려온 이 승무는 이주희 선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역사성을 고스란히 알 수 있는 징표로 어머니 한순서가 30대 입었던 장삼을 이주희 교수가 이번 무대에서 입고 출연했다. ‘어제’를 ‘오늘’에 숭고하게 입힌 격이다. 잘 맞다. 흔들림 없다. 오히려 견고하다. 춤의 묵직함에 예술의 연속성까지 더해져 수건을 창공에 뿌린다. 어느 순간 창공에 맞닿아 있다. 승무 북가락 행진이 거세다. 갈등과 번뇌, 해탈의 다양한 모습은 울림에 울림을 더했다. 웅장한 춤사위와 발디딤의 긴장과 이완의 특질을 지닌 강태홍류 승무의 서사성이 잘 드러난다. 무대 퇴장 전의 마지막 웃음에 눈길이 간다.
 
▲상장고II
 
공연 피날레를 장식한 작품은 ‘상장고Ⅱ’. ‘상장고Ⅰ’은 2002년에 설장고 가락을 재구성하고, 춤맛을 더해 만들어졌다. 신명성 강하다. 이번에 초연된 ‘상장고Ⅱ’는 전자기타와 장고가 결합된 크로스오버 무대다. 잘 익었다. 춤과 음악이 잘 버무려진 음식처럼 관객의 입맛을 제대로 맞췄다. 전자기타 연주자 두 명, 이주희, 그리고 상장고 주자 5명이 함께했다. 일렉기타가 불러낸 상장고. 경쾌하다 못해 폭발적이다. 음(音)의 공간을 충분히 채운다. 전자음의 끌림, 장고 두드림의 결합이 편안하다. 이주희의 개인기를 넘어 집단성까지 담아냈다. 원천성까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본 크로스오버 중 단연 으뜸이다. 다양한 감정 층위를 모았다 풀었다 했다. 제대로 한판 놀고, 보여줬다. 클럽에 온 듯한 느낌마저 줄 땐 출연자와 관객의 동화(同化)의 밀도가 고조된다. 과장됨이 과장되지 않는 이주희의 춤 연기는 기분좋게 한다.
 
전통의 길에서 전통을 동시대로 말한 무대. 가무악에 능한 무용가의 열정과 에너지는 9월의 비가 돼 모두의 가슴을 적신다. 이주희의 전통춤 홀로서기는 이렇게 표표히 흘러가리라 본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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