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된 3단 형태의 대한민국 최초 저궤도 실용위성 발사체인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나로호 예산(5000억원)보다 4배 많은 약 2조원이 투입된 이 거대 프로젝트에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발사가 우리나라를 우주강국·군사강국으로 발돋움시켜 줄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누리호에 적용된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원리와 동일해 우리나라 미사일 사정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또 첨단 미래기술이 접목돼 관련 산업의 비약적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초당 1t 연료·산화제 태우는 막강한 화력으로 중력권 이탈
누리호 제원은 길이 47.2m, 직경 3.5m, 중량 200t, 연료탑재량 56.5t, 화물 탑재중량 1.5t이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가 부착돼 있으며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돼 있다. 부품 수는 총 30만개다.
누리호 개발사업은 이명박정부 시기인 2010년 3월부터 시작돼 올해 10월 마무리됐다. 12년에 걸쳐 총 1조9572억원이 투입됐으며 연구인력은 250명에 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두원중공업·현대중공업 등 300여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발사체 설계·제작·시험·운용 등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완성됐다. 1차 발사일은 오는 21일이며 2차 발사는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다.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께 나로우주센터 격납고에서 나와 약 1.8㎞ 떨어진 제2발사대로 옮겨진 뒤 수직으로 세워 본체를 고정하고 엄빌리컬(umbilical·탯줄) 타워에 연결된다. 11층 건물 높이의 해당 타워는 로켓에 연료와 산화제(연료 연소를 돕는 물질) 및 전기를 공급하는 일종의 주유소 개념이다.
발사 당일인 21일 항우연은 온도·습도·바람 등 기상상태를 확인하고 실제 발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가늠할 예정이다. 온도는 영하 10℃~영상 35℃, 습도는 영상 25℃ 환경 기준 98% 이하, 풍속은 평균 초속 15m와 순간 최대 초속 21m 이하, 비행경로상 번개와 방전 가능성이 없는 대기상태 등이 충족돼야 발사가 가능하다.
발사가 확정되면 정확한 발사 시각이 정해진다. 현재 21일 오후 4시로 잠정 확정됐지만 당일 기상조건에 따라 오후 3~7시 사이로 조정될 수 있으며 아예 발사 예비기간인 22~28일로 미뤄질 수 있다.
오후 4시 발사 기준으로 4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엄빌리컬 타워를 통해 액체연료·산화제가 동체에 주입된다. 발사 10분 전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발사가 임박하면 로켓 1단 엔진 4기를 0.2초 간격으로 차례로 점화시키고 1초당 1t의 연료·산화제를 태우는 화력으로 추진력을 얻어 4초 후 이륙한다.
조상연 항우연 발사체보증팀장은 “단 분리 테스트를 지상에서 진행하긴 했지만 비행 상황에서 누리호 본체 진동·가속도 등을 완전히 모사하긴 어렵다”며 “비행 상황에서의 단 분리 과정은 처음 수행하는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여기에서 얻은 데이터를 향후 추가 발사 때 활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누리호-대륙간탄도미사일 적용 기술 흡사…실험 성공 시 우주강국·군사강국 도약 기대
누리호는 정상적으로 발사될 경우 대한민국 남쪽 필리핀 해상 방향으로 약 170도의 각도로 비행할 예정이다. 이후 발사장에서 약 1514㎞ 떨어진 해상에 낙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켓과 ICBM을 구분 짓는 건 비행 각도다. 나치독일이 군사용으로 개발한 V-2 로켓이 이후 우주발사체 시초가 됐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 로켓·ICBM은 메커니즘은 거의 동일하다.
우주발사체는 지구궤도에 위성을 올려놓을 목적으로 지상에서 수직으로 발사돼 우주에서 수평비행을 한다. 반면 ICBM은 핵탄두를 지상에 투사할 목적이기 때문에 수직으로 발사된 후 약 23도 정도 기울어져 비행하다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낙하하게 된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행체 발사 때마다 각도를 통해 로켓이냐, ICBM이냐 여부를 가늠해 왔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최근의 (위성) 발사체들은 액체수소 연료와 액체산소 산화제를 사용해 성능을 높인다. 이러한 극저온 액체추진제 엔진을 사용하는 발사체는 미사일로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기술적으로 전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료·엔진을 고체형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로켓을 언제든 ICBM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2013년 8월 ICBM으로 전용 가능한 로켓 ‘엡실론’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길이 24.4m, 지름 2.6m, 중량 91t의 이 3단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특성상 ICBM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일본 주력 로켓이던 H-2 시리즈는 액체연료 주입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그 과정에서 적성국에 탐지될 수 있어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낮았다. 일본 우주개발 전문가인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언제든 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론 안팎에선 이번 누리호 발사가 성공할 경우 고체연료 사용, 발사각도 조정 등의 문제만 해결하면 따라 우리나라도 대륙간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군사강국 대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차기 정부 시기인 2024년 고체형 우주발사체가 운용될 예정이다. 국방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6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7월 29일 종합시험장에서 우주발사체용 고체추진기관 연소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누리호 발사가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외교·안보적으로 적지 않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고체엔진은 ICBM 등 개발에 있어서 훨씬 유리한 기술이다”며 “핵무기가 없어 ICBM 효용성은 떨어지지만 역내 분쟁 발생 시 활용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갖췄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시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중국·일본·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되는 만큼 우주강국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한국·미국의 예산·자원이 달라 스페이스X 같은 국내 (민간 우주개발) 기업이 탄생할 시점을 구체적으로 예상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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