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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누리호 발사(下-파급효과)

300개 토종 방산기업 결실 누리호 ‘K-스페이스’ 시대 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5톤 액체 로켓 엔진 독자 개발…엔진 총조립 담당

KAI, 3만여개 부품 조립 총괄…1단 연료 탱크·산화제 탱크도 직접 제작

엔진 공급계·연소기 등 자체 생산…“협업 통해 우주산업 생태계 기틀 마련”

기사입력 2021-10-19 15:13:00

▲ 이달 21일 발사를 앞둔 누리호에는 3만여개에 달하는 부품이 탑재됐다. 이들 부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300여개의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고, 누리호의 모든 기술도 국내 업체와 기관들이 자체 개발했다. 사진은 발사대에 기립 중인 누리호 인증 모델. [사진=뉴시스]
 
21일 오후 전남 고흥에서 우주를 향해 발사되는 ‘누리호’의 역사적인 비행에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누리호 발사 프로젝트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기업이 참여했다.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완성돼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러시아 등에 이어 1톤이 넘는 실용 위성을 쏴 올릴 수 있는 전 세계 7개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우주산업 선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누리호 개발에 힘을 보탠 주요 기업들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300개 국내기업 대거 참여, 순수 토종기술 결실
 
201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진 누리호에는 3만여개에 달하는 부품이 탑재된다. 부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300여개의 국내 방산기업들이 참여했고, 누리호의 모든 기술도 국내 업체와 기관들이 자체 개발했다.
 
누리호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건 국내 방산기업 덕분이다. KAI가 누리호 발사체 총조립을 담당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을 개발했다. 현대로템은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를 구축해 발사체의 종합 성능을 검증할 수 있게 했다.
 
한화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누리호의 핵심 장치인 ‘75톤 액체 로켓 엔진’을 세계 7번째로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10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75톤 액체 로켓 엔진은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 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의 조건을 모두 견뎌 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한화그룹 내에서 우주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사용되는 총 6기의 엔진을 납품했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3단형 발사체로 설계됐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 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낸다. 2단은 75톤급 액체 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 엔진 1기가 장착됐다.
 
누리호 엔진의 총조립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뿐만 아니라 터보 펌프, 추진기관 공급계 부품, 배관 조합체, 구동장치 시스템 등 부품·모듈을 직접 제작했다. 또 시험 설비 구축에도 참여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누리호 개발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외에 300곳이 넘는 국내 방산기업의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가 발사체의 심장과도 같은 엔진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주 사업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지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초 국내 대표 위성 개발 업체 쎄트렉아이의 지분 30%를 확보했다. 쎄트렉아이는 국내 위성 관련 핵심 구성품을 직접 개발하고 제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업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전까지 위성을 직접 만들지는 못했다. 업계는 한화가 쎄트렉아이 지분 투자를 통해 위성 제조라는 새 사업에도 진출하게 됐다고 내다 봤다.
 
한화그룹은 올해 3월 그룹 내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기도 했다. 스페이스 허브에는 그룹 내 주요 항공 우주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팀장을 맡아 스페이스 허브를 이끌고 있다.
 
현대로템은 누리호의 연소시험을 담당한다. 2011년 기본설계용역사업을 수주한 후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에 참여했다. 2014년 구축 설계 및 시험설비 제작에 돌입해 2015년부터 3년간 나로우주센터에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현대로템이 구축한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는 지상에서 7톤, 75톤, 300톤급 발사체를 연소시험할 수 있게 설계됐다. 2017년 하반기부터 누리호 2단 수류시험을 시작해 3워레 이미 1단 연소시험을 끝냈다. 위성산업을 비롯한 각종 우주산업을 통해 한국도 우주경제 시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배경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도, 국내 방산기업 총출동…K-스페이스 시대 도약
 
KAI는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했다. 1단 연료 탱크와 산화제 탱크 제작도 담당했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조립 설계, 공정 설계, 조립용 치공구 제작 등을 담당하는 등 사실상 이번 사업을 주도했다.
 
KAI는 1994년부터 다목적 실용 위성(아리랑) 1호에서 7호에 이르기까지 위성 본체 개발의 모든 사업에 참여해 온 국내 우주산업 전문 업체다. 그간 고신뢰성 기술 기반의 1톤급 위성 본체 개발 역량을 확보해 왔다.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를 계기로 KAI는 단순히 위성을 발사체로 쏘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성으로 확보한 정보들을 가공, 판매하는 서비스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최근 국내 항공 영상 분석 업체인 메이사의 지분 20%를 인수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엔 뉴 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 우주 체계 종합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무인 항공기와 위성, 우주 발사체 등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 누리호는 201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이 투입돼 개발됐다. 사진은 누리호 인증 모델. [사진=뉴시스]
  
누리호가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동력이 필요하다. 누리호는 액체 산소와 등유(케로신)로 동력을 만든다. 산화제 탱크에 들어있는 액체 산소와 연료 탱크에 들어있는 등유는 터보 펌프가 빨아들인다. 터보 펌프가 빨아들인 연료와 산화제는 자동차의 실린더 역할을 하는 연소기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3000도 이상의 고온을 버텨야 하는 연소기를 만든 업체가 바로 비츠로넥스텍이다.
 
비츠로넥스텍은 발사체 연소기·가스 발생기 등 우주 항공 사업을 필두로 플라즈마 및 핵융합·가속기 등 분야를 선도하는 업체다. 향후 중이온 가속기·수소 충전소(극저온) 등 신산업 분야에도 진출을 꾀하고 있다.
 
또 밸브·점화기·배관 등 엔진에 동력·산화제를 공급하는 각종 부품이 모인 엔진 공급계는 스페이스솔루션과 하이록코리아·엔케이·삼양화학 등 국내 6개 기업의 합작품이다. 스페이스솔루션은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업체로, 반도체용 초순도 가스 배관 및 항공 우주(로켓) 분야 고압 제어용 밸브 등을 제조한다.
 
스페이스솔루션은 누리호 개발과 관련해 “개발 초기에는 특수 소재와 생소한 개발 규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외부 기관에 있는 엔지니어와 협업을 통해 기술을 축적했다”며 “이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협업을 통한 우주 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하이록코리아는 유압용 밸브, 초정밀 피팅, 모듈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장치 산업에 있어 기체 또는 유체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제어하는 필수 제품을 만든다.
 
누리호는 원래 올해 2월 발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누리호 최하단인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연결하는 전방동체에 문제가 생기며 발사 일정이 8개월 연기됐다. 이때 한국화이바가 누리호 개발 구원투수로 참여했다.
 
한국화이바는 두께가 1mm 정도로 얇으면서도 강한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탄소 복합 소재 개발에 특화한 업체다. 한국화이바의 복합 소재로 만든 전방동체는 합격점을 받았고 누리호 개발에 다시 속도가 붙게 됐다는 후문이다.
 
누리호에는 발사와 이동 제어를 위한 각종 컴퓨터 장치도 탑재된다. 이들 장치끼리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선 전선 다발인 와이어하네스가 필요하다. 와이어하네스는 카프마이크로가 납품했다. 로켓 내 두뇌인 전자 컴퓨터(에비오닉스)는 단암시스템즈 등에서 제작했다.
 
이 외에도 △체계 종합(유콘시스템 등 6곳) △추진 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 등 9곳) △구조체(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유도 제어·전자(7곳) △열·공력(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다수의 기업이 누리호 개발에 힘을 보탰다.
 
누리호가 발사되는 제2발사대 역시 국내 기업이 제작했다. 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4년 6개월에 걸쳐 제작했다. 현대중공업은 누리호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높이 48m의 엄빌리칼(탯줄)도 구축했다.
 

 [오창영 기자 / , cyoh@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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