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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경제’가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는 인식 전환 시급

국가와 기업 생존 위한 경제 안보 강화 추세

코로나19, 글로벌 질서의 근본적 변화 촉구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27 09:40:49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역사가 우리에게 준 명백한 교훈은 인류의 삶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큰 전환점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코로나19는 지난 세기 2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과 맞먹는 충격과 글로벌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물론 개인에 이르기까지 생존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규범, 즉 뉴노멀이 만들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면 더 큰 재앙과 수시로 맞닥뜨릴 수 있음을 경고해주고 있기도 하다. 지구촌 전체가 욕망을 자제하면서 위기에 공동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생각·가치에 더해 새로운 방식이 생겨난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통상 축도 전통 무역 규범에서 탈피해 환경, 디지털, 인권·노동 등의 이슈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에는 새로운 경영 가치 기준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전면에 부상하면서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별로 새삼스럽지 않다.
 
코로나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승기를 잡은 나라는 아직 없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 잠시 안정적이라고 할지라도 불안감을 완전히 종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와의 긴 여정은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을 한층 더 키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가 이기주의와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린다. 세계화는 퇴조하고 패권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늘어나고 산업구조 재편에 속도가 붙는다.
 
디지털과 생명과학이라는 기술에 대한 선점이 앞다퉈 이뤄지고 이의 보호를 위한 방어벽이 구축된다. 국가 혹은 기업 간의 편 가르기가 갈수록 급물살을 타고, 배포가 맞는 상대와 팀을 만드는 합종연횡과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어제의 적과도 동침을 서슴지 않는 과감한 전략과 전술이 줄을 잇는다. 자칫 이를 무시하거나 한눈팔고 엉뚱한 줄에 서 있으면 낙오자로 전락하기에 십상이다. 영어(囹圄)의 몸에서 해방된 삼성 이재용 회장이 미국을 둘러보고 온 후 초격차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 괄목할만한 현상은 경제가 안보의 중심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가 아니고 하나의 축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자국의 상대적 우월성이나 차별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핵심 전략 기술을 정점으로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질서에 중심 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술적 우위를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짝짓기에서 협상의 레버리지를 높이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일례로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미국·중국·대만·유럽이 연합전선을 형성하면서 가치사슬 구조를 일신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보유하고 있는 대만이 협상력을 높이고 공급망의 중심에 올라서면서 중국의 심기를 크게 불편하게 한다. 사활이 걸린 미·중 미래 기술 전쟁에서 안보의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미국은 전통적 동맹을 하나로 규합하는 작업을 서두른다. 미국 홀로 중국의 굴기를 막기가 역부족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들의 퍼주기 공략만 무성, 한국 경제의 생존에 관한 큰 공약은 실종
 
이뿐만 아니다. 서방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 중심의 공동 전선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고, 아시아 동맹들도 속속 이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모양새다. 신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취임 즉시 ‘경제 안보’를 내각의 간판 정책으로 내걸고 경제안보 담당 장관을 신설했다. 이는 두 개의 고리를 두고 생겨난 발상이다.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이 가중됨으로 인해 전략물자 수급이 불안해질 경우 일본 경제가 일시에 마비될 수 있는 개연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함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의 전략 기술 혹은 인재가 외국, 특히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평가된다. 대만 정부도 중국 기업의 자국 기술 기업의 인수·합병과 관련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하는 사실상 봉쇄를 결정했다. 또한 반도체 등 핵심 기술 인력이 중국을 방문할 때도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특별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에 대한 투자는 강화하는 경제 안보 동맹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호주도 이에 적극 가담 중이다.
 
당장 이익보다는 가치를 중심으로 묶이면서 장래에 더 큰 이익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질서 재편 과정이다. 최근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이 이를 부추긴다. 차이나 리스크란 중국 경제의 경착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이면서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횡포까지를 포함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비대칭적 구조가 팬데믹 상황에서 헤어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중국이 자국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상대국에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을 무기화해 사용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며,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질 수 있다. 일본, 한국, 대만, 호주 등은 이미 1〜2차례 이를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희토류 공급 중단, 사드 보복, 대만 해협 봉쇄, 요소수 대란 등이 그것들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이 세 나라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강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다.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중국 이외 국가로 다변화 또는 공급망 재구축 전선에 참여하는 것 말고는 불안정한 상태를 극복할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다.
 
경쟁국이나 주변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유는 현실에 대한 절박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 패권 자리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유럽이나 일본·대만·호주는 중국의 현실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우리가 이들보다 절대 유리하거나 중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다행스럽다면 우리에게 아직도 실탄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공급망 혹은 가치사슬 재편에서 충분히 한몫을 할 수 있는 기술과 기업, 그리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반도체, IT, LED, IOT, 자동차에 더해 심지어 원전까지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전반적인 기술에서 우리를 맹추격하면서 호시탐탐 인재를 빼가려는 중국에 대한 경계를 확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눈치만 보면서 주저하는 것은 사태를 더 악화시켜 덜미를 잡힐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할 뿐이다.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국가 경제 혹은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경제가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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