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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아이언맨’ 윤성빈,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려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1-13 09:50:03

 
▲박병헌 언론인·전 세계일보 체육부장
평창서 스켈레톤 금메달 가장 값져
너무나 우연한 기회에 썰매 타게 돼
홀어머니의 위로가 힘든 운동에 큰 힘
썰매 입문 5년만에 자신의 우상 추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서도 금메달 도전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불리는 강원도의 산골마을 평창에서 겨울 올림픽이 열린지도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남북한 단일팀을 이루고, 남북 선수들이 성화를 함께 점화하는 등 평화 올림픽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종합 5위에 오른 2010년 밴쿠버 올림픽(금 6,은 6, 동메달 2개)보다 못한 7위(금5, 은8,동메달 4개)에 올랐지만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뿐 아니라 스피드 스케이팅, 썰매종목, 스키에서도 골고루 메달을 사냥하는 대성과를 냈다.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대약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세 꺾고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
 
대한민국이 따낸 금메달 가운데 스켈레톤 윤성빈의 금메달은 가장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25세의 윤성빈은 혜성같이 등장해 유럽세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엎드린 자세로 썰매를 타고 1200m가량의 경사진 얼음 트랙을 활주하는 스켈레톤은 0.01초를 다투는 초고속 질주로 인한 사고 위험성 때문에 올림픽에서 중단과 채택을 반복하다가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된 스릴 넘치는 종목이다. 썰매는 시속 125km대를 달려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대한민국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는 윤성빈, 이한신이 출전했으나 메달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썰매장 하나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유럽세는 감히 넘지 못할 벽이었다.
 
경남 남해가 고향인 윤성빈은 서울 신림고 2학년 때까지 스켈레톤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어린 시절 남해군 축구 대표로 뽑히기도 하고, 육상종목에 출전했던 타고난 운동꾼이었다. 중학교시절에는 배드민턴 부원이었고, 고교시절에는 농구부원이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점프 능력 등으로 농구를 즐기던 그는 막연하게 체육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자리 멀리뛰기, 팔굽혀펴기, 단거리 등 체대 입시에 필요한 기초 체력테스트에서는 단연 발군이었다. 키가 178cm에 불과하지만 1.07m의 서전트 점프로 농구 림을 잡을 정도로 탄력이 좋았다.
 
고교 체육교사 권유로 스켈레톤 접해
 
그러던 중 농구부 감독인 김영태 체육 교사의 권유로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다. 영문도 모르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나온 윤성빈은 한국체대에 도착한 뒤에야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발전임을 알았다. 러닝화 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스트를 받는 웃지 못할 일이었다. 그는 이렇게 아주 우연하게 스켈레톤을 접하게 됐고, 인생항로가 180도 바뀌게 된 셈이다.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사였던 김 교사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국가대표 출신으로 국내 썰매 종목의 선구자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와는 연세대 대학원 동문으로 각별한 관계였다. 강 교수는 대한민국의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 성공에 맞춰 한국체대 썰매 팀을 창단하려고 유망주를 찾던 중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해 놓았지만 국내 스켈레톤은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강광배 교수의 열정과 헌신 있었기에
 
윤성빈은 강 교수의 눈에 띄어 일약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었고, 2012년 9월 열린 스타트 챔피언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켈레톤에서 스타트 능력은 승부를 가를 정도로 절대적인 부분이다. 강 교수로부터 집중훈련을 받으며 일취월장한 윤성빈은 입문 3개월만에 국가대표 2차선발전에서 대학생 형들을 물리치고 고등학생 신분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기염을 토했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그는 대학생 형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시작했고, 강 교수는 주말에는 윤성빈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숙식을 함께 하며 스켈레톤을 가르쳤다. 강 교수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윤성빈 같은 대선수가 탄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윤성빈은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가 되면서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었다. 대표팀 초반에는 ‘공포의 질주’에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그 때마다 큰 힘이 되어 준 것은 고향에 계신 홀어머니의 격려였다. 그가 생애 처음 주행을 한 것은 고3이던 2012년 11월이었다. 미국 유타주 올림픽파크의 슬라이딩 트랙에서 스켈레톤 헬멧이 아닌 스키 헬멧에 턱 끈을 붙여 쓴 채 주행한 뒤 겁에 질려 운동을 포기하려고 어머니에게 전화했다.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라. 네 결정을 존중한다”며 다독였던 어머니였다. 이후에는 혹독한 훈련으로 더욱 힘들었지만 어머니의 격려를 되새기며 단 한번의 불평도 없었다고 한다. 어렸을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효자로 소문나 있다.
 
당당히 평창올림픽 챔피언에 올라
 
썰매에 입문한 지 불과 1년 반 만인 2014년 1월 캐나다에서 열린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그가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스켈레톤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렇지만 이때까지도 윤성빈이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럽의 선수층이 워낙 두터워 요행 정도로 치부됐을 뿐이다. 이후 2014∼2015시즌 월드컵 무대에 출전해 2014년 12월 첫 동메달, 이듬해 1월 첫 은메달을, 2016년 2월에는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선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7시즌 7차례 월드컵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차지하며 마침내 스켈레톤의 황제인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압도했다. 세계 랭킹 1위에도 오르며 평창에서의 금빛 전망을 밝혔다. 아이언맨 헬멧을 처음 공개한 뒤 승승장구해 ‘아이언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윤성빈, 그보다 무려 10살이나 많은 두쿠르스는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무려 50여차례나 휩쓴 윤성빈의 우상이었다. 더구나 평창올림픽 썰매 경기장인 알펜시아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윤성빈에게는 홈코스다. 이곳에서 집중 훈련을 했고, 코스를 훤히 꿰고 있었다.
 
평창올림픽에서 3차 레이스까지 2등에 1초 넘게 앞서 금메달이 유력시됐지만 ‘아이언맨’ 윤성빈은 4차 시기에서도 압도적인 주행을 했다. 4차 시기에서 50.02의 트랙 레코드를 다시 기록, 합계 3분20초55로 금메달을 거머쥐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윤성빈의 금메달은 2월 16일 무술년 설날 아침에 나와 뜻 깊었다. 그는 스켈레톤 입문 5년 8개월만에 1~4차 시기에서 모두 1위를 찍어 진정한 올림픽 챔피언임을 과시했다. 2위와는 무려 1.63초의 압도적인 차이였다.
 
4년 전 초심 돌아가 최선 다하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이제 20일밖에 남지 않았다. 윤성빈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전감각을 쌓지 못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제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가 베이징에서 부진을 보인다면 평창에서의 금메달은 그저 운이 좋은데다 홈코스 잇점 때문이라고 폄훼될 공산도 없지 않다. 베이징 올림픽 트랙 적응도가 메달 색깔을 좌우할 전망이다. 4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 동안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평창올림픽 챔피언답게 베이징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려 또다른 감동을 전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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