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장사협의회(상장협)가 최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국민연금이 막대한 보유지분을 앞세워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고, 기금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는 이념적 수탁자책임활동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협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구성하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자문기구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장협은 14일 “국민연금이 회사를 대신해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한다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지난해 1월 29일 국민연금 기금위에 소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문제 기업’에 대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제안 안건이 기습 상정돼 논란이 됐다. 당시 기금위는 이 안건을 의결하지 않고 수책위가 발의 취지와 책임투자 현황과 절차 등을 검토한 이후 다음 기금위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상장협 등 7개 경제단체는 기업 경영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명확한 기준 설정 등을 요구하며 반대성명을 낸 바 있다.
상장협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규모는 약 917조원에 달해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할 정도이다. 이 중 17.9%를 국내 상장회사에 투자하고 있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272개사에 이른다. 네이버(NAVER), KT 등 주요 상장회사의 최대주주기도 하다. 상장협은 “자국 회사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거나 개별회사에 대해 보유 비중 제한을 두고 있는 해외 연기금과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장협은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를 정치적 독립성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상장협은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위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등 6인의 정부 인사가 포함돼 있다”며 “이에 더해 기금운용과 무관한 농어업인, 노동조합 등 각계 이해관계자 단체들이 추천한 위원이 12인이 포함돼 있어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단체가 각각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수책위를 설치해 의결권 행사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완성됐다. 하지만 기금운용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수책위는 수익률과 무관한 의사결정을 해 연금의 장기적 수익률 확보라는 목적이 도외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혁 상장협 정책본부장은 “지배구조의 독립성이 확보된 해외 주요 연기금들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최근 국민연금의 행보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금위를 민간 기금운용 전문가 중심으로 개편해 수탁자책임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현행 수책위는 기금위의 의사결정을 위한 자문기구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앞으로 이사 후보 추천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과 같은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실제로 나아간다면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혁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캐나다 공적연금은 자산운용사, 투자은행 출신 기금운용 전문가 12인으로 구성된 별도의 독립기구(CPPIB)를 통해 의사결정 및 수탁자책임활동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PPIB의 기금운용 관리팀도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CPPIB 이사회에만 기금운용 관련 보고를 하고 정부는 분기별 보고만 받아 사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있다.
CPPIB에 따르면 2020~2021 회계연도에 캐나다 국민연금은 16.4% 수익률을 기록, 526억 캐나다달러(약 50조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CPPIB는 “이번 성과는 CPPIB의 내부 벤치마크 목표 보다는 낮게 달성한 결과지만 코로나19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나름 좋은 성과”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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