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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文정부 임기 말 ‘캠코더’ 인사

‘적폐청산’ 무색한 文정부 금융공기업 ‘낙하산’ 인사 논란

15개 금융공기업 임원 10명 중 2명꼴 낙하산 인사

청와대·민주당·민주화 운동 경력에 전문성 실종

“전문성 요구되는 임원은 공개경쟁·임기보장 해야”

기사입력 2022-01-27 00:07:00

 
▲ 금융 관련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에 친여·친정부 성향의 정치권 인사가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적폐 청산’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에 반복된 구태를 반복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스카이데일리
     
금융 관련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에 잇따라 직무와 크게 상관없는 친여·친정부 성향의 인사가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청와대에서 여야 4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간 정권 말에 반복돼온 구태이자 악습을 이번 정부 역시 되풀이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공기업 임원 중 낙하산 인사 없는 곳 없어
 
26일 스카이데일리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15개 금융 관련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이하 ‘금융공기업’)의 임원 124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23명(18.5%)이 친정부·친여당 성향의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문재인정부 초반부터 야권 등에서 지적한 ‘캠코더 인사’, 즉 △문재인 대선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에 부합했다.
 
조사 대상 금융공기업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예금보험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조폐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결제원,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이다(무작위순).
 
15개 금융공기업 가운데 낙하산 인사가 없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예금보험공사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조폐공사 3명, 신용보증기금·한국수출입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 각 2명 순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0개 금융공기업은 각 1명으로 집계됐으며, 여기에는 최종 임명 전인 캠코 1명을 포함시켰다.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30일 신임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를 임명했다. 김 이사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이사 출신으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19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김 이사에 앞서 임명된 박상진 상임이사와 선종문 비상임이사 역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예비후보였다. 이한규 감사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을 지냈다. 여당 인사 4명이 예금보험공사 임원 자리를 꿰찬 셈이다.
 
캠코는 14일 주주총회에서 권남주 전 부사장을 신임 사장에, 원호준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상임이사에 임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내부 승진한 권남주 신임 사장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외부 영입하는 원호준 전 부장이 문제가 됐다.
 
원 전 부장은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드론 개발 등의 업무를 해왔다. 때문에 개인의 부실채권 정리를 담당하는 캠코 가계지원본부장 상임이사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캠코 측은 “캠코가 가진 금융 전문성에 더해 공적 부문과 산업기술의 접점에서 혁신을 이끌 임원”이라고 평가했으나, 캠코 노조는 “상식 밖의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 등 퇴진 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반발했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캠코 상임이사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사장이 임명한다. 18일 정식 취임한 권 사장이 안팎의 우려에도 원 이사 내정자 임명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스카이데일리
   
한편 5일에는 신용보증기금이 상임이사로 조충행씨를 선임하자 노조가 반발했다. 조 이사는 금융위 출신으로 금융공공데이터 담당관 등을 역임했으나, 노조는 정책 금융 경험이 부족한데다 내부 승진 대신 외부에서 영입한 점을 문제 삼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달 비상임이사로 김재승 단국대 행정법무대학원 초빙교수를 임명했다. 김 이사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부의장 등 운동권 출신으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비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먼저 비상임이사에 임명된 권해상 국가경영연구원장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혁신관리수석실 선임행정관 출신이다.
 
낙하산 인사가 기관 수장 맡기도
 
낙하산 인사가 수장으로 앉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문 정부 대통령비서실에서 민정수석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무조정실장을 거쳤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과 진승호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나란히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경력을 보유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과 문 정부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을 지냈다. 이와 함께 조폐공사에는 문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출신 노정윤 비상임이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동욱 상임감사가 재직 중이다.
 
작년 1월 임명된 김종철 한국수출입은행 상임감사는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서 법률 자문을 했다. 지난해 9월 임명된 윤태호 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는 판사 출신 변호사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항소심을 맡은 바 있다. 이에 반해 함께 임명된 이재민 비상임이사(해양금융연구소 대표)는 수출입은행 수출금융본부장·무역투자금융본부장 출신이자 민관 통틀어 금융권 첫 노조 추천 이사로 업무 적합성을 인정받았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3월 정재호 상임감사를 임명했다. 정 감사는 20대 국회의원(민주당·경기 고양시 을)을 지낸 정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보좌역과 당선 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 등을 거쳤다. 지난달 KDB산업은행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9년부터 1년여간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지난해 7월 임명된 이종석 한국무역보험공사 상임감사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뒤 직전인 6월까지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기획협력팀장으로 일했다.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8월 천경득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조성두 전 참여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은 2019년부터 서민금융진흥원 상임감사로 일하고 있다.
 
서채란 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는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역임한 청와대 출신 변호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일했으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초선과 재선 캠프에서 정책자문을 맡았다. 문재인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 민주정책통합포럼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낙하산 인사와 보은 인사는 절대 없다던 문 대통령의 취임 초 다짐은 어디 가고 정권 말 내편 심기가 도를 넘었다”며 “전문성과 자질 모두 부족한 낙하산 임원들이 공공기관을 점령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코드 인사에 대한 철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임원 10명 중 3명 친정부 여권 인사
 
금융 문외한을 앉히려다 여론에 밀려 자진 사퇴한 경우도 있다. 예탁결제원은 한유진 전 노무현재단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하려다 실패했다. 한 전 본부장은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과 문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황현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한국성장금융 임원(투자운용 2본부장)으로 내정됐으나 낙하산 논란에 부담을 느끼고 자진사퇴했다. 한국성장금융은 금융공기업이 아니지만 창업·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로 20조원 규모의 정책 펀드인 ‘한국형 뉴딜펀드’를 책임져 공공의 성격을 지닌다.
 
한편, 국내 공공 기관으로 범위를 넓히면 임원 10명 가운데 3명이 친정부·친여당 인사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기업 평가 사이트 CEO 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국내 350개 공공 기관의 기관장, 상임 감사·이사 432명 가운데 친정부·친여권 임원은 131명으로 30.3%에 달했다. 이 가운데 관료 출신이 41.2%로 가장 많았고 정계 29%, 학계 9.2%, 재계 3.1%, 법조계 3.1% 순이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공기업은 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정책금융기관이라서 (비상임이사로) 친정권 인사 기용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면서도 “상임이사 자리에 최소한의 업무 경험도 없는 낙하산 인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금융, 산업, 과학기술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 임원직은 공개경쟁을 제도화하고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덜 필요한 자리라면 정무적인 판단(임명)이 가능하도록 열어주되 정권 교체와 함께 일괄 사직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학형 기자 / hh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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