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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1만여 건 티메프 사태…실질 구제 신호탄
첫 조정 결정…금감원 소비자보호 강화 드라이브
“공급 안 되면 철회 가능”… 소비자 권리 해석 확장
PG·판매사 배상 한계 속 카드사 책임 확대 판단
이세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6-04-09 10:02:38
▲ 티메프 사태 관련 소비자 분쟁, 주요사건발생 타임라인. 금융감독원
 
# A는 티몬에 입점한 여행사의 해외여행 상품을 약 494만원에 3개월 할부로 결제하고 대금을 모두 납부했다. 이후 약 두 달 뒤 판매사가 정산 지연을 이유로 계약 이행을 거절하자, A씨는 티몬을 통해 결제를 취소하고 카드사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했다.
 
# C는 티몬 판매사를 통해 항공권을 할부로 결제해 2회까지 금액을 납부했지만, 이후 사용 불가 통보를 받자 결제를 취소하고 카드사에 청약철회권과 할부항변권을 행사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신용카드 할부결제로 여행·항공권을 구매한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인정하고 카드사에 환급 책임을 지우는 판단을 내렸다. 플랫폼 결제 구조에서 책임 공백이 발생했던 피해 구제의 방향을 금융회사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분조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티메프 사태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소비자가 카드사를 상대로 행사한 청약철회권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에 따라 카드사는 이미 결제된 할부금 전액을 환급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별 분쟁 판단을 넘어 구조적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위메프와 판매사, PG사 책임을 인정했지만 실제 배상 능력 부족과 플랫폼 파산 등으로 피해 구제가 지연됐다. 분조위는 할부거래법을 근거로 카드사를 책임 주체로 포함시키는 새로운 해석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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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도 이번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결정을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플랫폼 거래 구조에서 발생하는 유사 리스크가 앞으로 또 생길 수 있는 만큼 카드사들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티메프 사태에 그치지 않고 전자상거래 전반의 카드사 책임 범위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핵심 쟁점은 ‘재화·서비스가 아예 제공되지 않은 경우 청약철회권이 가능한지’였다. 분조위는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았다면 소비자의 철회권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계약 취소가 소비자 선택이 아닌 판매사의 이행 거절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했다.
 
구체 사례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이어졌다. 해외여행 상품을 할부로 결제했지만 여행사가 계약 이행을 거절한 경우, 소비자가 행사한 청약철회권은 유효하다고 봤다. 출발일 직전이라도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가치 하락’을 이유로 철회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30대 남성 D씨(서울 강서구)는 본지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카드사 입장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우리 같은 소비자도 분명한 피해자”라며 “나 같은 피해자가 많을 텐데 카드사나 소비자나 괜히 피해자가 된 셈인 만큼 부디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이 책임 공방을 더 키우기보다 장기화한 분쟁을 정리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유사 경험이 있는 소비자도 제도 변화에 주목했다. 
 
20대 여성 E씨(서울 영등포구)는 본지에 “온라인 마케팅 업체와의 분쟁에서 승소한 뒤 할부항변을 통해 결제금액과 할부이자를 모두 돌려받은 경험이 있다”며 “당시에는 법원 판결문이 있어 비교적 쉽게 해결됐다고 생각했는데, 티메프 사례는 별도 판결 없이도 분쟁이 해결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소비자 피해 구제가 보다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분조위는 항공권 사례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발권이 취소돼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 청약철회권을 인정했고, 동시에 할부항변권도 인정돼 남은 할부금 지급 의무 자체가 사라졌다. 판매사의 채무불이행으로 계약 목적이 달성되지 못했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했다.
 
현재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분쟁 규모는 상당하다. 작년 말 기준 카드사와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1만1696건, 분쟁 금액은 약 132억 원 수준이다. 다수 소비자가 집단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개별 분쟁 해결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은 이번 조정을 계기로 카드사와 소비자 간 잔여 분쟁을 신속히 정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여행·항공·숙박 등 유사 피해에도 동일 기준을 적용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말 발표된 금융소비자보호 로드맵 이후 처음 나온 조정 사례다. 플랫폼·판매사 중심이었던 책임 구조를 금융회사까지 확장하면서, 전자상거래 결제 구조 전반에 대한 책임 재정립 논의가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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