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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

“항공교육기관의 국가적 통합은 국제적 추세의 역행이죠”

“KAA 설립, 관련 기관과 토론·협의 진행해야”

“각 교육기관 역할 고려해 협업·공존 바람직”

기사입력 2022-02-08 00:05:00

▲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정부, 대학, 공공·민간 교육기관의 고유한 임무가 있고 이들이 조화를 이루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추진하는 한국항공아카데미(KAA)의 설립은 이들을 모두 통합하고 각 기관별 임무를 정부로 일원화해 수행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정부가 KAA 설립을 두고 관련 기관과 협의를 통해 ‘강행’이 아닌 ‘소통’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봐요.”
 
“교육도 경쟁이에요. 민간 교육기관은 서로 경쟁하면서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어요. 항공관련 인재 양성에 선진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수단인 경쟁의 영역을 KAA설립 등으로 통합하면서 정부가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는 셈이죠. 교육에서 정부의 역할은 작을수록 현명하다고 여겨져요. 따라서 정부의 KAA 설립은 최선책이 아니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요.”
 
“관 주도의 KAA 설립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적응하지 못할 것”
 
황호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본래 형법을 연구하던 법학박사였다. 황 교수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근무하다 항공대학교에 부임하게 되면서 비로소 항공법을 접하게 됐다. 부임 당시 한국은 2000년 ICAO(UN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의 낮은 평가(79.79%)와 2001년 9월 미연방항공청(FAA)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국가로 지정받는 등 위기 상황이었다.
 
“사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은 첨단기술과 자본 집약적인 고도의 성장산업이며 기술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죠. 최근 정부가 KAA라는 항공 교육기관을 설립한다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그 실체는 설득력이 부족했어요.”
 
“현재까지 보도된 바에 의하면 KAA는 국제기구 ICAO 등에서 요구하는 항공안전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감독 역할을 맡은 항공관련 국가 공무원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을 담당한다고 해요. 이러한 정부의 취지는 동의하나 정부가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점은 문제가 되죠.”
 
▲ 황호원 교수는 정부가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여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의도에는 공감하나 관 주도의 운영은 민간 교육기관에 비해 발빠른 적응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카이데일리
 
황 교수는 정부가 KAA를 설립하는 이유로 항공안전에 대한 ICAO 등의 평가를 앞두고 이를 대비하고자 하는 명목과 ICAO 이사국 파트2 그룹으로의 진출을 지목했다. 현재 한국의 경우 ICAO 이사국 파트3에 속하며 파트2로 격상되면 국제항공항행을 위한 시설 기여국가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이미 파트2 이사국인 싱가포르의 경우 항공교육원(SAA)을 성공리에 운영해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등 항공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황 교수는 현 정부도 싱가포르의 모델을 본보기 삼아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항공안전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노력에는 적극 찬성하는 바에요. 하지만 관 주도의 조직운영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경쟁관계인 민간 교육기관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죠.”
 
“민간 및 공공기관은 교육뿐 아니라 정책연구라는 연구역량 차원에서도 존재의의가 있어요. KAA는 교육을 중점으로 하고 공무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항공 관련 대학의 교육원 등 연구를 진행할 만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요. 따라서 연구역량의 부재로 국가적 손해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어요.“
 
“정책 추진과정 투명하게 공개해야…토론·협의 진행 없이는 저항 부딪쳐”
 
“정부는 상부 조직으로 명칭은 KAA로 설립은 하되 실질적으로는 현행 교육기관을 유지하면서 역할분담 등을 통해 실무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채택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 컨트롤 타워·감독기관으로서 전체 교육을 기획하고 대학 등 교육기관의 역할도 고려해 함께 협업하는 식으로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봐요.”
 
황 교수는 KAA 설립 취지에는 동의하나 관련 기관과 충분한 협의 및 토론을 통해 진행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은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정책은 반발 등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항공업계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각 공항공사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도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지적됐다. KAA도 정부가 설립한 거대조직으로서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더욱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 황 교수는 특히 코로나19로 국가예산이 과다 지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KAA 설립은 관련 기관의 반발을 부를 뿐 아니라 국제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카이데일리
 
“또 국토부는 KAA 설립과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게 각 60억원 이상의 기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했죠. 이들은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요구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돈을 내줄 수밖에 없어요. 양대 항공사 노조는 지난해 3월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자 국토교통부로 향했지만 정부의 계획은 변함이 없었죠. 심지어 돈뿐 아니라 인력도 양 공항공사에서 차출해갈 예정이라 반발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요.”
 
“현행대로라면 정부는 부족한 현실에서 최선을 다한 교육 주체를 소외시키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KAA 설립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활발한 토론이나 협의 없이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 정책 추진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겠죠.”
 
이와 더불어 황 교수는 KAA 설립이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항공 기관의 경우 정부로부터 독립돼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UAM(도심항공교통), 드론 등 최근 들어 민간으로 항공 네트워크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민간의 역할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통합하는 것은 시대적·국제적으로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도 정부가 항공 관련 산업을 주도하는 경우는 드물죠. 영국, 싱가포르의 경우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자국의 항공 사무를 관장하는 민간공당국(Civil Aviation Authority) 등을 설립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에요. 각 기관이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서로 경쟁·견제하게 만드는 추세인데 현 정부는 KAA로 교육기관을 통합하는 등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죠."
 
황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결국 관련 기관 및 대학과 충분한 토론·협의를 진행하고 이들이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건강한 경쟁을 지속할 수 있게 후방에서 지원·감독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황 교수는 끝으로 KAA 설립 이슈와 관련해 정부가 수행할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는 대학을 포함한 각 전문 교육 기관들이 ICAO 표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항공에 특화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나아가 향후 해외 수출이 가능하도록 후방에서 지원 역할을 수행해야 하죠. 필요 자원과 협력하고 소통을 지속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으로도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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