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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광복과 더불어 북한 지역에서는 소련군의 점령 아래 혁명의 원천지라고 할 수 있는 민주기지 건설 작업이 일관되게 추진됐다. 1946년 2월8일에는 김일성을 책임자로 하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발족돼 민주개혁이라는 명목으로 토지개혁, 중요 산업의 국유화 등 일련의 체제 개혁을 서둘렀다. 이는 봉건 및 일제 식민지 잔재의 청산과도 관련이 있었다.
1947년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되자 유엔 총회는 유엔 감시하의 남북한 총선거 실시와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 설치를 제의했다.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정권 수립을 서둘렀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1947년 11월부터 제정을 추진해온 헌법을 1948년 9월8일 공식적으로 채택했고, 9월9일 김일성을 수상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이 수립됐다.
북한은 헌법 제1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임을 명기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 체제는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주의’가 아니라 근로인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인민 민주주의’다. 인민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결합된 정치체제이나 자유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인민 민주주의에서는 양심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된 적이 없고, 생산수단에 대한 사유 재산권을 죄악시하고 철폐함으로써 자유 민주주의와 적대 관계에 서게 됐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선거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되고, 선거로 선출된 대표에 의한 대의 정치, 왕이나 귀족이 아닌 개인이 대표가 되는 공화 정치의 체제를 갖췄으나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권이 빠졌다. 자유권이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있고 정치적 기본권이 실현되고 나아가 주권행사를 할 수 있다. 자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북한은 명목상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해 제기되고 레닌이 체계화한 조직이론인 ‘민주주의중앙집권제(democratic centralism, 일명 민주집중제)’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주의중앙집권제는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를 합친 형태로 토론 과정에서 사상 투쟁을 허용하지만 일단 결정이 나오면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조직 원리다.
북한은 민주주의중앙집권제에 대해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활동원칙 또는 그런 원칙이 관철돼 있는 제도”, “우(위)로부터의 통일적인 지도와 밑으로부터의 창발성을 결합시키는 노동계급의 당과 국가기관 및 사회단체들의 조직과 활동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노동당 규약 제11조와 사회주의헌법 제5조에 이 원칙이 명문화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민주주의는 당원 대중이 직접적인 참여 아래 당 조직을 구성·운영하고, 당원 대중의 의사에 기초해 문제를 토의·결정하며, 당원들의 창발성을 동원해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것 등을 말한다. 중앙집권제에서 당원은 당조직에(조직 우위의 원칙), 소수는 다수에(다수 지배의 원칙), 하급 당조직은 상급 당조직에(상급 당 우위의 원칙), 전당은 수령과 당중앙에(중앙 지배의 원칙) 절대 복종하는 원칙들을 포함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가 결합됐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기초한 중앙집권제, 중앙집권제 하에서의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양자를 분리시키거나 어느 하나를 절대화하면 불가피하게 좌우경적 편향을 범하게 된다고 북한은 주장한다. 예컨대 민주주의가 없는 중앙집권제는 관료주의를 초래하고, 중앙집권제가 없는 민주주의는 부르주아 자유주의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를 결합할 때 양자를 평균적으로 융합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집권제를 좀 더 중시하고 앞세워야 한다고 북한은 강조한다. 중앙집권제를 우위에 놓고 강화해야 사회에 대한 통일적 지도를 이룩할 수 있고, 근로인민 대중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 행복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민주집중제는 수령의 유일적 영도 하에서만 여하히 실현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 중앙집권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튼튼히 세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민주집중제는 형식은 민주주의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결국 당중앙, 즉 최고지도자의 독재를 합리화하는 이론이다. 최고지도기관은 상향식 선거로 구성되고 토론을 거쳐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소수가 다수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 민주집중제가 하부의 창발성(민주주의)과 상부의 지도(중앙집권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상적인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민주주의는 형식(선거, 회의, 토론)에 그치고 중앙집권제(당적 결정, 수령의 교시)만 강조함으로써 권력의 집중화와 절대화를 낳고 있다.
북한의 정체는 공산주의적 전체주의 체제이다. 전체주의 체제는 모든 것을 정치기구로 종속시켜 이익과 동의와 권리를 조직하고 조작하기 위해 전체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고 있다. 최고지도자에 의해 공식화된 이데올로기는 하나의 신앙이고 도그마이다. 최고지도자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데, 그 권력의 장치로 단일 정당을 구축하고 있다.
북한 헌법 제1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선노동당은 모든 정치조직들을 통일적으로 지도하며, 그 정치 조직들에 망라돼 있는 대중을 영도하는데, 당이 정치 기구 중에서 영도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정치적 수령의 직접적 영도를 받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령을 중심으로 전체 사회가 일원적으로 편제돼 있고, 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유일사상체계를 세워야한다.
사회주의 국가의 보편적 특성은 당·국가 체제인데 실질적 권력을 장악한 하나의 당이 국가와 사회를 지배한다. 국가와 사회에서 오직 하나의 이데올로기만을 인정하고 모든 정치 과정과 언론 매체들을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이 장악함으로써 자율적인 정치-사회 하부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산당의 권력독점을 정당화하고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의 ‘지도적 역할’을 구체화하는 ‘민주주의중앙집권제’ 원칙에 기초해 국가를 조직한다.
북한은 민주주의중앙집권제에 대해 ‘민주주의와 중앙집권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활동 원칙, 또는 그런 원칙이 관철돼 있는 제도’, ‘위로부터의 통일적인 지도와 밑으로부터의 창발성을 결합시키는 노동계급의 당과 국가 기관 및 사회단체들의 조직과 활동원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은 최고의 위상과 권한을 지닌 권력의 원천으로 국가기관이나 단체보다 상위에 위치한다. 모든 정책들은 당의 지도와 통제하에 추진되며, 당이 총괄적으로 정책결정 기능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입법부 기능의 최고인민회의, 행정부 기능의 국무위원회와 내각, 사법부 기능의 사법검찰기관은 각각 법 제정과 집행 및 해석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체제는 노동당과 군대의 두 기둥, 그리고 입법부·행정부·사법부를 포괄하는 국가기구 등 3개의 거대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북한을 지탱시켜온 핵심권력기구는 당이며, 북한의 원천적 기반은 군대인데, 이는 조선노동당 규약에서 북한군의 성격을 “당의 선군혁명영도를 받들어나가는 혁명의 핵심부대, 주력군”이라고 규정(제47조)하고 있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주장은 민중이 주인이 되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이상 사회이다.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를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주집중제에 의해 수령이 이끄는 수령독재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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