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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매출과 이용자 수를 확대하면서도 적자를 이어가던 쿠팡이 지난해 기록적인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 규모가 갈수록 쌓여가며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지만 쿠팡은 현재 상황이 ‘계획된 적자’라며 부정적 지표에 대해 ‘NM(Non-Meaningful·의미 없음)’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쿠팡은 그동안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확보한 이용자 수와 점유율에 인프라 투자 완료 후 지출 감소, 코로나19 방역 비용 감소, 요금 인상 등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매출 54% 늘 때 영업 손실 3배 증가… 계속되는 적자 행진
쿠팡은 이달 2일 지난해 매출을 공개했다. 쿠팡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184억637만달러(약 22조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인당 평균 구매금액도 전년 256달러에서 올해 283달러로 늘었다.
이용자 수를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실제로 쿠팡의 지난해 4분기 활성고객은 1794만명으로 전년 동기 1485만명보다 300만명 이상 늘었다. 쿠팡의 유료회원제인 와우멤버십 가입자 또한 지난해 말 기준 900만명에 달했고,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의 지난해 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역시 지난해 1월 대비 59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과 고객 규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14억9396만달러(약 1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5억1599만달러)보다 3배에 가까운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 손실액 등이 반영됐다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쿠팡의 실적 발표 이후 쿠팡의 주가는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Inc의 주가는 4일(현지시간) 21.1달러에 마감해 3일 종가인 25.47달러보다 17.16% 하락했다. 이후 내림세는 계속돼 15일(현지 시간) 15.45달러에 마감해 올해 첫 거래일(1월3일) 종가인 28.72달러보다 46.2%나 급락한 상태다.
이번처럼 적자 규모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쿠팡의 적자는 계속해서 누적돼왔다. 쿠팡은 2020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5504억원, 당기순손실 6144억원, 2019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7205억원, 당기순손실 7239억원을 기록했다.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쿠팡은 공시 자료를 올리기 시작한 2014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수천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플랫폼 기업 특성상 초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 점유율과 이용자층을 확보해 이후 거대한 수익으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표적인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도 높은 성장세에 비해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현재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쿠팡은 매출이 확대되며 상당한 이용자 수를 확보했음에도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적자에 Non-Meaningful 선언한 쿠팡… 요금 인상·비용 절감으로 극복 자신감
막대한 적자 규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쿠팡은 향후 실적에 대해 낙관하는 입장이다. 쿠팡은 4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손실 부분에 NM(Non-Meaningful)을 표기하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쿠팡의 지난해 현금 흐름을 보면 Purchase of property and equipment(장비·재산 구매)에 6억7366만달러(약 8200억원)를 쏟아부었다. 쿠팡은 그동안의 적자가 인프라 확보를 위한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많았던 만큼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적자 규모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은 적자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사업 확장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특히 물류 시스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쿠팡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쿠팡은 1500만ft²(140만㎡)의 물류 인프라를 추가했고 올해도 수백만ft²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도 진행 중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말 2억2200만달러(약 2700억원)를 추가로 대출받았다.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 이후 5억3000만달러를 담보 대출 받으면서 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쿠팡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물류 인프라를 완성하고 내년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소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는 호조였지만 동시에 물류센터 내의 방역을 위해 쿠팡은 막대한 금액을 사용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의 4분기 순손실에 코로나19 방역 비용 1억3000만달러가 포함돼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 비해 증세가 약하다는 것이 드러나며 방역이 완화되는 추세인 만큼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지출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의 적자 문제가 떠오르면서 쿠팡 내부에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김범석 의장을 비롯한 쿠팡 임원들도 수익성 제고 의지를 내비쳤다. 김 의장은 “올해는 조정 EBITDA(이자, 세금 미지급 및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7~10%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며 “올해는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며 이미 1분기 운영 및 고정 비용 레버리지의 개선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 책임자는 “올해 조정 EBITDA 적자가 4억달러 미만이 될 것이다”며 “1분기 총이익률 또한 코로나19 창궐 이래 최고인 2.5%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쿠팡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에 대해 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12월 신규 회원에 한해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2900원에서 월 4990원으로 인상하며 가격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가격 인상에 이용자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새벽 로켓배송의 편리함과 OTT ‘쿠팡플레이’까지 얹어주는 것을 감안하면 감수할 수 있다는 평가다.
쿠팡은 지난달부터 배달 앱 ‘쿠팡이츠’에서 진행하던 프로모션 요금제를 종료했다. 쿠팡이츠 오픈 후 계속 프로모션을 적용해온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요금제 개편이다. 과거 프로모션 요금제로 주문 건당 중개 수수료 1000원에 기본 배달료 5000원을 받던 쿠팡이츠는 주문가격의 9.8%에 해당하는 주문중계 수수료와 건당 배달비 5400원을 받는다. 배달 앱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막대한 적자를 감내해온 쿠팡이지만 더 이상의 적자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를 확보한 후에 시도하는 전형적인 전략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은 소비자들이 쿠팡이 의존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것은 플랫폼 기업의 기본 전략이기도 하다”며 “이미 소비자가 쿠팡 서비스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요금이 올랐다고 쿠팡 이용을 그만두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와우 멤버십의 경우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아직 싼 가격이고 쿠팡잇츠의 경우 배달 기사 확보 경쟁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배달료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이탈을 최소화하며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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