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배달시장이 날로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배달사업자 등의 한숨은 되레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기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료가 인상돼 배달앱, 배달대행사 등의 비용부담이 커진 게 그 이유로 지목된다. 정작 배달기사들도 배달료 상승의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배달료 인상은 또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장 음식 배달비부터 늘어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비용 문제 등이 심화될 경우 배달시장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으며, 이 경우 배달시장 구성원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배달료 문제 등에 대한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달시장 성장에도 배달사업자는 적자…“배달기사 모시기 출혈경쟁 때문”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1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음식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2조7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대면소비가 감소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빈도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배달시장 확대는 배달기사(라이더) 확보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 경쟁은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졌다. 현재 배달료는 배달앱 등 배달대행업자, 업주, 소비자가 분담하는 형태다. 배달료 인상은 배달시장 구성원 모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배달대행사들의 대행료가 약 30% 인상됐다. 대형 배달앱 등이 배달기사 확보 과정에서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인상했기 때문에 배달대행사들도 수수료를 올려야 했고, 이에 대행료가 인상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배달대행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낮추면 배달기사들이 배달앱으로 가버리고 그냥 수수료를 높이자니 재정상 부담이 커진다”며 “배달기사를 확보하면서 회사 재정도 챙기기 위해선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대형 배달앱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단건배달’(한 건당 한 집 배달) 활성화 등으로 배달기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게 그 배경이다. 단건배달은 기존 묶음 배달에 비해 배달속도가 빨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배달건수에 상응하는 배달기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배달수수료 부담 등은 커지게 된다.
실제 배달앱 사업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은 배달기사 확보를 위해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인상했고 프로모션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기도 했다. 단 배달시장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비용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은 한 달에만 수십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기업의 경쟁이 적정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진다면 문제가 없지만 출혈 경쟁 끝에 한쪽이 쓰러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독점적인 지위를 사용해 가격을 올려 그동안의 손해를 메우려 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대대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고 가격이 관성이 있어서 대규모 인상은 이뤄지지 않겠지만 그동안 포기했던 마진을 회복하는 선까지는 가격 인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배달료 인상에 소비자 불만 확대…“합의점 찾지 못하면 시장 공멸할 것”
이처럼 업계의 ‘배달기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정작 배달기사들은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현재 배달기사들이 지급받는 수수료 등으론 생계를 꾸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배달 종사자 노조 ‘라이더유니온’의 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요즘 배달 노동자가 많이 번다고 하지만 기본 배달료는 수년째 그대로며 지급받는 배달료가 다 수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며 “배달에 필요한 운전보험료, 지역의료 보험, 기름값, 오토바이 감가상각비 등을 모두 배달일만으로 감당하려면 주 6일 장시간 근무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거듭된 수수료 인상 등으로 소비자가 지급해야 할 배달료는 최근 4500원 수준까지 올랐다. 2020년만 해도 배달료가 통상 3000원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서울시에서 자취를 하는 오기훈 씨(29·가명)는 “최소 배달 금액이 오른 상황에서 배달비까지 오르다 보니 배달로 끼니를 해결하는 게 나가서 먹는 것보다 거의 1만원이 더 든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언제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음식배달의 장점이었는데, 이러한 장점이 모두 사라지면서 나가서 사먹거나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거듭된 배달료 인상 경쟁이 배달시장 구성원들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달료 부담 확대 등 요인으로 소비자들이 배달시장을 외면할 경우 배달시장 자체가 축소돼 배달사업자는 물론 배달기사들의 수익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배달료 등에 대한 적정선을 찾아 일종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대행업체나 음식점 점주들이 모두 배달비를 부담하기 힘들다면 결국 음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배달 음식을 소비하지 않는 쪽으로 변화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배달을 시켜 먹지 않아서 시장이 축소되면 결국 배달 기사들의 몸값도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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