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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스리랑카 위기 원인

스리랑카, 최악 경제난에 디폴트… “못 살겠다” 성난 민심

팬데믹으로 관광수입 94% 감소

IMF와 40억달러 구제금융 본협상

中일대일로 참여로 빚더미 올라

기사입력 2022-04-22 14:30:12

▲ 재한 스리랑카인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최근 최악의 경제난을 겪으며 국내외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가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선언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양의 섬나라이자 실론티로 유명한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국가 경제 전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외화 부족으로 국가 부도상태인 스리랑카는 거리 곳곳이 성난 민심을 대변하는 시위의 물결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석유 등 원자재 부족에서 비롯된 단전대중교통 마비에 물가 폭등까지 겹치면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의 전통적인 새해 첫날인 414일에도 수도 콜롬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집무실 근처는 사람들의 반정부 시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국에 음력 설이 있는 것처럼 스리랑카도 전통에 따라 4월 중순에 한해가 시작된다. 올해는 14일이 새해의 첫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대통령 집무실 근처에서 6일째 진을 치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는 새해 전통 음식인 우유로 지은 밥과 기름떡을 나눠 먹으며 다른 날과는 조금 다른 시위를 이어갔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올해 갚아야 할 스리랑카의 대외부채 규모는 70억달러(86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고는 193000만달러(23836억원)에 불과했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을 협상할 때까지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의 P. 난달랄 위라싱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채무를 상환하기 힘든 불가능한 시점에 도달했다최선의 대응은 채무 재조정과 강력한 디폴트(hard default)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랑카 재무부는 18일부터 IMF와 본격적인 금융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가 이토록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리랑카는 전통적으로 관광 산업에 의존해온 국가였는데 2019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온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와 다음해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장기화로 여행 관광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재정에 직격탄을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며 식량·의약품·에너지 등 필수품 가격이 급등해 경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여기에 정부의 급격한 감세 정책으로 세수는 줄었는데 정부 지출은 커졌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사업 참여에 따른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면서 부채 증가 등으로 빚더미에 오른 것이 경제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 1월4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한 노인이 가스를 공급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시스]
 
일대일로 채무의 덫
 
스리랑카는 20052015년 마힌다 랴자팍사 전 대통령(고타바야 랴자팍사 현 대통령의 형) 집권 시기부터 친중국 노선을 펼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자본으로 각종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을 추진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처음 제창했다. 중국은 이 구상에 따라 "좋은 융자조건"을 내세워 일대일로에 위치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의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정비를 위한 자금을 빌려줬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국인 스리랑카에도 항구와 공항 건설, 도로망 확장 등에 대규모 차관을 제공했다. 스리랑카가 올해 중국에 상환해야 할 채무는 스리랑카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외하더라도 총 338000만달러(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는 중국 일대일로 차관을 통해 남부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주기도 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상대국을 채무의 함정에 빠트린다고 비판해왔다. 중국이 일대일로 협력국의 채무를 활용해 경제영토 및 군사 거점 확보 등을 획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자금으로 건설된 이 항구가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흰 코끼리’(예산을 많이 썼으나 쓸모없어진 것을 일컫는 경제용어)로 전락했다”고 지적하면서 당시 미국과 인도는 함반토타항이 인도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 왕이(王毅, 왼쪽 2번째) 중국 외교부장이 1월 9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마힌다 랴자팍사 스리랑카 전 대통령(오른쪽 첫번째)과 양자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빚으로 채무 위기에 빠진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랴자팍사 대통령이 이날 중국에 채무 재조정과 필수품 수입에 대한 신용대출 우대를 요청했다. [뉴시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지난해 1217일 스리랑카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매기며 몇 달 내로 스리랑카가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피치는 “2022년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외채가 원금과 이자를 합해 69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스리랑카 국내총생산(GDP)43%에 달하는 규모다”라고 보고했다.
 
스리랑카는 지난해 말 이란에 원유를 수입하고 진 빚 25100만달러(약 3010억원)4년 동안 매달 500만달러(약 60억원)어치의 스리랑카의 특산품 홍차로 갚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국제사회에 경제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울러 외화 부족으로 운영이 어렵다며 지난해 연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나이지리아 아부자, 키프로스공화국 니코시아 영사관 등을 폐쇄했다.
 
AP통신은 1월 초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는 16억달러(19760억원)에 그치고 있으며, 반면 상환해야 할 채무는 45억달러(55575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주요 채권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국제 금융시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일본에 이어 스리랑카의 네 번째 채권자로 알려졌다. IMF 자료를 보면, 스리랑카 국내총생산에서 정부 부채의 비율은 2017년까지만 해도 70%대에 머물렀지만, 2021년에는 109.2%에 달했다.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 자금을 끌어들여 수익성 없는 여러 인프라 사업에 참여한 것이 위기를 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제난에 휘청이는 스리랑카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는 현재 필수품인 식료품, 연료, 의약품 등도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외화가 없어 석탄과 석유를 사지 못해 화력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매일 지역별 시간제 단전 조치를 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 13시간씩 전기 없이 생활하며 돈이 있어도 연료를 구할 수 없고 병원은 물론 교통 신호등도 제대로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3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이상 뛰었고, 식료품 가격도 30% 이상 폭등해 민심은 들끓었다. 반면 스리랑카 화폐인 루피화의 가치는 급락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분유, 설탕, 렌틸콩, 쌀 등 필수품을 배급하는 실정이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올해 19일 스리랑카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해결책으로 부채 상환의 재조정에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에 채무 재조정을 요구한 것이다.
 
▲ 중국의 차관으로 건설된 스리랑카 콜롬보의 항구도시에 1월 9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스리랑카 방문을 맞아 중국과 스리랑카 국기들이 내걸려 있다. [뉴시스]
 
또한 고타바야 대통령은 수출품 약 35억달러에 대한 관세 조정과 코로나19로 급감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도움도 요청했다. 스리랑카의 중국에 대한 심각한 경제의존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가미니 라크샤만 피리스 스리랑카 외무장관은 왕 부장과 이날 회담에서 중국은 스리랑카의 경제 발전과 국가 건설을 크게 지원했다스리랑카는 계속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고 국제 행사에서 중국의 정당한 주장을 확고히 지지하며 코로나19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 측 입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스리랑카의 채무를 감면할 것이냐는 질문에 늘 범위 안에서 조력을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리랑카가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자국의 역점 프로젝트인 일대일로가 협력 상대국을 채무의 늪에 빠트린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두고 "허튼소리"라며 일축했다.
 
왕이 부장은 16일 동아프리카 케냐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이 케냐에 5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해 건설한 나이로비-몸바사 표준궤도열차 사업으로 케냐가 채무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 채무 함정이란 말은 사실과 다른 엉뚱한 조작이라며 채무 함정은 아프리카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 바깥 세력이 지어낸 말의 함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정말 함정이 있다면 낙후의 함정과 빈곤의 함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일대일로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새로운 교역로를 만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중국의 고리대금업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처음엔 저금리로 선뜻 돈을 빌려주던 중국이 나중엔 태도를 바꿔 6%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을 요구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이로 인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많은 국가가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윌리엄 앤드 메리 대학의 에이드데이터(AidData)’ 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18년간 165국에 걸쳐 8430억달러(10411050억원)규모의 자금을 13427개의 인프라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했다. 중저소득국가에 중국이 빌려준 돈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최소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해외차관 계약을 조사한 애나 겔펀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결론은 중국의 계약 방법이 더 교묘해지고 있으며, 중국은 스스로 이익을 매우 잘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 1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실 입구를 가로막은 바리케이드 위에 서서 국기를 흔들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는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고타바야 랴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뉴시스]
 

 [임한상 기자 / hsr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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