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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上-어린이집·초등학교)

어른들 ‘잇속 챙기기’에 아이들 ‘교육의 질’ 뚝뚝 떨어진다

지원금 횡령·채용 불이익 정황… ‘갑질’로 보육현장 교육 질 악화

“교사 대 영아 비율 높아… 안전 책임져야 하는데 과중되는 경향”

“사교육비 40% 뛰는데… 초등 방과후학교 업체, ‘덤핑’ 교구 사용”

기사입력 2022-05-16 00:07:00

OECD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는 5.1%,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1만2914달러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도 OECD 1위였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로 선정하고 대한민국 교육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 서울시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산책을 나왔다. (기사중 특정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한원석 부장|임한상·김기찬 기자] 
정부의 보육정책 개선 노력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공립, 민간, 가정 등 보육시설 형태별로 교육 커리큘럼도 ‘누리과정’으로 통합돼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의 질에도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부 어린이집 및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등 돌봄교실에서 교재·교구비 등을 빼돌리는 업체 및 원장의 횡포 탓에 아이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더욱이 원장의 갑질 및 업체 위탁 등으로 강사, 교사 등 교육인력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장 갑질’로 얼룩진 보육시설… “놀잇감 부족해 교사가 직접 만들어”
 
유치원 및 어린이집 등의 보육시설들은 크게 국·공립, 민간, 가정 등의 형태로 나뉜다. 이에 따라 영어유치원 등 특수 보육시설을 제외하고는 보육시설에 부담하는 비용이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500가구와 어린이집 3300곳을 조사한 ‘2021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양육비는 월평균 97만6000억원으로 3년 전(86만9000원)보다 10만7000원이 늘어났다. 가구 소득 대비 양육비의 비중은 19.3%로 나타났다.
 
전체 양육비 가운데 보육 및 교육에 사용하는 비용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유치원 및 어린이집 이용 비용과 학습지 등 보육·교육비는 18만420원으로 2018년(23만4200원) 대비 5만3780원 줄어들었다. 정부 및 각 지자체가 ‘무상보육·교육’의 일환으로 어린이집에 지원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과의 부조리와 무상보육의 일환으로 지급하는 지원금이 적재적소에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점이 보육시설의 교육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7년 동안 일곱 곳의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 어린이집 교사는 “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교구 및 교재에 대한 지원금을 어린이집에 지원하는데, (내가 근무했던) 어린이집 원장들이 이러한 교구비를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아이들이 놀잇감을 적게 지급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만 3~5세 아이들의 경우 놀잇감이 평등하게 지급되지 않으면 다투는 경우가 있어 똑같이 배분하는 것이 원칙인데 놀잇감이 부족해 2~3인당 1개씩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교사는 “일했던 한 어린이집의 경우 교구비를 지원받음에도 교사에게 놀잇감을 만들어 활용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다”며 “이 같은 불합리한 현실에 대해 원장에게 교사가 직접 항의하는 사례도 없지는 않지만 그럴 경우에는 업계가 좁기 때문에 같은 지역구 내 원장들끼리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공유해 원아 부족 등을 빌미로 채용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아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일했던 7곳 어린이집 중에서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투입되는 지원금에 비해 원장의 ‘갑질’로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 한 어린이집 교사가 놀잇감이 부족해 직접 제작했다고 소개한 장난감. ⓒ스카이데일리
  
이러한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교육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별로 유치원 비리 센고센터 등 신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령별로 학업과정이 1년 간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1년마다 직장을 옮기는 보육교사들이 많아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바람에 문제가 있어도 신고까지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있어 확고한 철학이나 신념을 갖고 종사하는 보육시설 원장들도 많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그렇지 못한 원장들의 경우 자기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조금이라도 기관에 경제적인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관행이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이어 “북유럽의 경우 공공부문이 보육시설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공공부문을 늘린다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20%내외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육시설 지원금 등 복지정책이 저소득층 가구, 맞벌이 가구 등 꼭 필요한 이들에게로 향할 수 있도록 보육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육교사 한명이 담당하는 아이의 숫자가 많아 교사가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은 어린이집에서 반 편성을 할 때 연령별 교사 1명이 돌보는 아동 수를 만 0세 3명, 만1세 5명, 만2세 7명, 만3세 15명, 만4세 이상 2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부모와 일선 보육교사 사이에선 이러한 기준이 여전히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지역에서는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을 시범사업으로 시행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어린이집 110곳을 성정해 교사 1명 당 아동 수를 ‘0세 반’은 3명→2명, ‘3세 반’은 15명→10명으로 줄였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교사로 일하는 최지영(가명·31) 씨는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을 줄여야 효율적인 보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수년전부터 교사 대 영아의 비율을 줄이겠다고 정부에서 얘기가 나왔었는데 일부 국·공립 어린이집에서만 시행되고 있고 현재까지 전면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혼자서 맡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안전을 책임질 교사의 업무가 지나치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방과후학교 늘어날 때 사교육비도 동반 상승… “업체위탁도 문제”
 
아이가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을 떠나 초등학교에 진학해도 교육환경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방과후학교 등 돌봄교실의 경우 교사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업체 위탁의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업체에서 진행하는 수업이 보충의 개념이 아닌 놀이활동 수준으로 이뤄져 아예 사교육에 맡기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교육부의 ‘2021년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인 학교는 총 1만739개, 운영 프로그램 수도 26만4422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 33만여개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16만여개 수준으로 쪼그라든 이후 다시 10만개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는 5701개,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17만414개로 전체 학교, 프로그램 수의 절반을 차지한다.
   
▲ 등교하는 초등학생들. (기사 중 특정내용과 상관없음)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방과후학교가 늘어났음에도 학부모가 부담하는 사교육비가 더욱 늘어났다는 점이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 참여율은 75.5%로 1년 전보다 8.4%p 늘었고, 사교육비도 2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참여시간 또한 5.2시간에서 6.7시간으로 1.5시간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초등학교의 사교육비는 32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교내에서 진행하는 생물과학 교과목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자녀가 의지를 보여 참여시켰는데 민간 학원 대비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놀이수준에 불과한 수업 내용에 불만을 가져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수강을 취소했다”며 “이후 질 낮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수강하느니 비용을 더 보태 학원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현재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귀띔했다.
 
방과후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업체 위탁 등 외주 형태로 방과후학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방과후학교는 학교가 직접 강사를 선발하는 ‘개인위탁’과 위탁업체에 운영을 맡기는 ‘업체위탁’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초등학교 중에서 방과후학교를 업체에 맡기는 학교는 10곳 중 4곳(42%)으로 집계됐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업체위탁의 문제점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교재·교구비에서 비용을 남기려는 업체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경희 전국방과후학교노동조합 위원장은 “경우에 따라 방과후학교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는데 학교가 업체에 위탁으로만 넘기려 하다 보니 교육 수준이 점차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학교는 업체에 위탁하면 책임질 의무가 업체에 넘어가고, 업체는 학교에 낙찰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며, 학부모들은 업체가 담당한다고 하니 역으로 안심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교육의 질이 저하돼도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업체위탁은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교재·교구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남기려한다”면서 “‘게다가 덤핑(Dumping)’으로 넘어오는 저가 교재·교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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