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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일본 총리를 자신이 만든 사제 총으로 저격해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범행동기로 지목한 ‘어머니가 빠진 종교 단체’가 한국에서 태동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일명 통일교)으로 알려졌다.
10일 일본 시사주간지 슈간겐다이(週刊現代)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내 어머니는 통일교 신자로 아베 신조가 통일교와 친한 것을 알고 노렸다”라며 “통일교의 리더(한학자 총재)를 노리려 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했다.
슈간겐다이는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통일교회 신자로 대량 기부를 해왔으며 그것이 이유가 되어 2002년 8월21일에 파산 선고를 받았다”며 “야마가미가 가족이 붕괴한 것에 대해 통일교회와 아베 전 총리에 원한을 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요미우리신문(讀賣)도 야마가미가 경찰 조사에서 ‘해외로부터 유입한 특정 종교단체’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머니가 신자로 거액의 기부를 해서 파산했다”며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해왔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겐다이 등 다른 일본 매체도 “야마가미가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단체에 아베 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고 (아베와 통일교가) 관계가 있다고 판단, 범행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야마가미도 “아베 전 총리가 (이 단체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보고 관계가 있다고 봤다”며 “(살해 이유는)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 때문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전 총리가 일본 내 통일교 확산에 일조했다고 판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실제 아베 전 총리는 2021년 9월12일 통일교의 새 이름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과 통일교 산하 민간 국제기구인 천주가정연합(UPF)이 194국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개최한 ‘THINK TANK 2022(씽크탱크 2022) 희망전진대회’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호세 마누엘 바로소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 데베 고다 전 인도 총리와 함께 영상 메시지를 보내 행사를 축하했다.
아베 전 총리는 영상 메시지에서 “일본·미국·대만·한국 등의 나라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다”며 “이들의 단결과 대만 해협의 평화 및 안정 유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 통일 실현을 이뤄내려면 엄청난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어 “UPF의 주관하에 약 150국의 국가원수, 국회의원, 종교지도자들이 보다 좋은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희망전진대회에 모였으며 세계 평화를 함께 걸어온 동지인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연설 기회를 주신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UPF와 함께 세계 각지의 분쟁 해결, 특히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해 온 한학자 총재를 비롯한 여러분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발언했다”고 일본 공산당 기관지 ‘신분 아카하타(しんぶん赤旗)’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대통령 재임 시절 자랑스러운 업적은 남북한의 밝은 미래를 위해 기여한 일”이라며 “미국의 우방이자 동맹국으로서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를 세운 한국의 발전 사례는 희망의 증거”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의례적이고 일반적인 발언을 했다. 하지만 통일교는 이 영상을 활용해 전도 등에 활용해 왔다. 통일교는 교인이 많은 일본 신자들의 헌금이 주요 재원이다. 범인 야마가미가 아베 전 총리를 통일교의 후원자로 오인한 배경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씽크탱크 2022’는 지난해 5월 한국에서 출범한 국제 조직으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전 일본 총리 등 전 세계 2022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설립 취지는 ‘더불어 잘사는 공생의 경제, 더불어 참여하는 공영의 정치, 더불어 실천하는 윤리의 공의’를 바탕으로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을 제안하는 게 목표다.
일본 내 통일교 소식통에 의하면, 야마가미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거액을 헌금케 한 것으로 판단한 일본 나라현 통일교 교구장이나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총재 부인인 한학자 현 총재를 테러 대상으로 삼았으나 접근이 여의치 않자 (통일교 후원자로 보이는) 아베 전 총리에게 타격을 가해 어머니가 더 이상 헌금을 못하도록 하려했다는 것이다.
통일교는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신자로 등록돼 있는 게 맞다”고 인정했다. 도쿄신문에 통일교 홍보 관계자는 “(야마가미 어머니가) 오랜 기간 신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인 사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통일교는 1968년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강력한 보수시민단체인 국제승공연합을 창설해 한국과 일본 등에서 활약하며 일본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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